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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Sep 25. 2021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우리는 운명론적 존재인가, 자유로운 존재인가?



언젠가부터 모든 것은 결국 유전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하게 됐다. 신체적인 면은 물론이고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중독과 같은 정신적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가 아닌 ‘유전자 결정론’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 인간이 유전자 매개체라지만, “공부도 타고난 재능이다”라는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의 오래전 인터뷰는 큰 충격이었다. 성실함과 끈기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믿었던 공부인데, 지금은 그 성실함과 끈기가 곧 타고난 유전자라는 것이 처음엔 참 낯설었다.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우리는 운명론적 존재인가,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운명과 자유의지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며, 운명을 ‘도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종착지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타고난 것이 많은 것을 결정하긴 하지만, 뇌의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에 환경을 통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된다고 역설한다.


다이어트, 성과 사랑, 우리의 관계 맺음과 신념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뇌과학적, 신경과학적 접근으로 풀어가며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책의 흐름이 흥미로웠다.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운동이 새로운 신경망과 사고방식을 구축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해준다는 것, 그래서 저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신경과학자들이 달리기를 한다는 부분이었다. 운동과 정 반대처럼 보이는 명상은 뇌과학적으로 수면처럼 회복을 도울 뿐 아니라, 여유 있고 창의적인 사고를 불러오는 정신건강에 좋은 활동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뇌는 친밀감, 유대감을 갖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소통과 협동 역시 인간의 선천적 특성  하나라는  역시 새로웠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집단의 이타주의를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 신경과학의 성과들을 인류에 이로운 방향으로 만들어갈  있다 말한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부정적인 현실의 사건들에 인류애가 남아 있지 않은 기분이 드는 요즘 작은 위안이 되는  같았다.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최근  년간 나를 잡아끌고 있는 주제이자, 인생의 숙제인 ‘자기 이해 여기서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아는 것은 언제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인간 뇌의 특성은 물론, 개개인 스스로의 타고난 유전적 면을 올바로 아는  역시 자기 이해의 신경과학적 연장선인  같다. 나의 기호와 취향, 약점과 감정을  아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떤 유전적, 환경적 상호작용으로 빚어진 경향성이라는 것까지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할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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