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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Sep 02. 2022

강아지 토리와 함께 한 지난 2년

유기견 입양에서 비로소 가족이 되기까지



토리와 가족이 된 지 어느덧 2년


첫 번째 1년이 너무나 신나고 동시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1년은 보다 안정을 찾고 비로소 정말 가족이 된 것 같은 시간이었다.


때에 맞춰 밥을 챙겨주고, 하루에 3-4번 실외 배변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으로 나가는 일, 틈틈이 안아주고 놀아주고, 이따금 빗겨주며 씻겨주는 일. 처음엔 이 모든 일이 토리를 위한 일인 줄만 알았는데 - 토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어느새 나를 지켜주는 삶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몸을 일으키도록 해주는 것.


어떤 날은 말을 안 들어 무척 속상하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땐 돌봄의 무게에 압도당할 때도 있지만 이 작은 존재가 주는 순수한 사랑, 조건 없는 표현을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다시금 행복해진다. 왜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지 잘 몰랐었는데 토리와 함께하며 그 길을 걷기로 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희생하고, 나누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 주고받는 사랑이 삶에 주는 엄청난 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개의 평균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높은 확률로 나는 토리를 먼저 보내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인연에는 끝이 있지만 내가 맺어온 그 어떤 관계에서도 시작부터 이별을 염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편 토리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며 시작했다. 물론 매일 다시 망각하곤 하지만 또 한 번 떠올린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언젠가 내가 지금을 무척이나 그리워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더 잘해주어야지, 이 순간 그대로의 사랑을 주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유기견을 입양한 것에 대해 아직도 종종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조금은 당혹스러운데 - 먼저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옵션은 입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최근에 생각한 두 번째 이유는 강아지를 입양한 건 온전히 나의 행복을 위함이었다는 것. 한 생명을 구제하고, 견생을 역전시키고 이런 의도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좋자고 선택한 길. 그래서 대단할 것 없이 그냥 잘한 일.


토리야 사랑해

그리고,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사진1) 2022년 오늘 (사진2) 2020년 입양 첫날
(사진3) 입양센터 (사진4) 시 보호소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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