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우연일지라도 좋은,

by 혜인



친구랑 퇴근길에 한참 긴 통화를 했다. 회사 이야기, 오늘 하루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 다 요가를 좋아하니까 요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요즈음 수련하고 있는 하타요가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 명상 이야기, 현대인에게 마음 챙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또 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요가의 진짜 목적이란 무엇일까, 요가의 정통성 등 진짜 다양한 얘길 나눴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는 처음 다녔던 요가원에서 선생님이 해주시던 따뜻한 말씀이 있다. 마치 명상 가이드 같던 그 말들을 나는 굉장히 좋아해서 늘 간직하고 인스타그램에도 기록하곤 했는데 친구는 그때마다 자신이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었다.


아무튼 긴 통화가 끝나고 친구는 친구대로 저녁에 요가원에 가서 수련을 하고, 나는 집에서 줌으로 수련을 마쳤는데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꼭 해야 할 이야기라는 말로 시작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치 우리가 오늘 통화 한 내용을 누가 들은 것 마냥, 요가원에서 하타 수련을 하게 되었고 평소에 선생님이 잘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오늘 우리가 했던 대화의 중심 주제와 맞닿은 문장이라 정말 신기했다.


“마음에 있는 생각은 내려두고 내면의 눈에서 나를 찾아가 보세요.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내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과 의식으로 만들어진 생각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처음으로 선생님 도움 없이 머리 서기를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주었다. 아사나가 전부는 아니지만 머리 서기를 처음 내 힘으로 했을 때의 그 기분을 알기에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었다.


어쩌면 오늘 친구가 머리 서기를 성공하려고 오늘의 긴 대화가 있었던 건 아닐지. 이런 것이 끌어당김의 법칙일까, 누군가 정말 다 듣고 있었던 것처럼 놀라운 오늘 저녁. 어쩌다 얻어걸린 우연일지라도, 이런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수련을 응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