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고통을 대하는 자세

by 혜인



<나만의 정화 방법을 찾기>라는 과제를 나는 막힘 없이 술술 적어내려 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는 것, 요가하고 가끔 명상하는 것, 산책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하는 나만의 루틴들이 분명히 있었기에 어렵지 않은 주제였다. 그 과제를 수업 시간에 모두가 나누었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인지 정화 방법의 결도 모두 비슷했다. 소위 말하는 '힐링' 되는 행동들.


그런데 과제를 피드백해주시며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의외였다. 사실은, 진정한 정화는 그렇게 단순히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셨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산책하기와 같은 일상이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진짜 정화는 많은 고통의 과정을 겪은 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20대 초반에 이미 삶을 통달한 것처럼 보였던, 참 영향력이 강했던 자신의 반짝반짝 빛나던 친구가 30대부터 몸이 망가져 지금까지도 아주 힘든 날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선생님은 친구가 체의 고통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깨달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하셨다. 바로 이어서 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복잡한 세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조금 더 재미있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내겐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


끝날 줄 알면서도 잠깐의 고통에도 괴로워하고, 조금의 손해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내가 고통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