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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27. 2023

죽음을 줄이는 방법(#죽음 #자살예방 #생명존중)

헤밍웨이에게 보내는 수요일의 편지

TO. 헤밍웨이


 작가님, 요새 전 일터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업무에 정신이 아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일할 수 있음이 또 감사한 밤이에요. 가끔 뉴스를 보곤 하는데, 요즘 세상이 유명인의 마약 관련 뉴스로 떠들썩하더라고요. 저는 삶에서 허무를 느끼는 사람들,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마약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파우스트와 악마의 계약처럼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마약을 하고 자신의 남은 생명력과 맞바꾸는 거죠. 이 점에서 오늘은 작가님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전쟁도 참여하셨고, 기자 생활도 하신 작가님이라 그런지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기셨더라고요. 작가님의 단편소설 '오늘은 금요일'에 나오는 병사 셋의 죽음에 대한 시선을 읽으며 작가님이 얼마나 죽음에 대해 고심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한 병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또 다른 병사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하고, 마지막 병사는 죽음을 생각할 때 구토까지 올라오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이처럼 죽음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닐 텐데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마음이 아팠어요. 심지어 자살도 자살이지만, 인생의 허무 속에서 느린 자살인 중독을 택하는 사람들 역시 안타까웠고요. 

 작가님의 '추격 경주'란 작품을 읽고 부정적인 정서를 늑대에 비유한 표현이 공감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마음 안의 늑대를 내쫓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늑대가 마음 안에서 더 살찌고 커져서 나중에는 이 늑대가 마음뿐 아니라 정신과 몸까지 침범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접어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늑대를 쫓아낼 수 있는 것은 또렷한 정신 상태를 지닌 본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이 작품에서 느낀 점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직면하지 못하고 자꾸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인 듯 가장하면서 말하는데, 이런 회피 행동이 오히려 자신 안의 늑대를 스스로 내쫓는 걸 방해한다고 느꼈어요. 이 점에서 타인에게 이미지로 소비되거나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일수록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나 성찰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고요. 혹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이 작품에서 치히로라는 여주인공이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목욕탕에서 서비스업을 하게 되면서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나중엔 자신의 이름도 잊을 지경이 되어요. 이 상황에서 치히로를 돕는 남주인공이 치히로에게 이 세계를 나가려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거든요. 어릴 적에 봤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치히로가 끝까지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작품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통해 우리가 세상의 죽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관계와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소외된 이웃에 대한 정서적인 관심뿐 아니라 서로 외적인 모습 너머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는 지혜와 이를 포용하는 관용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타인에 대한 보호, 관심, 책임, 포용이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바로 사랑의 4요소 그 자체네요. 결국 죽음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었어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도 삶의 허무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사랑은 표면적인 것에 대한 사랑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 키, 재산, 경제력 등의 외적 조건을 따져서 중매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과연 특정 조건 아래에서만 사랑하기로 한 관계가 과연 책임감이나 포용력 있는 진짜 사랑으로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안타깝게도 일부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외적 조건이 좋아도 오히려 외적 요소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본인도 조건을 떠나 진실한 사랑을 받기를 원하면서도 명품, 쇼핑, 외제차, 조건을 따지는 만남, 성형, 술, 약물 등 또 다른 외적인 것들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종종 봐왔고요. 두려움이나 허무 등의 인생 속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쾌락이 아닌 용기에 있는데 말이에요. 이 점에서 작가님께서 여러 단편 소설을 통해 운명에 짓눌려 무기력해진 인간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많이 남겨주심에 감사드려요.

 전 누구에게나 존재 깊은 곳에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모든 꽃과 아기 동물을 예쁘게 생각하고 반기며, 인종과 생김새를 떠나서 모든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는 우리잖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모두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민낯을 꽃과 아기 동물, 어린아이 보듯 사랑으로 바라봐주길 바라요.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서로를 봐주는 시간을 점점 늘려간다면 얼마나 생명력 넘치는 세상이 될까 기대해 봅니다. 작가님도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하며 사랑과 생명력 넘치는 세상을 위해 응원 부탁드려요. 


FROM. 존재 깊은 곳의 사랑을 믿는 혜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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