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하나, 없는 곳..

진실을 기다리는 사람들

by Hye Jang


대통령 전용기는 밤하늘을 가르며,

대양민국을 향해 날고 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마치,

별들이 땅 위에 흩뿌려진 것처럼 반짝인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너무 멀게 느껴진다.


기내는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질 만큼 조용하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대통령 강도훈.
도훈의 오래된 연인이자 정부의 핵심 간부, 그리고 대변인인 윤지.
마지막 황녀이자, 대통령의 전 부인, 서린.
대양민국 군 대위, 그리고 황실 근위 대장 한결.
마지막 황자의 절친한 친구 이자, 한결의 형 한주.

그리고 이현 상사까지.


여섯 명이 같은 공간에 앉아 있지만,

서로 나눌 이야기도 없다.


다만,

각자의 머릿속에는 같은 질문이 맴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훈은 그들을 대통령 경호원으로 위장해 귀국시키고 있다.
어디까지가 책임이고,

어디서부터가 선을 넘는 일인지,

더 이상 분명하지 않게 느껴진다.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편이 된 것 같은 기묘한 착각도 든다.



전용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는다.

엔진의 낮은 진동이 바닥을 타고 발끝까지 전해진다.


환영도, 공식 행사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밤 비행이었지만,

공항 주변은 이미 취재진의 불빛으로 가득하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윤지가 먼저 내려선다.


윤지는 이 귀국이, 누군가의 귀환이 아니라,

전쟁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하지만,

익숙한 목소리로, 빠르고 정확하게,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귀국 소식을 브리핑 한후,


“대통령께서는 경미한 몸살 증세로 인해 오늘 공식 인터뷰는 어렵습니다.”

라고 말을 마친다.


잠시 뒤,

마스크를 쓴 도훈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양옆에는 같은 마스크를 쓴 경호원들이 선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네 명.


도훈은 짧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곧장 차량에 오른다.


차는 두 대로 나뉘어,

한 대는 대통령 관저로,
다른 한 대는 중간에 순두부찌개집으로 향한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불이 낮게 켜진 방 안에는, 이미 준비된 작은 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순두부 가게 주인은 말없이 자리를 내주고 물러난다.


그제야,
서린과 한결, 한주, 이현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다.


한결은 가지고 온 가방을 열어,

지난 1년 동안 모아 온 자료들을
탁자 위에 하나둘 펼치며,

혹시 분실된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종이 위에 남은 기록들.
손으로 남긴 메모들.
지워지지 않는 진실의 조각들.


서린은 문득, “그런데… 왜 아무도 컴퓨터를 쓰지 않아?”라고 묻는다.


그녀의 말에 한결이 웃음을 지으며, “여긴 인터넷이 안 돼.”


"인터넷이 어떻게 안돼? 대양민국에 그런 곳이 있어?"


“지도에도 없고, 전화번호도 기지국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서린이 놀란 듯, 한결을 쳐다보자, 그는 말을 잇는다.

“이곳은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곳이야.”


서린은 그제야 이해한 듯, 짧게 숨을 들이켠다.


“아… 그래서 근위대장과 황제만 아는 곳이라고…”


“응.” 한결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도 대대로 근위대 출신이시지만,

국가에는 등록되지 않은 분들이야.”


“그럼… 어떻게 생활을 하고 계셔?”


“이 집 자체가 유령 같은 곳이라 세금도, 공과금도 없어.

필요한 자금은 따로 유통되는 경로가 있고,
병원은 근위대 병원을 이용하셨고."


한결은 잠시 서린을 바라보다, “네가 돌아온 뒤로, 이곳도 다시 문을 열었어.”


서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면 알수록, 그녀가 몰랐던 세계가 드러난다.


그때, 한주가 입을 연다.

“한결아. 모든 근위대에 이미 연락은 끝났어.”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준비만 되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움직일 거야.”


서린은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황제.
황녀.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주가 다시 말한다. “황가의 억울함을 풀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게 되는 거야.”


한주는 혈육만큼이나 가까웠던,

소중하고 애틋했던 친구, 황자 서원을 떠올린다.


서린은 핏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희망을 가져 본다.


한결은 어떤 또 다른 위험이 닥칠지

여러 경우의 수를 이현과 조용히 상의한다.





그들은 다시 같은 땅에 섰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함께 하세요.


#로맨스 #감정지는 #드라마 #영화 #정치스릴러 #액션 #가상국가 #연재소설

이전 16화침묵 속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