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진이 라함이 있던 곳에서 나와, 보연당으로 다시
돌아오니 나가기 전 라단이 불러오라던, 하갈과 마하
셀이 와 있다. 라단은 그날 이후, 반년이 넘는 시간 동
안 하갈과 마하살을 만나지 않았다. 오늘 그들을 불러
그동안 그가 사울진의 의심을 피하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왕으로 있어야 했던 것, 레첼의 죽음과, 라함을
도망시킨 일, 그리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사엘이 주고 간 단추, 카야의 두 병사 호와 이왕 그리고
이제 그들이 돌아온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라단의 말
에 하갈과 마하살은 그동안 원망 하고, 불안했던 일들
에 울고, 그들이 돌아왔다는 것에 기뻐했다.
웃으며 떠들던 이들이 사울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말을 멈춘다.
하갈이 자리에서 일어나, 라단을 보며, “그럼, 말씀하
신 대로 제가 맡아서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라단
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마하살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럼 다음 주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라단도 같이 둘러앉아 있던 탁자에서 일어나며, “여기
오시는 마음이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와주시고, 또 제
제안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라단의
말에 하갈과 마하살이 대답 대신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사울진이 그들을 보며 말한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됐는데, 서로 인사는 나누시지요.
라단왕께서 두 분께 말로 다하지 못할 은혜를 베풀고
있지 않으십니까?”
라단이 사울진을 막아서며 말한다. “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하갈이 사울진을 매섭게 한번 쳐다 보고는, 할 말도 없
다는 듯, 마하살과 함께 보연당을 나선다.
라단이 사울진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왕의
자리로 돌아가 앉자, 사울진은, “저들의 태도를 좀 보
세요.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이 나라와 왕을
헤아려할 계획을 하고 있을 겁니다. 왜 그런 자들을 옆
에 두려 하시는 것입니까?”라고 말하자, 라단은 대꾸
도 없이 책상 위에 놓인 종이들을 훑어보더니 잠시 후
사울진을 보며 말한다.
“사람들이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 생각하
지 마세요.”
“네?”
“저분들은 이곳에 사는 이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에게
닥친 상황에 복수도 하고 싶을 수 있고, 나를 해하고 싶
을 수도 있겠죠.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저분들에게는
당연합니다. 지파를 잃고 가족을 잃었으니까요. 하지
만 저분들은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길 바라십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이
나라 사람들을 잘 지켜 준다면, 저분들도 이 나라를 위
해 도움 되는 일들을 하실 거예요.”
“그래요? 그래서 무엇을 맡기 셨습니까?”
“하갈수장님께서 마데라 쪽 상권을 맡아서 관리하실
겁니다. 그리고 마하셀수장님과, 하갈 수장님은 수장
님으로 계속 불리실 것이고요.”
하갈에게 마데라를 돌보라 한 것은, 사울진의 눈을 피
해 그들을 만나고 연락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장이요? 그리고 하갈이 마데라의 상권을 맡는다구
요?”
“네. 얼마 전에 마데라를 둘러보니, 상점 주변, 상인들
끼리의 거래, 사고파는 물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듯했습니다. 상권을 잘 관리해야, 서로 다툼도 없고 또
한 상권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데라를 다녀오신 겁니까?”
사울진의 물음에 라단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하더니,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제 주변에 사람이라도 붙여 놓
으셨습니까? 왕 주 변을 감시하신 거예요?”라고 언성
까지 높이며 말한다.
라단의 말과 행동에 사울진이 당황하여, “아닙니다. 그
런 뜻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라단이 왕의 의자에서 일어나, 층계를 내려와서는 사
울진을 보고 마주 선다. “그럼 무슨 뜻으로 하신 겁니
까? 아버지."
“그게 다 왕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일들입니다.”
"왕을 감시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것입니까?"
"감시라니요. 보호입니다."
"은밀히 몰래, 뒤조사를 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감시
입니다. 아닙니까? 무엇을 알고 싶으셔서 제 뒤에 사람
을 붙이 셨습니까? 저를 못 믿으시는 것입니까?"
"못 믿다니요. 그런 뜻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보호입
니다. 아비가 아들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
습니까.”
“아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면 저는 안전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울진이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서 있자, 라단은 다시
층계를 올라가 왕의 의자에 앉는다. 둘 사이에 잠시 침
묵이 흐른다.
잠시 후 사울진은 길게 한숨을 내 쉬고는, "걱정이 돼
서, 아비로서 걱정이 돼서 그러는 것입니다."
"감시하는 것과, 염려가 되어 보호를 하는 것은 다릅니
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가 걱정이 되신다면 , 제가
저 두 분 수장님들과 함께 일하려 할 때 저를 도우셔야
지요. 제가 지금은 나라일에 더 집중을 하고 있으니, 혼
사 할 때가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아버지께서는 그
것을 도우셔야지요. 저를 이 자리에 앉혀 놓으시고, 제
주변에 아버지 사람들을 붙여 아버지의 눈과 귀가 되
어 제가 뭘 하는지 어딜 가는지 감시하시면서 아버지
뜻대로 마음대로 하시는 것이 걱정과 보호입니까?"
라단의 말을 들은 사울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알겠습니다."
라단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아버지 사
울진이 한 일은 아버지 라도 용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라단에게 사울진은 늘 감사하고,
멋지며,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라단은 사울진을 존
경하고 사랑했다. 왕이라는 자리에 앉아, 아버지를 신
하처럼 대하고, 때로는 적으로 대하는 이런 관계와 상
황들에 가슴이 아프다.
“오늘은 많이 피곤하신 듯한데 저도 이만 가 보겠습니
다."라고 사울진이 말하고는 보연당을 나간다.
보연당 밖에서 기다리던 웃날이 사울진이 나오자, 그
의 뒤를 따라 걷는다. 사울진의 마음이 복잡하고 어수
선하다. 귓가에 조금 전 라단과 하갈, 마하살이 웃으며
떠들던 소리가 들린다. 그런 마을에서도 뭐라도 해 보
겠다며, 희망을 가지고 사는 라함의 얼굴도 떠오른다.
걸어가는 길에 연못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본다.
“괜찮으십니까?”라고 웃날이 묻는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
“네?”
“내가 괜찮아 보이는가? 괜찮지 않아 보이는가?”
“라함 일로 마음을 쓰신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곧 행방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연못을 바라보던 사울진이 몸을 돌려 웃날을 보며 말
한다. “오랜만에 약초나 캐러 가볼까?”
“네? 갑자기 약초는?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제가 다녀
오겠습니다.”
“지금은 괜찮지 않고, 그때는 괜찮았던 거 같아서.”
사울진이 몸을 돌려 다시 걷는다. 웃날도 그의 뒤를 묵
묵히 따라 걷는다. 웃날의 마음에 사울진의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울진이 나가고, 라단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숨을
크게 여러 번 내 쉰다. 이 모든 고통스러운 상황을 끝내
고 싶을 뿐이다.
라단이 있는 곳과, 사엘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에, 호아
이왕이 그들 사이를 몇 차례 오가며 전한 소식들로 모
든 상황들이 빠르게 진행돼 가고 있다. 그렇게 한 달이
라는 시간이 또 지나고, 드디어 이들은 만날 계획과 시
간을 정했다
라단의 마음에 그들을 다시 만나다는 기쁨과, 모든 계
획들이 잘 되길 바라는 바람, 한편으로 걱정과 불안으
로 가득하다. 이 모든 감정들을 감추고 평소와 다름없
이 왕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늘 손에서는 식은땀이 난
다.
사울진, 마하살, 하갈 그리고 넬이 보연당으로 들어온
다. 지난번 나눈 마데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다. 하갈과 마하살은 모든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이
미 들어 알고 있다. 오늘 모임은 그저 사울진과 넬을 속
이기 위한 계획들 중의 하나이다.
하갈이 먼저, “마데라는 이 전 보다 상권이 훨씬 확장
되고 활발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라
며 말문을 열자, 라단이,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라
고 묻는다.
“여전히 지파로 나누어져,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느
법을 따라야 하는지 혼돈하고 있습니다.”
사울진이 말한다. ”그래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 사람들
에게 공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왕이나 지파가 아닌 하
나의 나라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라
단왕님을, 즉위 시 때 한번 보고 뵌 적이 없으니, 사람
들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따라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사울진이 라단을 보며, “보세요. 그러니 사람들한테 자
주 모습을 보이셔야 한다고 제가 계속 말씀드리지 않
았습니까?”라고 말한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라단
이 묻자, “내일 마데라에 한번 나가 보시는 것이 어떠
신가요?”라고 하갈이 말한다.
하갈의 말에 사울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내일 이
라니요? 왕이 모습을 보이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습니까? 안전의 문제도 있고, 마데라에 준비해야 할
것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하갈이 사울진의 말에 비난의 눈빛으로, “이 나라가 세
워진 이유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저 높은 곳에 앉
아 있는 왕이 있는 세상을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 롭
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나라가 세워진 이념과, 그
나라를 이끄는 이의 행동이 다르다면, 사람들은 따르
지 않을 것입니다."
잠자코 있던 넬이 말한다. “그래도, 왕의 안전 문제는
중요합니다.”
마하살이, “뭐가 그렇게 두려워 안전 안전 하시는 것입니까? 왜 누가 왕을 해하기라도 할 것 같으십니까?“ 라고 말하자, 사울진이 마하살 앞으로 다가서며 말한다.
“말씀이 지나치 십니다. 어찌 그런 무례한 말을 이 자
리에서 하시는 겁니까?”
라단이 입을 연다. “다들 그만하세요. 모두의 말씀이
맞습니다.”
라단의 말에 모두들 침묵한다. 라단이 누구의 말이 맞
다고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라단이 다
시 말을 잇는다. “이 나라의 이념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 위해 세워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하
갈 수장님 말씀대로,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저 높은 곳
에만 있는 것 같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라면,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대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
사울진이 라단의 말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 내며, “그
동안 제가 말씀드린 것도 그것 아닙니까?”라며 말을 이
으려 하자, 라단이 사울진의 말을 막듯,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제지한다.
모두들 침묵하자, 라단이 말을 잇는다. “그동안 저는
먼저 내부적으로 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
었고, 사람들이 천천히 지파에서 한 나라의 백성들로
되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
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마
을을 돌보고 다스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제
가 그 자리에 나서서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나라가
세워진 것보다, 기존의 있던 분들을 몰아낸 것 같은 생
각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나라가 그
렇게 세워진 것도 맞고요. 그래서 아버지와 넬 총리께
서 저의 안전을 늘 염려 하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많은 병사들에 둘러싸여 마을을 돌아본다면, 사람들은
더 두렵고 불안하게 느낄 것입니다.“
라단의 말에 사울진과 넬이 할 말을 없다. 라단의 말도
맞는 것이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라단이 넬을 부르며 말한다. “넬 총리님, 마을은 모두
안전합니까?”
“네. 마을마다 모두 평안합니다. 게다가 재배한 모든
것들이 수확이 다 잘 되어, 사람들 모두 잘 먹고 잘 지
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이 모
든 것이 라단왕님 덕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넬이 특유의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그의 말에 라단의 얼굴이 일 그러 진다. 왜냐하면
넬의 말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엘이 떠난 후, 리
만투어에는 이슬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여기저기
가물고, 곡식에 댈 물이 없어, 수확도 많이 하지 못한
것을 라단은 알고 있다.
라단은 거짓된 말을 하는 넬을 한번 노려 보고는, “모
두들 말씀 알겠습니다. 내일 마데라를 나가 보는 것은
너무 급작스럽고, 내일과 모레는 이미 일정이 있고, 그
다음다음날 어떻습니까?”
사울진이 말한다. “4일 후에 말씀이시지요? 그럼 그전
에 마데라 주변을 살펴보고, 방문하실 상점들도 먼저
지정하고, 병사들을 시켜 경계도 서라 하겠습니다.”
하갈이 말한다. “그렇게 너무.”
라단이 손을 들어 하갈의 말을 제지하자 하갈도 하던
말을 멈춘다.
“너무 거창하게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데라
주변을 살피는 정도만 하시고, 여기 계신 분들과, 최소
한의 호위 무사들만 데리고, 방문하겠습니다. 사람들
한테도 미리 알리지도 마시고요. 저는 그날 마을 사람
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고, 그들과 편
안하게 소통하려고 나가는 자리입니다.”
라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울진은 여전
히 불만족스러운 얼굴이다. 왜냐하면, 라함을 아직 찾
지 못했다. 어딘가에서 라함의 추종 자들이 음모를 꾸
미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을 다 마친 라단은 책상 위로 시선을 내린다. 사울진
이 더 말을 하려 하지만, 라단은 쳐다보지 않는다. 책상
위의 종이들을 뒤적이던 라단이 말한다. “더 하실 말
씀들이 있으셔도 이제 그만 나가 보세요. 혼자 있고 싶
습니다. 알릴 일이 있으면,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라단의 싸늘한 표정이 나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
은 것을 알기에 사울진은 넬과 함께 자리를 뜬다.
라단이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하갈과 마하살에게도,
“두 분도 가보세요.”라고 말하자, 그들도 보연당을 나
선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사울진이 마하살과 하갈을 보며,
“두 분께도 차갑긴 마찬가지 시네요. 지난번 웃으며 말
씀들을 나누시길래, 잘 지내시는 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하갈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잘 지내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우리 사이에. 이젠 내
아들의 친구도 아닌 한 나라의 왕이신데.”
“그래서 함께 일하는 척하며,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
으신 겁니까?”
“꿍꿍이요. 사람은 다 자기 경험 대로 비추며 생각하고
말하지요. 사람들이 다들 당신 같진 않아요.”
“오늘 말씀이 계속 지나치십니다.”
“그래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씀드리는 건데. 저
도 제 경험대로 사울진님께 말하는가 봅니다.”
사울진이 어이가 없는 소리를 낸다. “허참.”
하갈이 사울진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를 더 얹는다. “꿍
꿍이고 뭐고 전 그런 건 모르겠는데, 이거 하나만은 분
명히 알아 두세요. 다시는 마을에 그 때 같은 일은 하지
마세요. 왕이 된 아들 얼굴 오래 보고 싶으시면요.”
“뭐라고요?”
옆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웃날이 사울진 앞으
로 나와 하갈을 노려 본다.
이에 마하살이 나서서 말한다. “다들 그만하세요. 하갈
수장님께서도 그만하시고 가시죠.”
하갈과 마하살이 가자, 사울진이 넬을 보며 말한다.
“아니 우리가 왜 저 자들의 얼굴을 봐야 하는 겁니까?
살아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판에, 나랏일까지 맡아
서는 지금 저렇게 아무렇게나 떠들어도 되는 겁니까?
왕을 다시 만나러 들어가야겠어요.”
넬이 사울진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오늘은 그냥 가세
요. 지금 다시 들어가시면, 라단왕님의 책망만 들으실
거예요. 그리고 예전부터도 원래 하갈은 하고 싶은 말
은 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 기세가 언제까지 가는지 한
번 지켜보세요. 저들을 모두 보지 않을 날도 곧 오지 않
겠습니까.“
사울진이 웃날을 보며 묻는다.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안 그래도 말씀드릴 것이 있었습니다.”
넬이 웃날의 팔도 잡으며 말한다. “잘 됐네요. 날도 저
물어 가는데 저희 집으로 가셔서 식사도 하고 한잔들
하면서 이야기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