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되는 얼굴들
오늘 아침 방송국에 가는 마음은
첫날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든다.
이왕이면 우승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도 있다.
“잘 다녀와.”
“재밌게 해. 재밌게.”
방송국에 가면 먹을 것이 많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엄마는 “이런 걸 먹어야 손이 편하고 든든하지”
하시며 도시락을 싸주셨다.
아마 내가 중, 고등학교 때
해주지 못하신 걸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으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부모님의 열렬한 응원과 도시락을 들고,
마치 대입 시험을 보러 가는 수험생처럼 집을 나선다.
집 앞에는 방송국에서 보낸 택시가 와 있다.
첫날처럼 아이스박스와 검은 가방을 들고 차에 오른다.
방송국에 도착하니 스태프가 나와 있고,
이번에는 안대를 씌우지 않는다.
그렇게 아침 두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30분 후에 녹화가 시작된다고 안내를 해준다.
오늘은 다른 셰프들의 얼굴도,
심사위원들의 얼굴도 볼 수 있다.
궁금하고 설레고, 또 긴장된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태프가 와서 이번에는
이름이 불리면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별다른 지시사항이나 가이드는 없다.
내 이름이 불렸는지 스태프가 나오라고 한다.
대기실 통로를 걷는 순간부터 카메라가 찍기 시작한다.
어색하고 긴장해서 팔과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이상하게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카메라 감독님은 아무 말 없이 찍으신다.
경연장 앞에는 문이 있고,
턱시도를 입은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문을 열어준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전의 조리대로 가득했던 홀에,
둥근 스탠드 테이블들이 곳곳이 놓여있는 것이
마치 파티장 같다.
이미 몇 명은 테이블 앞에 서 있다.
내 이름이 소개되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자리를 찾아
서 있으라는 안내가 흘러나온다.
나는 놀라고 당황해
주변 사람들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듯 인사를 하며,
내 이름을 찾는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테이블 사이를 여러 번 지나다닌 후에야
겨우 내 이름을 찾아 테이블 앞에 선다.
벌써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그 뒤로 몇 명이 더 호명되어 들어오고,
사회자가 말한다.
“이제 3라운드까지 올라오신 셰프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셨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는 반갑게 인사하고,
나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악수하며 통성명을 한다.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심사위원분들도 소개하겠습니다.”
단상 위 스크린이 천천히 올라간다.
먼저 신발이 보이고,
이어서 다섯 명의 얼굴이 드러난다.
두 명은 각자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요리 연구가, 먹방 유튜버가 차례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
차가명가 차진우 대표는 요식업 CEO로 참여했다.
대결 전에 간단히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라는 안내가 나온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앞에 놓인 디저트와 음료를 집어 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잠시 뒤, 성격 좋아 보이는 셰프 몇 분이
먼저 테이블을 돌며 말을 건다.
그렇게 조금씩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심사위원들도 단상에서 내려와 셰프들과 인사를 나눈다.
“역시 라운드에 진출했구나. 잘했어.”
차가명가 차진우 대표가 먼저 말을 건다.
“저도 대표님이 여기 심사위원으로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잠시 후,
30분 뒤 요리 대결이 시작되니
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모두 대기실로 이동하고,
경연장은 다시 주방 도구들로 채워진다.
이번부터는 주제 요리다.
각자의 분야에 맞게
주제에 맞는 요리를 만들고,
심사위원들이 각각 채점한다.
그리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셰프부터
탈락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가 나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조리대에 선 셰프들의 얼굴들이
나와 다르지 않게 모두 긴장으로 가득하다.
사회자가,
“자, 이제 요리의 주제를 공개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단상 위 스크린에 글자가 나오자,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온다.
어이없다는 표정도 보인다.
나도 그 화면을 바라본 채
숨을 고른다.
대결 요리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함께 하세요.
#SoulFood #요리와사랑 #연재소설 #감성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