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식생활 - 채식하는 사람의 먹고사는

먹는 일이란 내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되어야 할까?

by 혜인


요즘의 식생활 ㅡ 여전히 알고서는 육류를 먹진 않지만 일일이 따져 묻고 골라 먹을 여력은 없다.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채로, 치킨스톡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배달 음식과 다시다가 들어갔을 수 있는 떡볶이를 먹는다. 엄마가 해준 반찬을 꺼내 먹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틈이 없어서. 일이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오히려 일을 하느라 정말로 ‘먹고’ ‘사는 일’을 잘 챙기진 못하고 있는 것.


일상의 바쁨과 수고로움도 그렇지만 요즘 음식과 먹는 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최초에 탈육식을 하기로 한 나의 동기는 '건강'에 있었다. 항생제를 맞고 고통 속에 자란 동물을 섭취하는 일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이 그 출발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합성 물질이 가득한 대체육, 플라스틱에 담긴 비건 가공식 보다 차라리 시골에서 풀어놓고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이 더 지향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달걀은 도시에선 구할 수 없지만.


매일 손이 많이 가는 제철 자연 식물식으로 먹을 수 없는 도시 급여 생활자의 일상을 살며, 본질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대상으로서의 음식에 대해 이전보다 더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게 된다. 먹는 일이란 내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되어야 할까?


채식을 한다고 했지 비건이에요!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모두들 손쉬운 프레임으로 나를 비건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그래서 늘 해명해야 하는 일도 조금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가축을 먹지 않을 뿐,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동물성 제품의 사용과 구매, 섭취를 거부하는 비건의 무게는 정말 무거운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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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에,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 식당을 누군가 굳이 대신 예약해 주면 정말 큰 감동을 받는다. 배터리가 부족해 음식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야채를 참으로 맛있게 요리하던 사녹.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맛있게 요리한 양질의 채소 요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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