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미래의 내가 잘 견뎌내겠지

by 혜인


오랜만에 대학 시절 친구를 만났다. 재미없는 직장인의 길 대신, 일과 삶 모두에서 자신만의 의미 있는 영역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는 멋진 친구다. 졸업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으로만 소식을 접하다 보니, 나와 다른 삶의 모습이 너무 비범해 보였다고나 할까.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좀 더 가치 지향적인 삶을 산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그녀가 어딘가 전투적이고 뾰족한 사람이 된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대학 때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고 유연한 사람이었다. 많은 깨달음과 인생의 변화가 있었겠지만, 내가 수년 전에 알던 좋은 성정은 그대로였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고, 평화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하면서도 자기의 신념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 한 마디를 해도 조심스럽고 예쁘게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여성. 쓸데없는 데 뿔을 세우고 예민하게 굴며, 타인과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는 건 실은 나인데. 괜한 오해를 했던 것 같아 반성했다.


죽음과 이별과 생의 끝이 너무 무섭다는 나의 말에, 그녀가 해 준 말이 생각난다.


“나도 죽음과 이별이 무섭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잘 견뎌내겠지, 하고 생각해”


친구다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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