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무릎 보호대를 차고 달려야 한다니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by 혜인

달리기를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수년 전 하다가 말았던 런데이를 다시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하고 나니 무릎이 아팠다. 무릎이 아픈 건 성장통 말고는 없었는데, 작년에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서 실로 오랜만에 무릎이 아픈 걸 경험했다. 물론 성장통과는 무지 다른, 무언가 잘못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좀 무서운 느낌의 감각이었다. 얼른 무릎 보호대를 구입했다.


최근 양가 부모님들의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엄마는 손목이, 시어머니는 무릎이 말썽이다. 오늘 엄마가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도 수월하지 않아 보이는 걸 보고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다.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다 믿었던 신체기관들이 하나하나 삐그덕 대기 시작하는 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거다. 막 서른하나가 된 나도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는 게 당황스러운데 이런 일이 해가 갈수록 커지며 일상까지 침해하는 건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얼마 전 노후에 관한 다큐멘터리 ‘100세 쇼크’를 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빨리 기능을 잃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청력이라고 한다. 몰랐던 사실이라 놀랐다. 음성 언어로 이야기하던 사람이 잘 들리지 않게 되면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고 소외감을 더 느낀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기가 어딘가 불편해질 거란 건 예상했지만 잘 들리지 않는 일은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없어 그저 아득하다.


얼마 전 친구와 청계천을 걸으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은 왜 건강한 시절을 거쳐 육체가 쇠퇴하는 일생을 살아야 할까. 친구는 인간의 삶이 왜 이렇게 디자인된 것인지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고, 계절에 빗대어 사람들은 인생을 위로하지만 건강만 놓고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은 겨울에서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몸과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있는데, 어쩔 수 없는 신체 기능의 저하 앞에서 나는 과연 마음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을까.


그래도 살아가야지, 당장 동네를 걷는 것도 불편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몸이 아프다 할지라도, 삶으로 내던져진 우리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서글프지만 같이 나누고, 견뎌내야지, 인간이란 존재의 본연의 고통을. 슬퍼하고 비통해하기엔 그 조차 너무 억울한 일이다. 대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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