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진실

그림자 속에 가려진 그들의 이야기

by Hye Jang

순두부찌개집에 불이 난 지 사흘이나 지난 후,

도훈은 윤지를 통해 그 소식을 듣는다.


그들이 머물던 곳은 모두 전소되었고,

사망자도,

사상자도 없는

유령 같았던 곳은 유령처럼 사라졌다.




그날 밤,

문헌의 서재를 찾은 도훈은,

“아버지… 왜 그러셨습니까?"라고 묻는다.


문헌은 도훈이, 하셨나? 안 하셨나?라고 묻는 대신,
‘왜?'라고 물어서 이미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짐작한다.


그래서 그는 부정하지 않고,

“그래. 내가 했다.”라고 담담히 말하며,

마시고 있던 위스키 잔을 내려놓는다.


문헌의 담담한 반응에 도훈은 할 말을 잃고, 그를 잠시 바라본다.


“이미 무너지고 있던 황실을, 내 손으로 정리했고,

그 위에 새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넌 그런 나라의 주인이 되지 않았니.

여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지?"


"아버지.. 그런 말이 아니란 걸 아시잖아요."


도훈은 문헌을 존경했고, 아버지 이면서도 그를 그의 삶의 본보기로 삼았었다.

그가 믿고 따르던 아버지의 이면에,

그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짓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훈은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라, 몸까지 떨린다.


"정의 사회 구현 같은 명목이라도 있어야 하니?"


도훈은 고개를 세게 좌우로 저으며, 분노에 찬 마음을 억누르며,

“아니요. 정의 사회 구현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지 않으셨어야지요.

아버지와 그 두 분이 저지른 비리를 전 황제에게 뒤집어씌워,

황제의 나라를 무너뜨리지 말았어야 했고,

그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지 말았어야 해요.

이건... 이건.. 정의다 정의가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살인이라고요. 아버지."


문헌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어차피 사라질 황가였어."라고 여전히 담담하게 말한다.


“그럼 그냥 지켜보셨어야죠.”


“황제가 어떻게 했는데. 내 가문과 나를 이용해 그 자리를 지키면서

늘 나를 견제했고, 언제든 우리를 쳐낼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의 목소리는 살짝 흥분된다.

“우리는 그저 우리와 우리의 가족들을 지키려고 그런 것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하신 일이에요."


“우리도 용서를 구했지. 아니 구걸했다는 표현이 맞아.

무릎을 꿇고 정말 이번 한 번만 용서하고 살려 달라 빌었다.

그런데 그분은 이 때다 싶어 우리를 모두 내치려 하셨어.

그런데도 내가 가만히 당했어야만 하니?

우리 모두, 모든 걸 잃고 죽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어?"


“황제께서는 그렇게 까지는 하시지 않으셨을 거예요."


“이보다 더 하셨을 분이다."


도훈은 문헌의 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그는 대서양 제국의 역사와 유산을 그동안 자랑스러워했다.

여러 사건들로 몰락한 황가로 황제의 시대는 끝이 났었지만,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황제들을 또한 존경했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 롭고,

옳은 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잠시 후, 도훈은,

“그런데 서린이에게는 왜 그러셨어요?

아버지의 계획대로 다 이루셨잖아요."


문헌의 시선이 잠시 흔들린다.


“… 그게 내 실수였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그냥… 같이 보냈어야 했어.”


“아버지!”


도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언성을 높인다.


문헌은 차분하게,

"이제 다 끝났어. 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 전처럼 살면 돼.

넌 나라를 사랑하는 대통령 이잖니."




같은 시각,

윤지는 진서의 서재에 있다.


“그래서? 내가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 몰래 도훈을 도왔지?”


윤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한 번도 진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네가 할 일은 지금처럼 대통령 옆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 멋대로 행동한 건 이번까지야.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지금까지 그랬듯 내가 지시하는 대로 하면 돼.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고,

넌 그의 부인이 되는 것이 나와 이 가문을 위한 것이다.

그게 네가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고. 알았지?"


윤지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윤지는 입양된 박진서의 딸이다.


진서는 그녀를 딸이면서, 그의 측근으로 키웠다.


황제의 손자,

문헌의 아들,
근위대장의 아들들.


그들 사이에서
‘딸’은 유용한 패가 될 것 같았다.


황제의 손주는 죽고,

근위대장의 큰 아들은 사라지고,

진서는 윤지에게 문헌의 아들 도훈과 가까워지라고 했다.


윤지는 입양이 되어 기뻤었다.
가족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서에게 가족이 아니었다.

차라리 직원이었다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진서가 시키는 대로 했고,

진서의 맘에 들도록 열심히 했다.


하지만, 가족은 능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훈을 만나면서

그가 좋아졌고,

목적을 가지고 그를 만나는 것이 힘들어졌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이 다가올 때쯤,

윤지는 도훈에게,

처음으로 그녀의 출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에게 왜 다가갔는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잠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도훈은,

“어른들 생각은 역시 구려."


그리고는

"네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 널 만났을 거야."

라며 고백하듯 말했다.


윤지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응시했었다.


그때, 도훈은 윤지를 처음으로 안으며,

"나랑 계속 만나 줄 거지?”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날이 둘에게 친구에서 연인이 된 날이었을 것이다.





드러난 진실...

진실 속에 담긴 고통..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해야 하는 사람들.

선택의 끝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관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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