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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15. 2022

요즘의 식생활 - 채식하는 사람의 먹고사는 일

먹는 일이란 내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요즘의 식생활  ㅡ 여전히 알고서는 육류를 먹진 않지만 일일이 따져 묻고 골라 먹을 여력은 없다.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채로, 치킨스톡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배달 음식과 다시다가 들어갔을 수 있는 떡볶이를 먹는다. 엄마가 해준 반찬을 꺼내 먹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틈이 없어서. 일이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오히려 일을 하느라 정말로 ‘먹고’ ‘사는 일’을 잘 챙기진 못하고 있는 것. 


일상의 바쁨과 수고로움도 그렇지만 요즘 음식과 먹는 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최초에 탈육식을 하기로 한 나의 동기는 '건강'에 있었다. 항생제를 맞고 고통 속에 자란 동물을 섭취하는 일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이 그 출발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합성 물질이 가득한 대체육, 플라스틱에 담긴 비건 가공식 보다 차라리 시골에서 풀어놓고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이 더 지향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달걀은 도시에선 구할 수 없지만. 


매일 손이 많이 가는 제철 자연 식물식으로 먹을 수 없는 도시 급여 생활자의 일상을 살며, 본질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대상으로서의 음식에 대해 이전보다 더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게 된다. 먹는 일이란 내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되어야 할까? 


채식을 한다고 했지 비건이에요!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모두들 손쉬운 프레임으로 나를 비건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그래서 늘 해명해야 하는 일도 조금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가축을 먹지 않을 뿐,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동물성 제품의 사용과 구매, 섭취를 거부하는 비건의 무게는 정말 무거운 건데.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에,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 식당을 누군가 굳이 대신 예약해 주면 정말 큰 감동을 받는다. 배터리가 부족해 음식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야채를 참으로 맛있게 요리하던 사녹.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맛있게 요리한 양질의 채소 요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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