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든 지난날의 점(dots)을 이어가 보기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 연설 중 했던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야 한다는 것. 대학 중퇴 후 우연히 캘리그래피 수업을 도강했던 일이, 그때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훗날 잡스가 매킨토시에 PC 처음으로 서체를 도입하게 된 결과를 낳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페이스북이 4년 전 오늘을 알려주었다. 경복궁역 오피스텔에 자취를 하고 있던 그때의 나는 서촌에서 주로 놀았다. 통인시장 근처 길가에 꽃을 정말 눈에 띄게 많이도 심어둔 누군가의 집이 자주 나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에도 선정된 집. 세련되기보단 투박했지만 그 나름대로 예뻤다. 분명 길을 오가는 타인을 위한 마음씨일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집이었다. 지금은 듀 가르송 토분을 파는 서울의 유일한 오프라인 숍으로 훨씬 유명해진 서촌의 ‘노가든’ 에도 갔었다. 그땐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도 했다. 작은 테이블 몇 개뿐이었는데 그곳에서 받은 인상은 무척 진했다. 플랜테리어를 주제로 한 카페가 서울에 많지는 않았을 무렵이라 꼭 외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이런 공간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도.
아무튼 4년 전 오늘의 우리는 봄의 기운을 느끼며 식물을 바라보고 다녔던 것 같다. 그때 내겐 자취 기념으로 엄마가 사준 스투키와, 오빠와 함께 서촌의 다육 식물 가게에서 우주목으로 속아서 구입한 이름 모를 다육이가 전부였다. 4년 후 이렇게 집 한구석에 식물을 잔뜩 키우는 사람이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날의 그런 작은 시선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일까, 그것들이 나의 작은 점들(dots)이었을까.
2년 전 식물에 거의 미쳐있을 때만큼의 애정은 아닐지라도 어느새 식물은 삶의 작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물을 주제로 재작년 오늘의집에 올린 콘텐츠에 많은 분들이 아직도 좋아요를 눌러주시곤 한다. 이를 계기로 컨셉진에 플랜테리어 관련 작은 지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다음 주 피크닉에서 시작되는 가드닝을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에 우리 집 한 구석이 아주 작게나마 소개될 예정이라 설렌다. 서촌에서 남의 집 앞에 내놓은 화분을 보고, 내 공간에도 처음 작은 식물을 들인 경험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내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기 어렵다. 오늘의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작은 조각이 되어 미래의 내 모습을 이룰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지친 몸을 붙들고,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