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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Dec 16. 2018

홍콩에서 요가하기

2017년 12월, 홍콩에서 만난 아헹가 요가 

 

어쩌다 시작된 홍콩 여행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돌아오는 연말을 유나와 홍콩에서 보내기로 하고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나의 휴가 기간과 유나의 방학 기간이 엇갈려 우리에겐 함께 보내는 이틀의 시간과, 혼자 보내는 이틀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게 2017년의 마지막 단 며칠을 앞두고 나는 홍콩에 도착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1월에 시작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하루하루 일정에 쫓기며 살았다. 한치의 기대나 설렘 없이 당장 눈 앞의 일들이 걱정되어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다. 대충 있는 옷 구겨 넣고 떠난 여행이라 무얼 하고 싶은 지 생각조차 안 했는데, 단 하나, 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헹가 요가원


홍콩에서는 서울만큼이나 요가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Pure Yoga 같은 유명한 곳도 많았지만 셩완 지역의 호텔에서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아헹가 요가원 (IYCHK) 으로 갔다. 


요가를 한지 막 1년이 되었던 나는 아헹가가 그냥 센터 이름인 줄 알았다. 센터에 여기저기 걸려있던 사진 속 낯선 할아버지는 그 유명한 <Light on Yoga(요가 디피카)> 의 저자인 B.K.S 아헹가였다. 아헹가의 수련을 토대로 한 '아헹가 요가'를 수련할 수 있는 센터가 따로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된다. 


B.K.S 아헹가의 생전 모습과, '요가의 바이블' 로 불리는 그의 저서 <요가 디피카> (사진 출처: Pinterest)


호주에서 온 Tiffany 선생님이 진행하는 클래스를 이틀에 걸쳐 들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쓰는 블록이나 스트랩은 물론이고 양 벽에 고정된 로프부터, 의자, 여분의 매트와 담요까지 정말 다양한 도구를 수련 시간 내내 적극 사용했다. 빈야사나 아쉬탕가 수업을 주로 듣는 나는 흐름 없이 뚝뚝 끊기는 아헹가 요가 수련이 좀 어색했다. 굉장히 길게 한 아사나를 수행하고, 또 도구를 정렬하고, 또 다음 아사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도구 사용하는 방법도 익숙지 않아 헤매고 있으니 옆에서 보다 못한 홍콩 언니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고마웠다. 


아헹가 요가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다양한 모습 (출처:Pinterest)


나중에 알고 보니 아헹가 요가는 아사나의 정확성과 정렬, 호흡법을 중시하는 요가로, 부상 없이 정확한 아사나 수행을 위해, 또 남녀노소 누구나를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고 한다. 한 가지 아사나에서 호흡을 정말 길게 유지하는 방식이 요즘 요가원에서 가르쳐주시는 하타 수련을 할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왼쪽의 캐비넷처럼 보이는 벽이 로프가 달린 벽. 뒤의 의자도 모두 요가 수련에 사용되는 도구다. 




나마스떼, 2017년 


티파니 선생님은 10명 남짓한 수강생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계셨다. 처음 온 내 이름까지 불러주며 수련을 진행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그녀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고, 예전에 오랫동안 강의했던 이곳 홍콩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엄마, 아빠, 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 함께 수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2~30대 여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요가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요가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람들보다는 대부분 편안한 복장으로 수련에 임했다. 


이틀간 나의 낯선 이름을 불러주며 지도해준 Tiffany Hambley 선생님과


다른 나라에서 요가를, 그것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의 수련을 그것도 외국어로 한다는 건 확실히 더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움을 받아들이느라 업무로 지친 머리를 모두 비워 낸 느낌이었다. 동시에,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느라 무력해진 마음은 가득 채웠다. 잠 못 자고 비행기 타고 낯선 동네까지 오느라 뭉치고 결린 등과 어깨 근육도 한껏 풀어냈다. 



인생에서 요가를 만나게 된, 2017년의 마지막 요가 수련은 그렇게 홍콩에서.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온 한 해의 끝, 작년 연말 홍콩에서 보낸 그 시간이 떠올라 기록해본다. 이때 다짐한 것처럼, 내년에도 계속하는 내가 되면 좋겠다. 나마스떼. 






아헹가 요가원 정보 




예약방법 

이메일 info@iyengaryogahongkong.com

홈페이지 

http://www.iyengaryogahongkong.com/

찾아가는 길 

https://goo.gl/maps/qGbjqeP5iM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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