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이제야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졌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by 혜인



부끄럽지만 나는 어린이를 대놓고 달가워하지 않은 어른이었다. 애들이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소리를 지르고 말썽을 피우는 어린이들을 보면 대놓고 표정으로 무안을 주기도 했다. 좋아하던 카페가 노 키즈존이 되는 것을 무척 환영했다. 어쩌면 나는 어른이 미처 되지 못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가 특히나 많은 동네에 살면서, 일상적으로 가는 공간에서 매일 많은 어린이들과 마주쳤다. 자주 보아서 그런지, 내가 나이가 든 건지 애들이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노 키즈존이라 단어에 담긴 차별이 느껴졌다. 반려견 주가 되고 나서는 더 그랬다.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만 하는 입장이 되니 조금은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덜 싫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른답지는 못하다.


그런 내가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은 건 좀 의외지만,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키가 어른의 절반밖에 안되지만 저자는 ‘작아도 한 명은 한 명’이라고 말한다. 제 나름의 품위를 지키려 하고, 엉뚱한 말을 하는 어린이들의 깜찍한 에피소드는 미소를 절로 짓게 한다. 저자의 어린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시선도 무척 존경스럽지만, 어린이들을 마땅히 어른이 이끌어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존중의 자세가 참 멋지다. 어리다고 아주 귀여워만 하며 애 취급을 하거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는 거창한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라는 관점이 인상 깊다.


무엇보다 작가가 교육학을 전공하거나, 학교 선생님이거나, 어린이 심리학자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작가는 엄마도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엄마가 아니어도, 나와 같은 못난 사람도 얼마든지 이런 따뜻하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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