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긴긴밤>을 읽고
흰 뿔 코뿔소 노든과 그와 함께 긴긴밤을 보낸 이름 없는 펭귄의 이야기, <긴긴밤>. 동화책도, 책을 읽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운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긴긴밤> 은 자기 몫의 삶을 살아 내야만 하는 우리 인생의 숙명을 일깨워준다. 삶의 첫 터전이자 평화로웠던 코끼리 고아원을 제 발로 나와 코뿔소의 삶을 살기로 한 노든의 선택은 우리가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두려움 가득한 어린 날의 크고 작은 새로운 시작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펭귄도 마찬가지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를 향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다른 펭귄들을 찾아 펭귄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올 때보다 더 큰 두려움과 맞서 길을 떠난다. 그 대가가 이별일지라도, 미처 알지 못하는 크기의 고통일지라도 감내하고 또 한 걸음을 딛고 나가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이렇게 씁쓸한 인생의 진실은 어릴 때부터 내게 큰 물음표였다. 누군가와 헤어져야만 하고, 육신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왜 이런 세상에 던져지듯 태어난 것일까. 선택권이 있다면 결코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 쉽게 단언하던 나. 그런 내게 코뿔소 노든의 긴 여정은 나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지를 깨닫게 한다.
코끼리 고아원을 나온 노든은 사랑하는 가족을 이루었지만 하루아침에 그들을 잃고, 이어 만난 친구마저 떠나보낸 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 뿔 코뿔소가 된다. 화가 나면 들이받을 수 있는 흰 뿔도 잘려나간 채로, 상상조차 어려운 절망 속에서 노든은 펭귄 치코를 만나 이름 없는 알을 돌보게 되고, 또 한 번 사랑을 피우며 묵묵히 삶을 지속해간다.
삶이 고통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을 기꺼이 수용해야 하는 것은 나를 지탱해주고 또 내가 지탱해주어야 할 관계들, 즉 ‘사랑’에 있음을 <긴긴밤>을 통해 깨닫는다. 가진 모든 것을 잃더라도 다시금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힘도 사랑에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인생이 구질구질하고 뻔한 것이 아닌 무척 위대한 일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