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네 분의 부모님들
방송국에서는 재료도 좀 사고, 쉬라는 의미로
이틀의 시간을 주었다.
조연출 강기원이 새로 업데이트된 내용과
준비해야 할 재료 목록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간다.
아버지는 나와 밤에 즐기는 술 한잔을 좋아하시고,
엄마는 나와 함께 가는 시장을 즐기신다.
엄마는 오늘도 여러 나물을 사신다.
엄마는 나물 요리를 정말 잘하신다.
적당한 익힘,
알맞은 식감과 질감,
각 나물의 풍미를 살리는 양념.
나는 엄마가 해주신 나물을 먹을 때마다 묻는다.
“엄마, 이 나물은 얼마나 삶으셨어요?”
엄마는 늘 이렇게 대답하신다.
“적당히. 색깔이 푸릇푸릇하면 돼.
이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되고,
이건 좀 푹 삶아야 해.”
“그럼 양념은 얼마나 들어간 거예요?”
“소금 조금, 마늘도 적당히 넣고,
참기름 한두 바퀴 돌리면 돼.”
엄마의 요리에는
계량스푼도, 저울도, 타이머도 없다.
하지만 엄마의 손끝에서 나오는
나물 맛은 정말 끝내준다.
나는 방송국에서 준비하라고 한 재료들을 다시 검토하며
무슨 요리를 만들지 생각한다.
견과류 같은 고소함이 있고 버터와 잘 어울리는 Ossetra Caviar,
클래식하지만 맛이 강한 Beluga Caviar,
그리고 미국에서 자주 사용했던 Kaluga Caviar.
세 종류의 캐비어를 고르고,
지방 함량 82~82.5%의 유러피언 스타일 무염 버터도 함께 산다.
엄마와 외국 식재료를 파는 상점에 가니
엄마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며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결국 몇 가지를 직접 고르셔서 구매하신다.
엄마가 근처에 맛있는 카페가 있다며 가자고 하신다.
차와 베이커리를 사서 함께 먹는다.
엄마는 차 종류와 빵을 설명하시며
왜 이 카페가 맛집인지도 알려주신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SNS도 하고, 엄마 티 모임 하는 분들이랑
알아내서 같이 오기도 해.
우리가 알아낸 티랑 베이커리 맛집이 전국 곳곳에 있어.
너랑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너 방송국 일 끝나면 같이 여행이라도 갈까?”
“네. 그렇게 해요, 엄마.”
“그래. 너 어릴 때 기억나지?
엄마랑 아빠가 너 데리고 여행 많이 다녔는데.”
“그럼요.
주중에는 집에 있다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어떤 날은 강원도, 어떤 날은 부산,
어떤 날은 포항, 어떤 날은 군산이었죠.
금요일 밤에 어떻게 그렇게 운전해서 다니셨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너는 차 뒤에서 자고,
나랑 아빠가 두 시간씩 교대 운전하면서 갔지.
금요일 밤에 가야 토요일부터 놀 수 있으니까.
그때가 진짜 나랑 네 아빠의 불타는 금요일이었어.”
부모님은 두 번의 유산 끝에
이제는 아기를 갖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나를 입양하셨다.
나의 생모는 보호시설에 있던 열여덟 살의 임산부였고,
같은 보호시설에서 만난 아기 아빠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했다.
어리지만 둘은 아이를 잘 낳아 기를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어린 부부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의 생부는 아기가 태어나면 필요할 것들이 많다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어느 날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여러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생모는 하나뿐이었던 남편을 잃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겠다고 결심했고,
나를 출산하던 날,
양수 색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입양을 결심한
지금의 부모님이 보호시설에 오셨고,
엄마가 나를 안았을 때
갓난아기였던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바라봤다고 한다.
“내가 너 엄마 할까? 그렇게 해도 돼?”
그렇게 말하자
내가 웃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지금의 부모님의 아들이 되었다.
그들은 내가 알아들을 나이에,
입양 이야기와,
생부, 생모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가끔 생모와 생부를 생각한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과 헌신,
짧았던 생애,
그리고 생부가 세상에 남긴 또 다른 생명들.
나에게는 그들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있다.
볼록한 배 속에는 내가 있었다.
“원아, 빵 좀 더 사서 갈까? 아빠도 드시게.”
“네, 엄마. 여기 카드요.”
“오, 아들 카드. 너무 좋은데.
동네 아줌마들 드릴 것도 사도 돼?”
“그럼요, 그럼요. 마음껏 쓰세요.
오늘은 제가 이 베이커리 플렉스 할게요.”
“어쩜 너는 아기 때 웃던 모습 그대로니.
나이가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눈망울이랑 웃는 모습이 그대로야.”
본 적은 없지만 내 몸에 남아 있는 그들의 사랑,
그리고 지금 나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부모님.
나는 네 명의 부모님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다.
송원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
다음 회는 드디어 다시 시작된 요리 경연 대회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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