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충돌
희미한 전등 아래,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도훈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입을 연다. “나는… 올바른 정치인이 되고 싶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단정했고,
변명도,
감정 과잉도 없는 말투였다.
“나라를 정말 잘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대통령이 된 거야.”
그는 서린과 한결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희생도 원하지 않았어.
누군가가 나를 이 자리까지 올리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도훈은 짧은 숨을 고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동안 서린과 한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들이 왜 여기, 그와 함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너랑 결혼 같은 걸 할 마음도 없었어.”
그의 마지막 말에 서린이 말하려 하자,
도훈은 그녀의 말을 막으며, “지나간 나라에 대한 황녀의 지지도 필요 없었어.”
그 말에 서린도 화가 나,
“그런데 왜 결혼했어? 안 한다고 해도 됐잖아.
그럼 나도… 그러니까 나도.." 서린은 말을 잇지 못한다.
도훈은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숙였다고,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맞아. 하지만 나는, 황제께서 그렇게 폐위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어.
‘폐위’나 ‘제국의 멸망’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로의 도약이고 싶었어."
도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을 거닐며,
“모든 걸 바로잡고, 그다음에… 너도 보내주려고 했어.”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런데 모든 게 엉망이 됐어. 전부.”
도훈은 희미하게 웃음 짓는다. “그래도 지난 1년간, 나는 정말 열심히 했어.”
그는 한결과 서린을 둘러보며,
“뭐가 어떻게 되든, 그냥 끝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었어.”
서린과 한결은 마치 도훈의 독백 연기라도 보는 듯,
아무 말 없이 그의 말과 행동에 집중한다.
“차라리… 너희가 더 꼭꼭 숨어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몰라.”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들을 들어 올리며, “
이런 증거 같은 거 모은다고, 다시 위험해지지 말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둘이 조용히 살지 그랬어."
도훈의 말에, 서린과 한결의 마음속에 그들이 꿈꿨던 조용한 삶의 장면이 스친다.
“그래서, 이 증거들로 뭘 할 생각이지?”
한결과 서린의 생각에 찬물이라도 끼얹듯,
날카로운 도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릴 건가? 아니면, 내 아버지를 감옥에라도 보낼 생각이야?”
서린이 입을 연다. “뭐가 됐든, 진실이 밝혀지는 것.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도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그러면 뭐가 달라지지? 몰락한 황가라도 다시 세워서
새 나라라도 만들어 보려는 거야?”
“그건—”
서린이 말을 잇기도 전에 도훈이 낮게 말을 잇는다
“어차피 오래 못 갈 황가였어.”
그의 말은 단정적이다.
“다음을 이을 황손도 없었고, 국민들도 이미 새로운 나라를 원했어.”
도훈은 서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황제께서… 그냥 스스로 내려놓으셨어도 좋았을 거야."
그 말에 서린의 표정이 굳는다. “황손이… 왜 없어?”
도훈은 반문하듯 묻는다. “넌 네 오빠가 황제가 되길 바랐다고 생각해?”
서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가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있었고,
오빠가 있었다.
그저,
그들이 자연스럽게 다음이 될 것이고,
어떤 변화된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의 모든 일들이 그녀에게 여전히 의문이고그날의 장면들은 트라우마가 되었고,
아직도 그녀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
도훈은 옆에 있는 경호대장에게 눈짓을 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간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선다.
한결의 시선이 그중 한 사람에게 멈춘다.
순간, 그의 얼굴이 굳는다.
“… 형?”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한다.
“형이 왜 여기 있어?”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다른 인물,
이틀 동안 연락이 끊겨,
한결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사람—
이현 상사이다.
한결의 형,
그리고 이틀 동안 사라졌다 나타난 이현 상사,
그리고 도훈의 독백.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희미한 전등 아래, 세 사람의 그림자만 길게 늘어진다.
얽힌 진실,
황가를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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