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들. 나는 잘 하고 있나?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선택이나 취향이 아닌 모두의 의무다. 나는 얼마나 잘하고 있나, 스스로 점검해본다.
[잘하고 있는 것]
1. 브리타 정수기
자취생일 때, 그리고 신혼 초 1.5L 생수를 배달시켜 먹다가, 빠르게 쌓여가는 생수병에 죄책감을 느껴 브리타를 쓴 지 2년 정도 되었다. 물통처럼 생겼는데, 교체 가능한 필터가 있어 그 필터로 물을 걸러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수기 설치도 고민했는데, 정수기를 100% 신뢰할 수가 없었고 집에 또 하나의 관리 요소가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체재로 쓰고 있는데 만족스럽다. 손을 넣어서 통을 깨끗이 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물 맛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냉수를 마시는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물을 끓여 먹는 것 다음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대안이 아닐까 싶다.
필터를 4주에 1번 교체해야 하는데 이 필터가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여러 시민들이 <브리타 어택>을 통해 1년간 목소리를 내 준 덕분에 올해부터 공식 필터 회수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는 좋은 소식!
2. 물병 들고 다니기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생수 500ml를 샀었다. 워낙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건강을 위해 음수량을 늘리자는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데, 5년 동안 내가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이 땅에 썩지도 않고 묻혀있을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럽다. 재작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병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JAJU에서 판매하고 있는 작은 물병은 미니백 속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라 구입했는데 정말 유용하다. 사무실뿐 아니라 주말에 차를 타고 교외에 나갈 때도 물병을 들고 다닌다. 정수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으니까. 용량이 적은 만큼 근무 시간에 물을 받으러 더 자주 움직이게 된다는 의외의 장점도 있다.
3. 고체 샴푸
화장품을 만드는 상품 기획자이자,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가장 부끄러웠던 부분이 바로 용기다. 새로운 형태의 용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샘플이 버려진다. 화장품 용기는 소비자가 분리배출 하기에도 너무 어렵다. 분명 제조사에서 책임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유리 용기, 재활용 플라스틱 등 다양한 대안을 내고 있는 사실이 반갑다. 올 초 화장품협회에 소속된 로레알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애경, LG생활건강 등 굵직한 기업들이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기도 했다.
샴푸만큼은 1년이 넘게 고체 비누를 쓰고 있다. 써 본 제품 중에는 러시 아보카도 샴푸 바가 가장 만족스럽다. 대체로 건조한 샴푸 바 중에 제일 촉촉한 듯. 아무래도 나와 같은 건성 모발에는 여전히 뻣뻣하긴 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헤어트리트먼트로 영양을 보강하고 있다. 다 쓰면 고체 형태의 트리트먼트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3. 커피 텀블러
재택근무를 할 때나 주말에는 되도록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들고 다니려 한다. 만족하며 사용하는 텀블러 브랜드는 하이드로 플라스크 제품이다. 밀폐도 정말 잘 되고, 바닥이 찌그러지지 않도록 바닥 커버(부츠)를 끼울 수 있어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텀블러에 담으면 할인을 해주는 프랜차이즈도 많고, 음료의 온도가 오래 유지되는 점도 장점이다.
회사에서는 아직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식당에 갈 때부터 텀블러를 들고 가는 일이 왠지 번거롭게 느껴진다. 지갑, 사원증, 립밤, 스마트폰까지 들고 가야 하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일까. 물론 핑계다. 출근하는 날에도 실천해봐야지.
[개선이 필요한 것]
1. 온라인 쇼핑
클릭 하나면 내일 집에 오는 온라인 쇼핑, 얼마나 간편한지. 의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비를 온라인 쇼핑으로 하는 것 같은데,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19가 불러온 팬데믹 이후 외출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온라인 마켓이 급성장했고, 나 역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더 늘었다. 우리 아파트는 주 1회 분리배출을 하는데 일주일간 우리가 만든 쓰레기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택배 박스와 OPP 비닐을 보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때뿐인 것 같다.
온라인 쇼핑 대신 매장에서 직접 구매를 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먼저 불필요한 포장을 줄일 수 있다. 택배 박스나 완충재는 물론이고, 제품의 기본 포장도 덜어달라고 판매사원에게 말할 수 있다. 특히 식료품의 경우 유통 시 제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스팩, 스티로폼 등 과다한 포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트에서 장을 보면 에코백에 넣어 오면 그만이다.
또, 나는 오프라인 직접 구매가 궁극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물을 직접 만져보고 결정하기에 광고에 덜 현혹될 수 있고, 실제로 카드 결제를 하는 물리적인 번거로움 때문에 구매 결정이 망설여질 수도 있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온라인 결제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몸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직접 보고 구매하는 빈도를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2. 배달 음식
코로나 19로 배달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며 배달 전문 식당도 많이 생겼다. 길에는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활주 하는 라이더 분들을 항시 볼 수 있다. 다행히 나는 배달 음식에 선택권이 많이 없는 채식주의자다. 채식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 배달 음식에 10배는 돈을 더 썼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가끔, 요리에 지쳐 채식 옵션이 가능한 식당이나 베이커리에서 배달을 시키곤 한다. 사실 직접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간편함의 매혹에 이끌려 비싼 배달료를 주고 배달을 시킨다. 배달료도 문제이지만, 일회용 요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감자 옹심이라는 간단한 메뉴라도 배달을 시키면 반찬통이며, 옹심이를 담는 용기며, 심지어 김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주신다. '일회용 수저는 안 주셔도 돼요'라는 옵션만으로는 사실 충분하지 않다.
대안으로는 [용기 내 캠페인] 이 있다. 단골 가게에서는 종종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할 때 용기를 들고 가겠다고 말씀드린 뒤, 밀폐용기에 담아오기도 한다. 괜한 배달 쓰레기보다는 설거지 한 번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더 자주 용기를 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