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을까, 말까> 프롤로그
올해로 결혼한 지 5년이 된 우리는 반려견 한 마리와 살고 있는 맞벌이 부부다. 2023년 2분기 출산율 0.7명을 기록한, 소멸 예정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딩크로 산다는 건 어딘가 눈치 보이는 일이다. 확고한 딩크냐고? 음, 요새는 잘 모르겠다. 분명 그랬었는데.
"우리 아이 이름은 이거 어때?"
"아이 낳으면 영어유치원 보낼 거야?"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성격은 오빠, 외모는 나 닮았음 좋겠다."
나와 남편은 종종 부모 됨에 대화를 나눈다. 가벼운 상상부터 육아관에 대한 진지한 토론까지.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 낳을까?"라는 본격적인 이야기는 쏙 뺀 채 아주 철저히 피임에 임한다.
'비혼, 비출산'을 외치다 어떻게 결혼은 하게 되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 결혼 생활은 아직 꽤 만족스럽다. 인생사 그 어떤 것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출산에 대한 생각만큼은 아주 확고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 최적의 가임 연령을 지나다 보니 왜인지 초조하다. 언제든 선택하고 취소할 수 있는 결혼과 달리 왜 출산은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걸까. 게다가 지르고 나면 무를 수도 없다니.
심각한 고민을 토로하면 대개 뻔하고 성의 없는 조언이 돌아오곤 한다.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낳더라. 진짜 딩크면 고민도 안 해."
"어차피 낳을 것 같은데 빨리 낳아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고생해."
"아이를 안 낳을 거면 뭐 하러 결혼은 했어? 혼자 살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발끈하는 마음에 보란 듯이 아이 없이도 멋진 삶을 살아내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평생 딩크라 선언하기엔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그렇다고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인생일대의 결정을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혹은 감상에 젖어 쉽게 내리고 싶지도 않다.
가임기가 영영 가버리기 전에는 끝내야 할 텐데.
그래서 날마다 이리저리 바뀌는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낳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