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진실들...
서린은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한 발,
한 발.
마치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선을 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먼저 올라간 이현이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는다.
두꺼운 나무문은 무겁게,
그리고 천천히 열린다.
그 너머로 황제의 침실이 보인다.
서린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밀려온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웃고 있던 모습,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의 따뜻함이 묻어있던
그녀에게는 그저
‘집’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그녀가 짊어진 역사와 황실에 대한
진실의 무게는
기억 속의 따뜻함과 너무도 대비되어
숨이 막힐 만큼 고통스럽다.
그때,
황제의 침실로 순두부찌개집주인과
여러 명의 근위대가 들어온다.
주인은 이미 가게를 빠져나가
근위대에 이들의 계획을 알렸었다.
한결이 서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황궁 뜰에… 모두 기다리고 있어.”
서린은 준비되어 있던 정장으로 갈아입고
황실의 긴 복도를 따라 걸어 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길이다.
황실 앞 광장에는수많은 근위대가 정렬해 있다.
서린이 층계 위 준비된 단상 위에 서자,
광장의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진다.
이미 도착해 있던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진다.
그 모습은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중이다.
“저는 주서린입니다.
대양 제국의 마지막 황녀이며,
한동안은 초대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말을 잇는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먼저 황실에 대한 진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대양 제국은 황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숨죽인 웅성임이 번진다.
“제 아버지이신 황자께서는 심장 질환을 앓고 계셨고,
심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계셨지만
그 생명이 그리 길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서린은 잠시 말을 멈춘다.
가족의 이야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를 아신 황제께서는, 황손을 황자 대신 황제로 세우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황손은 황제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황자께서도 여러 차례 새 나라로의 전환을 황제께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황제께서는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셨습니다.”
같은 시각.
서린의 발언이 방송되자
강문헌, 윤견호, 박진서는 대통령 직무실로 몰려온다.
그러나 그곳에는
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군인들이 직무실로 들이닥친다.
세 사람이 뭐 하고 말할 틈도 없이
세 사람을 제압하고, 의자에 앉힌다.
직무실의 TV 화면이 켜진다.
의사당 앞에 선 도훈의 모습이 비친다.
“저는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 강도훈이 아니라,
역사의 왜곡 속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한 사람의 아들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문헌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곧 군인들에게 제지당한다.
도훈은 말을 잇는다. “제 아버지 강문헌 님은 대양 제국 당시 고위 관료였습니다.
박진서 님, 윤견호 님 역시 모두 황실과 국가의 핵심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황실의 재정을 이용해 횡령을 저질렀고,
국고를 개인 자금처럼 사용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전 황제께서 그들을 처벌하려 하자,
세 분은 모든 죄를 황제께 덮어씌우고 황실을 몰아냈습니다.”
도훈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의 입으로 아버지의 죄를 밝히는 고통을
삼키듯 견딘다.
다시 화면은 서린에게로 돌아온다.
“이 모든 일은, 구시대와 새 시대가 올바른 전환점을 찾지 못한
엇갈린 역사의 비극입니다.
황실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아름다운 역사라 전승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황실 내부의 진실을 숨긴 점도 깊이 사죄드립니다.”
다시 도훈의 모습이 화면에 비친다.
“황실과 국가 재정에 대한 비리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황실을 모함으로 몰아내고
그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 역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화면에는
군인들과 검찰이 문헌, 진서, 견호를
연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된다.
다시, 서린과 도훈의 모습이 나란히 화면에 잡힌다.
서린이 말한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마지막 황녀의 자리도,
새 대통령의 전 부인이라는 자리도
모두 내려놓겠습니다.
대양 제국의 마지막 황제를 역사 속의 한 시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깊이 고개를 숙인다.
화면에는, 지난 황제와 그의 가족들의 사진이 차례로 비친다.
사람들은 비로소 황실에 품고 있던 오래된 오해를 내려놓고,
그들이 지켜온 시간의 무게를 생각한다.
다시 화면에 도훈이 선다.
그의 모습은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고 차분해 보인다.
“저는... 오늘 대통령직을 내려놓겠습니다.”
도훈의 말에 대통령 행정부원들이 도훈의 말을 제지하려 하자,
그는 손을 들어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제지한다.
“여러분들이 선출해 주셨고, 여기 함께 서 계신 분들의 도움이 컸지만,
제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과
그 뒤에 감춰진 모든 일들은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도훈은 잠시 숨을 고른다.
"앞으로의 국정은 부통령께서 맡아주실 것입니다.”
그 역시 고개를 숙인다.
한 사람은 황궁에서,
한 사람은 의사당 앞에서.
왜곡과 거짓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역사와 현재 속에서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화면이 꺼진다.
잠시, 침묵.
서린은 아무 말 없이 황궁 위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의사당 앞에 남은 도훈은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다.
진실이 밝혀진 세상은
또 다른 혼돈과 갈등 속에 놓인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세상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난 자리에서
그들은 다시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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