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식물이 싫다는 말, 그 오만함에 대해

by 혜인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엔 반 옥탑 같은 공간이 있었는데, 창고로도 사용하고 식물을 기르는 온실로 썼던 것 같다.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그곳에 식물들이 진짜 많았고, 그래서 나는 그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 식물을 좋아하면 자연스레 좋아질 법도 한데 나는 통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렷이 기억나는 감정은, 식물들이 좀 무서웠던 것. 벌레가 나올 것 같은 두려움보다는 저 생명들이 살아있다는 것에 겁이 났다. 꽃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집에 3-40개의 화분과 함께 산다. 식물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냥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이 너무 좋다. 싫었던 산행마저 내발로 자처해 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꽃이 싫다는 말, 식물이 징그럽다는 말, 자연보다 도시가 좋다는 말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감히 어떻게 이 자연을 싫어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아지는 건 어쩌면,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 겸허함에서 오는 당연한 변화가 아닐지.


길가에 핀 꽃 하나하나를 예쁘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천천히 할머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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