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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Thirty Three 길

by Hye Jang

호와 이앙, 라함 그리고 레첼의 시신을 실은 말은 단추

를 보며 밤과 낮이 네 번 정도 바뀔 정도로 달린 어느

날, 단추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만큼 가깝게 보인다.

호와 이앙이 하늘을 향해,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내

자, 바람을 따라 산속으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진영에 있던, 카야는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휘파람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수아에게 달려가, “수아님. 전

갈입니다. 근처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전갈?”


“네. 제가 리만투어를 떠나기 전, 두 명의 무사를 라단

님의 호위무사로 남겨 놓고 왔어요. 그들이 근처에 있

습니다.”


“그래. 어서 가보자.”


“혹시 모르니 몇 명 병사들과 저만 다녀오겠습니다.”


수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휘파람 소리로 알려 드

리겠습니다.”


그때 사엘이 오더니, “나도 같이 가.”라고 말한다.


“안돼.” 수아가 사엘을 가로막으며 말하자, 카야도 고

개를 좌우로 흔들며, 안된다고 그녀를 말린다.


“왜 안돼? 나도 같이 가?”


“라단 님께서는 오시지 않으셨을 거예요.”


“아니야. 내가 띄운 단추를 보고 왔을 거야.”


“지금은 저만 가서, 상황이 어떤지 먼저 알아보고 올게

요.”


카야가 휘파람을 불며 재빨리 말위에 올라 달려가자,

5명의 무사들이 함께 그를 뒤따른다.


호와 이앙은 시간차를 두고 휘파람 소리를 낸다. 그렇

게 반나절이 지났을까, 멀리서 부스럭부스럭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휘파람 소리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들

리자, 카야도 휘파람을 불고, 그 소리를 들은 호와

이앙은 안심을 하고, 그들의 위치를 알린다.


카야가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와서는, 생각지도 못한

라함을 보자 말에서 내려, 그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으

며 인사한다. “수장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다행입

니다. 저희가 너무 늦게 모시러 왔습니다.”


라함이 카야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나도 이렇게 다

시 만나니 반가워. 모두들 무사 한가?”


“네. 모두 무사하십니다. 수아님의 눈과 목소리도 다

괜찮으십니다. 어서 그분들을 만나러 가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카야가 주변을 둘러보니, 레첼이 보이지 않는다.


라함이 말 뒤에 놓인 천을 손으로 만지며 말한다.

“자네가 찾는 이는 여기 있네.”


호와 이앙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카야에게 전하고,

카야도 그들에게 여러 지시를 하고는 돌려보낸다.


산속이 어둑어둑 해져서야, 라함과 카야가 진영에 도

착한다. 모두들 나와서, 카야의 전갈을 기다리고 있다

가 라함을 본 수아가, “아버지.” 하고 부르며 달려가

라함을 끌어안는다.


“수아야. 괜찮으냐? 그래 이제, 눈도 보이고, 목소리도

나오네.”


다른 이들도 놀랍고 반가워 라함 주변으로 모인다.


주변으로 모인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는 라함의 눈에

감격과 반가움에 눈물이 맺힌다. “너희들 모두 무사했

구나. 그래. 그래. 장하다. 장해.”


“아버지. 어머니는요?”


라함이 고개를 떨구며, “내가 지켜 주지 못했어.” 라며,

힘겹게 말한다.


카야가 무사들을 시켜, 들것에 레첼의 시신을 들것에

눕힌다.


이를 본 수아가 라함을 보며, “엄마? 엄마가 왜? 왜 저

렇게 누워 계셔요?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네?”


수아가 달려가 레첼의 시신을 끌어 안자, 싸늘하게 식

은 그녀의 몸이 수아의 가슴까지 전해 진다. “엄마. 엄

마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몸이 왜 이리 차가워요. 여

기 담요, 담요 좀 주세요. 우리 엄마가 너무 추워요. 엄

마. 내가 여기 있어요. 엄마 저 좀 보세요. 저 눈도 보이

고, 목소리도 나와요. 엄마. 엄마.”


수아는 그날이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목

소리를 잃어, 말 한마디도 못 전하고, 눈도 보이지 않아

그녀의 모습도 담지 못한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울음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통

곡한다.


“레첼. 여보. 수아가 이렇게 당신 앞에 있어요. 왜 그렇

게 갔어요. 왜.” 라함도 그동안 참아왔던 고통에 가슴을

치며, 운다.


생각지도 못한 레첼의 죽음을 마주한 이들은, 그동안

힘들었던 여정의 날들까지 더해져, 모두 바닥에 주저

않아 운다. 그녀는 1지파 수장의 아내였고, 한 아들의

엄마였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친구의 엄마였다. 모

두의 가슴에 그녀와 있었던 추억들이 떠 올라, 마음이

더욱 아프고, 그날이 그녀와의 마지막 날이었다고 생

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더 고통스럽다.


사엘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디와 유모에게, 천

막 하나를 깨끗하게 준비하라 시키고는, 수아에게 다

가가 말한다. “수아야. 어머니 먼저 안으로 모시자. 바

닥이 너무 차가워.”


사엘과, 유모, 하디가 레첼의 시신을 천막 안으로 들여

놓고, 그녀를 정성스럽게 닦이고, 깨끗한 옷을 입힌다.

그리고 그 앞에 향을 피우자, 수아와 라함이 들어오고,

둘은 잠시 천막을 나간다.


밖에 서 있던 여람과 밧세가 사엘에게 다가오자, “불과

며칠 전에 저렇게 되셨대. 우리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

라면, 레첼 님도 무사하셨을 거야.”


사엘의 말에 여람도 밧세도 안타까운 마음에 서로를 끌어 안고 흐느끼고, 천막 밖으로 아내를 잃고, 엄마를

잃은 이들의 통곡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며칠 후, 모두 모인 자리에서, 카야는 호와 이앙

에게서 전해 들은 대로, 라단이 왕이 된 이야기, 그동안

지파에서 일어난 일들, 즉위식이 있던 날에 대해 전한

다. 모두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라 놀라울 뿐

이고, 그날의 일로 레첼이 목숨까지 끊은 것 같아 마음

이 더욱 무겁고 아프다.


그렇게 서로 만나서 반가울 새도 없이, 레첼의 장례까

지 치르고, 호와 이앙이 다시 소식을 전해 올 때까지 그

들은 기다리며, 무예를 연습하고, 사엘은 해안 절벽의

제단 앞을 떠나지 않는다. 모두를 지켜 달라 빌었지만,

이미 한 명을 잃었다. 더 이상은 누구도 잃지 않게 해

달라 더 간절히 빌고 또 빌어 본다.


라함은 레첼에 대한 깊은 애도와 슬픔에 잠겨,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천막 안에만 있다.


“좀 들어가겠습니다.”


여인의 목소리가 천막 밖에서 들리지만, 라함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그 여인은 천막 안으로

들어와서는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아

무것도 드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자는

또 어떻게든 살아야지요.”


“내가 죽였습니다. 나 때문에 죽은 거예요. 그런데 나

는 살겠다고 내가 무엇을 하겠습니까?”


“아드님을 만나 셨잖아요. 그분에게 힘이 되어 주셔야

지요. 그분도, 아버님, 어머님을 만나기 위해, 그 모든

시간과 고난을 헤치며 지금까지 왔어요. 그리고 어머

니를 잃었지만, 여기 있는 이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가

기 위해, 다시 힘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말을 마친 여인이 천막을 거두자, 라함의 눈에,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 수아가 보인다. 언제 변했는지, 건장하

고 늠름한 모습이다.


“자 드세요. 드셔야 힘이 나고, 힘을 내야 이겨내죠.”


여인이 수저를 들어, 라함의 손에 쥐어 준다. 라함이 한

수저 먹고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주 오래전에 기억

에 남은 맛이다.


여러 번 먹고는 라함이 말한다. “이런 세상에나. 오래

전에 먹어본 기억에 남은 맛이 나네요. ”


“마저 다 드세요.”


여인이 말을 마치고 천막을 나간다.


오랜만에 국 한 그릇을 다 먹은 라함도 천막을 나오자,

수아가 달려와, “아버지. 좀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그래. 괜찮아 져야지. 너도 이렇게 힘을 내는데. 나도

힘을 내서 뭐라도 해야지. 그래 내가 뭘 도울까?“

라고 물으며, 아들 수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안

본 사이, 그리고 일 년도 채 안된 사이였지만 아들의 얼

굴이 몰라 보게 어른스러워져 있다. 그리고 그동안 몸

과 마음이 고생한 흔적도 아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

겨 있어, 안쓰럽기도 하다.


수아도 고개를 돌려 라함을 보니 레첼 생각에 눈물이

나려 하지만, 애써 참는다. 라함이 그런 수아를 보며,

어깨에 손을 얹고, 한 손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이제는 이 아빠도 내 곁에서 널 도울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라함은 속으로, ‘레첼. 걱정하지 말고 편히 가요. 수아

는 내가 꼭 지킬게요. 이제 다시는 가족을 잃지 않을 거

예요.' 라고 다짐 하듯 말한다.


라단의 마음이 오랜만에 설렌다. 그들이 돌아왔다. 이

제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의 실마리를 풀고, 이 우스 꽝

스러운 왕의 옷을 벗어 버리고, 모든 것을 예전처럼 돌

리면 된다. 레첼의 죽음은 너무 고통스럽고, 아버지 사

울진이 저지른 일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들이 돌아오면 무슨 일이든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호와 이앙이 그들에게 다시 소식을 전하러 갔다. 라단

은 그의 마음과 뜻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

보다 아버지 사울진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모든

것이 진행 되어야 한다. 설레는 마음 한 구석에 불안과

초조한 마음도 든다.


사울진과 넬이 보연당으로 들어온다. 혼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들어 오는 것일 것이다. 라단은 긴장감

을 감추고, 늘 그렇듯 싸늘한 얼굴로, 책상 위에 놓인

종이들을 들여다본다.


“왕이시여. 평안하셨습니까?” 넬이 상냥하게 인사를

하지만 라단은 시선은 책상 위에 머물러있다.


사울진이 헛기침을 하고는 라단을 향해 말한다. “왕의

자리에 있으시나, 함께 가족이 될지도 모르니, 예의를

갖추는 것이 도리입니다.”


사울진의 말에, 라단은 얼굴을 들어 넬을 보며 말한다.

“도리요? 글쎄요. 가족으로 원하지도 않는데 가족이

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도리에 해당하는지 모

르겠습니다.”


“이미 이야기가 오갔던 혼사입니다. 또한 가문끼리,

부모끼리 이미 정해서 하는 혼사가 이곳에서 지파 대

대로 내려온 전통이기도 하고요.”


라단이 고개를 들어 사울진을 보며 말한다. “지금 지파

대대로라 말씀하셨습니까? 이곳에 지파가 있습니까?

어떤 지파의 전통을 따르라 하시는 것입니까? 그 지파

니, 전통이니 하는 것들을 다 쓸어 버리시고 새 나라를

세우신 거 아니었습니까?”


라단의 말에 사울진과 넬은 할 말을 잃는다.


잠시 후, 넬이 입을 연다. “왕이시여. 제 가문의 딸과 혼

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제 왕으로 계시니, 왕

비님을 맞이 하시는 것도, 나라를 더욱 굳건하고 안정

되게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로 마음에 두신

이가 있으시다면, 그분을 왕비로 맞이하셔도 됩니다.”


넬은 그 의 딸들 중에 하나를 반드시 왕비로 만들 것이

다. 하지만, 몰아붙인 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잠시 물러 서는 것이다.


넬의 말에 사울진도 한마디 거든다. “제 말의 뜻이 바

로 그것입니다. 나라가 굳건하고 안정되려면, 왕실이

먼저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가문 보다도, 우

리와 오래도록 함께 한 넬 총리 가문에 두 따님이 있으

니, 이 보다 더 좋은 왕비감이 있나 해서, 간청을 드리

는 것입니다.“


“혼인의 목적이 아닌, 왕실의 안정을 위하는 것이고

새 나라를 굳건히 하는 일이라면, 새 나라답게, 새로운

방법으로 왕비를 맞이하면 되겠네요.”


예상치 못한 라단의 말에 넬이 당황하며 말한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사울진도 묻는다. “새로운 방법이라니요?”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이 나라가 왕비 될 사람을 뽑고

자 하니, 누구든 왕비가 되고 싶은 사람은 왕실로 알려

달라고 말입니다. 며칠 시간을 주면, 사람들이 자원할것이고, 그리고 몇 가지 시험을 치른 후, 그 시험을 통

과한 자를 왕비로 들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라단은 이 전에 사엘이 사환들을 임명 할때 했던 방법

을 제안 하는 것이다.


사울진이 말한다. “왕비를 시험을 치러 뽑다니요? 말

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왕비 간택은 왕실의 혼사 이

기도 합니다. ”


“왕실의 혼사이지요. 그러니, 왕비가 되고 싶은 자를

왕비로 맞이하면 왕실의 이보다 더 좋은 혼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왕비가 되고 싶은 자가 되었으니,

저와 함께 왕실을 굳건히 하고 안정되게 하는데 도움

이 되겠지요. 지금 두 분도 그런 자가 필요하니 제게 혼

사를 강요하시는 것 아닌가요?”


넬이 말한다. “그래도 사람이 귀하고 천함이 있는데,

한 나라의 왕비가 되실 분을 뽑는다고 누구나 자원하

게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정 그렇게 하시고 싶으시다

면 어느 정도 집안의 전통과 학식 정도로 기준을 정하

시는 것이 어떠신가요?”


넬의 말에 라단이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말한다.


“천하디 천하다고 불리던, 내 아버지도 지파의 수장이

되었고, 그의 아들은 왕이 되었습니다. 왕이 되기 위해

귀하고 천함이 있었다면 마땅히 나도 이 자리에 있으

면 안 되지요."


라단의 호통에 넬이 놀라, 두 손을 설레 설레 흔들며 말

한다.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 말씀은.”


사울진이 넬의 말을 막으며 말한다. “넬 총리가 그런

뜻으로 말씀 드리 것이 아닌 것을 아시면서,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라단이 책상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보와 브

니아도 왕비가 되길 원한다면, 왕실로 지원하라 하세

요. 그들도 과연 왕비가 되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지

만요. “


그때, 웃날이 보연당으로 들어와 사울진의 귀에 은밀

히 속삭인다. 사울진의 얼굴이 놀란 얼굴로 변해 서둘

러 말을 한다. “그럼 혼사 문제는 며칠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는 것으로 하지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가 보겠습

니다.”


“다급한 일이라도 생기셨나 봅니다?” 라단이 의미 심

장한 표정으로 사울진에게 묻자, “아닙니다. 오늘 전

할 말은 다 마쳐서, 이만 가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라

고 사울진이 대답한다.


“지난번 즉위식 때 모셔온 라함 수장님은 어디 계십니

까?”


라단이 라함에 대해 갑자기 묻자, 당황한 사울진이 아

무 말이 없자, “살아는 계십니까?” 라고 라단이 다시 묻

는다.


“그럼요. 물론 살아 있지요. 미친 자를 못하러 죽이겠

습니까? 마을에 다시는 위협이 되지 않게 잘 데리고 있

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왕으로 앉아 있길 바라신다면, 아버지

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 낫다고 드린 말씀을

잊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이렇게 잘하시는데, 내가 나서서 할 일

이 뭐가 있겠습니까.”


사울진과 넬 웃날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라단은 옆에

있는 왕실 집사에게, “가서, 마하살님과, 하갈님을 모

셔와.” 라고 말하자, 이를 들은 사울진이 라단을 돌아보

며 말한다. “그 두 사람은 왜요? 아직도 두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십니까? 쳐내야 하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말

씀드리는데, 아직도 그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시는

것입니까? 그렇게 여전히 마음이 여리셔서 어찌합니

까?”


“아버지 눈에는 제가 아직도 그들에 대한 정이나 미련

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랬다면 나는 그들과 함께

이곳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 이십니까?”


“지금껏 수장 가문에서 태어나, 지파를 다스리신 분들

입니다. 나라 일이라면 누구보다 잘하시겠지요. 누가

됐든, 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일하는 것이 맞습

니다. 아버지와 넬 총리 말씀대로 가뜩이나 나라가 아

직 안정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들만큼 나라일에

노련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까?”


라단의 단호한 말과, 그의 매서운 눈빛 그리고 강한 그

의 태도에, 사울진과 넬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

고, 보연당을 나온다. 라단은 점점 더 왕의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나 일들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롭

고 발전된 일들도 많다. 하지만, 라함 외에 두 수장은

여전히 살아 있고, 라단은 그들과 함께 일하고자 한다.

게다가 그들의 자식들은 깜쪽 같이 사라지고 거의 반

년이 넘도록, 여러 곳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그들에 대

한 소식도, 심지어는 시신도 찾지 못했다. 사울진은 그

렇게 사라진 이들로 인해 늘 불안하고 두렵다.


웃날과 함께, 라함이 있던 곳에 도착하니, 웃날의 말대

로 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야? 레첼이 죽었다고? 라함은?“


“사람들 말로는 며칠 전 아침에 죽어 있는 것을 계곡에

서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라함이 이를 발견하고는 시

신을 들고 집으로 갔다고 하는데, 그 뒤로 못 봤다고 합

니다.”


“주변은 찾아봤고? 근처로 레첼을 묻어 주러 갔을 수도

있지.”


“며칠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잠시 곰곰히 생각하던 사울진은, “요즘 왕의 주변은 어

떠한가?” 라며 뜬금 없는 질문을 한다.


“별 다른 일은 없으셨습니다. 최근에 마데라를 종종 나

가시기는 하셨지만, 특별한 점은 없으셨습니다.”


“잠깐, 최근에 마데라를 자주 나가셨다고?”


“네. 왜 그러십니까?”


“라단왕은 마을에 나가는 걸 싫어해. 본인이 왕으로 있

는 것을 사람들이 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지. 그래서

즉위식도 겨우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최근에 마데라

를 자주 갔다고 그것도 일정에도 없이, 게다가 아무 일

도 없던 이곳에서 레첼은 죽고 라함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그래, 그들이 돌아온 거야. 아니면 그 중에 하나라도

돌아왔거나.”


“마데라를 뒤져 볼까요?”


“아니. 라단왕 주변을 더 은밀히 살펴봐. 누구를 만나

는지 알아내면 되겠지. 라단왕은 신중한 사람이야. 아

무 일도 없는 듯 조용히 살피도록 해.”


카야가 수아에게 다급히 달려와, "수아님. 전갈이 또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호와 이앙이 다시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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