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마주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
오랜만에 지인의 결혼식에서 대학 시절 사람들을 만났다. 한 때 매일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던 사람들. 치기 어린 연애가 끝나면 서로 위로해주기도 하고, 그 안에서의 관계나 갈등으로 울고 웃기도 했었다.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사람들인데, 이제는 경조사가 아니면 따로 얼굴 볼 일 조차 많지 않다. 서로의 기분을 좌우하던 자잘한 사건들과 주고받던 문장들은 어느새 잊어버렸고, 그저 그때의 시간이 하나의 큰 덩어리로 남아있는 기분이다.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페이스북을 오랜만에 열면, 누구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을 수업에서 만났나? 중학교 동창인지, 고등학교 동창 인지도 헷갈린다. 인간관계에 전전긍긍했던 어린 나를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다.
20대 초반에 내가 느꼈던 불안감 중에는 관계에 대한 것도 컸다.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오지만, 페이스북 친구 숫자에도 민감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스스로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대학생활 말기에야 내가 사실은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닌 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꼴이었다. 아마 나 빼고 모두 알았을 것이다.
타고난 대로 내향적인 사람이 되기로 한 후 삶이 더 편해졌다. 관계 중심적인 사람들이 여전히 부럽지만, 그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이젠 수용할 수 있다. 분명히 나에게는 다른 강점이 있다.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혼자 있는 시간이 내겐 삶을 살아갈 에너지다. 왁자지껄 술 모임이 없어도 친구가 많지 않아도 내 세계는 아주 재밌고 역동적이다. 다른 누구가 아닌, 내가 그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어린 날의 내가 지금 만큼만 나를 더 알았다면 좋았으련만. 아쉬운 지난날을 돌릴 수는 없지만,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하고 발견하는 일이 왜 중요한 지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