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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Mar 16. 2022

잊지 못할 나의 첫 요가 수업

일일 요가강사의 첫 요가 티칭 경험 #초보요가강사



첫 티칭을 했다! 제주도 요가원에서 연이 닿은 선생님께서 사정이 생기셔서, 운영하고 계신 요가원의 대강 요청을 주셨다. 지도 경험도 없고 수련도 같이 몇 번 안 했는데 말씀 주셔서 무척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선생님께 누가 되면 어쩌나 쪼끔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루 전에 받은 요청이어서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평소에 수련했던 흐름으로 시간 배분도 해보고, 일찍 일어나 새벽 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에게 나눌 만큼의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했다가, ‘그래도 무언가 있을 거야’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수련을 하면서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조각 조각 모여 내 안에 분명 있겠지, 하고.


수련 당일. 일찍 도착해 미리 알려주신대로 요가원의 문을 열고, 불을 켜고, 난방을 켜고 환기를 했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들에서도 누군가의 손이 닿았을 일일텐데, 내 손으로 해보니 낯설었다. 수련을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이 밖에도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껴졌다.


한분 두분 회원분들이 오시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 타임 연달아 수업을 진행했다. 시간을 체크하느라, 양쪽을 균일하게 하는지도 신경쓰고, 틀어진 골반 다리 바로잡아드리느라 두 타임이 금방 지나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매 순간 모두의 몸과 마음이 이 시간만큼은 편안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티칭은 오히려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것 같은 나의 목소리, 연습한 것과는 달리 즉흥적으로 나오는 마음 속 말들이 재밌었다. 평소에 수련을 하며 담아둔 좋았던 생각과 선생님들의 말씀들을 자연스레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간 가르침을 전해주신 선생님들 얼굴이 새록새록.. 감사했다.


새로운 선생님과 수련한다는 것이 굉장히 낯설고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처음 보는 나의 목소리에 몰입하여 따라와 준 회원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종종 왜 선생님들께서 수련생들의 사바아사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말하셨는지 공감했다. 수업이 끝나고 수줍게 다가와 신체의 고민을 이야기해주신 회원분도 사랑스러웠다. 모두에게 좋은 수업은 아니었겠지만 누군가에겐 시원해진 골반과 함께 보다 편안한 하루가 되었기를.


모든 처음은 오래 기억된다. 나의 첫 대강이 진실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진행되어 무척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길게 적어보는 글.


#혜인의요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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