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지막 빛
도훈은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놀란 한결과
의아해하는 서린을 차례로 스쳤지만,
그 눈빛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
잠시 후, 도훈은,
“나는 오늘, 너희 둘, 그리고 이현 상사까지 구해준 거야.
네 형도 이곳에 데려 왔고."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구해 주었다는 말은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고,
지금은 모두가 안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도훈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땐 내가 너희를 구해줄 이유도, 구해야 할 필요도 없어.”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의 독백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내 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오늘로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은 끝났어.”
말을 마친 그는,
마치 무대가 끝난 배우처럼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간다.
밖에는 검은색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도훈이 뒷좌석에 오르자, 그 안에 윤지가 앉아 있다. “일은 다 해결됐어?”
“응.”
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이번에도 네가 도와줘서 잘 끝났어. 고마워.”
그는 피곤이 몰려오는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윤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낮게 속삭인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 쉬어.”
도훈은 눈을 감는다.
그녀가 잡아주는 손의 온기가,
그에게는 잠시나마 세상에서 벗어난 듯한 안식을 준다.
그날 밤,
도훈의 직무실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서대장의 큰아들,
서한주.
강도훈. 서한주.
그리고 황세손 주서원.
그들은 같은 나이의 친구였었다.
특히 황자비와 근위대장의 부인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였었다.
서로 전혀 다른 자리에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깊이 의지했다.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같은 해에 임신했고,
같은 해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자랐다.
둘은 늘 붙어 다녔고,
커 가면서, 서원은 한주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는 그런 진짜 속마음.
특별하게 사는 삶이 불편하고 어렵다는 남들은 모르는 그의 진짜 감정.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사는 것이 숨 막힌다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늘 꿈꾸며, 진취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도훈과는,
과연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가,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인가
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었다.
도훈은 그런 서원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원이 황세손 답지 않게,
새로운 생각을 꿈꾸고 고민하는 젊은 청년처럼 느껴져서
그와 나누는 세상 이야기가 좋았었다.
지금 도훈이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에도,
그와 나누었던 대화의 조각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꿈 꾸고 바라보는 세상과는 달리,
윗세대의 세계는 음모와 음해로 가득 차 있었다.
‘새 나라’로의 전환은, 황제의 폐위라는 이름 아래 잔혹하게 이루어졌고,
황제의 가족들은 사고사와 돌연사라는 이름으로 차례로 사라졌다.
한주는 가장 사랑했던 친구를 잃은 슬픔과
그의 죽음 위에 세워진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외국으로 떠났다.
나라를 떠났고,
집을 떠났고,
과거에 좋았던 날들에서 떠났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윤지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윤지는 그동안 강문헌과 그의 측근들 중 하나가 되어,
나라와 새 대통령 도훈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서린의 납치 사건,
한결과 관련된 스캔들,
그 모든 것이 강문헌, 윤견호, 박진서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윤지가 원했던 나라는
그런 음모와 거짓 위에 세워진 나라가 아니었다.
그녀는 한주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황제가 폐위된 진짜 이유,
사고가 아니라 살해였다는 진실까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한주는 결심했다.
억울하게 사라진 친구를 위해,
그리고 함께 꿈꿨던 나라를 위해.
귀국했고, 도훈을 찾았다.
도훈 역시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결과 서린을,
그리고 잡혀 있던 이현 상사를 구해냈고,
그들 앞에 한주까지 데려온 것이다.
잠시 잠에서 깬 도훈이, "그런데… 넌 어떻게 이 모든 걸 알게 된 거야?”
윤지는 잠시 창밖을 보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알고 싶지 않아도… 너무 많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되는 일이 있고,
때로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도 이미 가담되어 있는 일들도 있고."
도훈은 윤지가 어떤 것들을 감당하며 살고 있는지 안다.
그런 그녀가 그와 비슷한 거 같고,
감당해야 하는 그 무게도 알기에
그녀와 더 가까워졌고,
지금도 서로 함께 있는 것이다.
도훈은 윤지의 어깨에 기대었던 머리를 들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손끝으로,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쓸어내리다,
입을 맞춘다.
차 창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다.
진실을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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