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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24. 2023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전쟁 #평화 #삶과 죽음)

헤밍웨이에게 보내는 월요일의 편지

TO. 헤밍웨이


 작가님, 어릴 적 작가님의 책 '노인과 바다'를 읽고 바다에서 고군분투하는 노인을 안타까워하던 초등학생이 어느새 훌쩍 커서 이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30대가 되었어요. 이젠 작가님의 작품의 표면적인 부분뿐 아니라 작가님의 생애와, 작품 속 주인공의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에, 또 이렇게 작가님께 편지를 쓰는 기회도 주어짐에 감사합니다. 

 작가님 생전에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모두 겪으셨다고 하셨지요? 심지어 첫 번째 전쟁에는 참전 용사 역할까지 하셨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작가님의 체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설 중 하나가 '무기여 잘 있어라'라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는 전쟁보다는 주인공의 사랑과 상실의 고통에 초점을 뒀는데, 어른이 되니 작가님께서 화려한 수식어 없이 있는 그대로 서술하신 작품 속 전쟁의 모습이 너무 비극적으로 다가왔어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스러지는 젊은 장교 이야기를 통해 저는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게 일어나는 이 전쟁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일까 하고 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전쟁이 터질 경우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가꿀 여유 없이 무언가의 수단이 되어서 생이 끝나버리는 현실이 허망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은 담담한 어조로 어떤 과장도 없이 전쟁을 묘사하셨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가족 안에서 추억을 쌓고 자녀의 꿈을 키워주며 추억과 성장을 얻었을 한 가정에게 닥친 비극적인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물론 작가님께서 강인한 의지를 가지셨듯이 주인공도 비극의 끝자락에서 의지적으로 긍정을 선택한 것에서 작은 희망을 보긴 했어요.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비극을 만날 때 폐허처럼 스러질 것을 알기에 저는 어떻게 전쟁 없는 세상을 앞당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막기 위한 전쟁을 벌이더라도 어떻게 해야 모든 생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또 이 비극의 결과가 사람들을 압도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만한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작가님은 워낙 마초적 인상인 데다가 생에 전쟁의 위험도 무릅쓰셨고 노년까지 사냥도 즐기셨다고 하니 때로는 정당한 폭력이나 고압적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편, 자신이 죽인 생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저와 공통된 부분도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있고요. 저는 사실 모든 살생에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전쟁의 목적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모든 생명에겐 삶과 죽음 사이의 생이 주어진 이유가 있고, 이 이유는 누군가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살 때에만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의 삶의 목적은 사실 전쟁이 아니었으리라 확신해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을 강화시킬 때만 제대로 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작가님을 만나면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그래도 전 작가님께 참 감사해요. 작가님께서 어려운 시대 안에서 직접 전쟁을 겪고 소신 있게 이 전쟁의 참상을 써 내려가셨기에 작가님의 작품들이 후세대의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 전쟁의 비참함과 그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고통을 잘 서술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탐욕, 이해타산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 국가적 이해관계, 차별이나 혐오 등 전쟁의 원인은 많겠지만 이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다 보니 바로 원인을 제거하기는 어렵고 일단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시민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후에 시민들이 원인을 하나씩 분별하고 없애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통 속으로 용기 있게 뛰어들어서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더 이상 무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이 오는 거예요. 언젠가 작가님의 작품명처럼 '무기여 잘 있어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 내일의 편지에서 뵐게요. 

  

FROM. 누구도 무기를 모르는 세상을 꿈꾸는 혜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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