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로

지하에서 시작된 선택....

by Hye Jang

한결과 이현은 그들이 이곳을 찾아낼 거라 이미 짐작했었다.


먼 나라에 숨어 있던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의 방식을 역이용했다.


주소도 없고,
위성에도 잡히지 않고,
인터넷조차 닿지 않는 장소.

그 ‘없음’을,

일부러 노출시켰다.


미디어와 정보의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한,

박진서가 이 미끼를 물기를 기다렸다.


역시나,

진서는 이곳을 찾아냈고,

예상했던 대로 이곳을 찾아왔다.


한주는 그가 설치해 두고 간 카메라 앞에 일부러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은 순두부찌개집 안에 숨겨진 지하 비밀 통로로 사라졌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순두부찌개집은 불길에 휩싸인다.


서린은 그 소식에 할 말을 잃는다.

이토록 잔인한 일을,
이렇게 빠르고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 그들이 두렵다.


한결은 그런 서린의 기색을 눈치채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가자.”라고 말한다.


지하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어,

차 한 대 정도는 달릴 수 있을 만큼의 도로가 이어져 있다.


정신을 차린 서린이 숨을 삼키듯 묻는다.
“여기가… 어디야? 지하에 이런 길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대기 중이던 지프차에 모두가 올라탄다.
이현이 운전하고, 한주가 조수석에 앉는다.

그 뒤에 서린과 한결이 나란히 앉는다.


한결은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으며, "걱정하지 마. 가 보면 알아.”


지하 도로를 달린 지 약 사십오 분쯤 지났을까.

차가 멈추자,

모두 내린다.


한결은 여전히 서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으며, “조금만 걸어가면 돼.”


이현과 한주가 말없이 앞서서 걷는다.


곧,

들어올 때와 비슷한 계단이 나타난다.


한결이 멈춰 서서 서린을 마주 본다.

“서린아. 저 위는… 황궁이야.”


“황궁?”


“응. 이 지하 통로는 황제의 방과 연결돼 있어.”


서린의 숨이 잠시 멎는다.

“그럼…."


“황제께서는 이 길을 따라 그 순두부찌개집에 가셨던 거야.”


그제야,

흐릿한 기억 하나가 서린에 머릿속에 떠오른다.


할아버지와 함께 갔던 그곳.
매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던 밤.
당연히 차를 타고 갔던 장소였다.

하지만, 그 길이 지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기억나는 것 같아…”
서린의 목소리가 떨린다.


“할바마마 침실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거길 갔었어.

그런데… 이 통로는 잊고 있었어.”


한결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날, 황제의 가족분들을 이 길로 안전하게 모시려고 하셨대.

아버지께서 이곳에 먼저 오셔서 기다리셨지만,

오지 오지 않으셔서 나가보니, 이미 사고가 난 뒤였다고 하셨어.”


서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맞아. 이제 기억나. 나는 여기 먼저 와 있었어.

그러다 다시 황궁으로 갔는데,

가족의 소식을 들었고,

그다음에 깨어 보니 강문헌의 집이었어."


그래서 서린은 그녀가 왜 가족들의 대한 악몽을

지금까지 꾸고 있었는지 이제 깨닫는다.


지하.

지상.

가족의 죽음에 대한 소식.

그리고 잊힌 기억들.

하지만 마음에 남은 고통들.


“서린아.”
한결이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이제 네가 결정해야 해.”


서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본다.


“이 계단 위로 올라가, 모든 걸 바로잡을지. 아니면… 다시 돌아갈지.”


서린은 눈을 감는다.




증거를 모으며,
그녀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받아 들일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부분은

이미 황가는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황가는 구시대의 산물로 전략하고 있었고,

황가 또한 이렇다 할 존재의 명목을 오래전부터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황제가 모든 걸 내려놓고
새 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조상들이 지켜온 가문을 그의 손에서 끝내고,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서린의 아버지인 황자는 심장에 문제가 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린은 아버지의 얼굴이 왜 늘 창백하고,

작은 활동에도 힘들어하셨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서린은 이제야 그 사실을 알고 그녀의 심장이 아플 만큼 고통스러웠었다.


오빠인 황손은 이미 황제가 되기를 거부해,

황제와 황자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황실 내부의 갈등과 균열.


그 틈에서
강문헌과 진서, 견호의 비리가 드러났고,


황제는 그들을 내쳐 황실을 지키려 했다.


그 선택이,

문헌과 그들에게는 황제를 몰아낼 명분이 되었다.


오해와 배신,
불신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비극의 역사가 된 것이다.


‘바로잡는다’는 건,
서린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에게 숨겨온 황자의 병.
이미 몰락을 예감하고 있었던 황손의 선택.

이 모든 사실을 세상 앞에 꺼내놓아야 한다.




“서린아.”

한결이 다시 그녀를 부른다.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난 너와 함께 할 거야.”


서린은 생각한다.

만약 돼돌아간다면,

그녀는 어떻게 될까?
한결의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녀는 여전히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후회와 자책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결은 그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불안과 경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 계단 위로 올라간다면,

서린 역시 심판대에 서야 한다.


‘그때 전 겨우 여덟 살이었어요. 아무것도 몰랐어요.

지금도, 갑자기 돌아온 황녀가 되고,

대통령의 부인이 되었지만, 제 의도는 아니었어요.'


그런 말로는, 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몰랐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린은 황녀였고,
새 나라가 세워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뒤에 서서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지키고,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올라갈게.”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하다.


“저 계단 위로. 세상으로 나가… 바로잡을래.”


서린이 한결의 손을 먼저 잡으며,

“이번엔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하며 미소까지 짓는다.


한결은 그녀의 미소뒤에 감추어진, 슬픔, 고통 그리고 책임감도 마주한다.




더 이상 숨지 않는 서린의 결정,
지상에 오르는 순간, 모두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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