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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g Oct 06. 2024

Chapter Six 선물 같은 날

카야는 사엘의 방으로 들어와 그녀의 책상 앞에 앉는다. 

그는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머뭇머뭇거리자, 사엘은 책에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묻는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버지가 찾으셔?”


제사장이 사엘을 찾는 일은 지극히 드물지만, 그가 그녀를 찾을 때는 분명 좋지 않은 소리를 할 때 이기 때문에 카야가 머뭇거리는 거라 사엘은 생각한 것이다. 


“아니요. 제사장님께서 찾으시는 건 아니고요.”

“그럼 뭔데?”


사엘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며, 아버지가 찾으시지 않으면 다 괜찮은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묻는다. 


“그러니까, 그게, 오늘 마데라에 함께 가실까요?”


마데라는, 지파 사람들 모두 이용하는 각종 물건들과 음식들을 파는 상점들이 많은, 규모가 상당히 큰 시장이다. 


“안가.” 


단 몇 초도 생각하지 않고 거절하는 사엘의 말에 카야는 더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하디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

“그럼 둘이 갔다 와. 난 유모랑 집에 있을게.” 

“유모님도 가시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럼 셋이 다녀와. 괜히 나갔다가 아버지가 아시면 한 소리 듣고, 나머지 사람들도 다 같이 혼만나. 사람 많은 데 가는 것도 싫고.”  


사실 사엘은 가고 싶다. 

옷들과, 액세서리도 구경하고 싶고, 맛있는 간식들도 사 먹고 싶다. 

상점구경을 싫어할 십 대 소녀는 없을 것이라 사엘은 생각하지만, 괜히 사람 많은데 나갔다가, 사람들이 알아보고, 수군거릴 수도 있고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아버지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심한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한순간 즐겁자고 한일에, 너무 깊은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래서 넷이 다 같이 나갔다 오면 괜찮지 않지 않을까요?” 

“오늘 카야 답지 않게 왜 그래?”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과 말에, 사엘은 책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카야를 쳐다본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같이 나가서 구경도 하시고, 무슨 간식이라는데,  그러니까, 그게 되게 맛있어서, 맛있으니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아니, 제 말은 그런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카야가 횡설 수설 하며 말끝을 맺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있을 때쯤,  하디가 방으로 들어오자, 사엘이 하디와 카야를 보며 말한다. 


“그러니까 같이 나가서 나보고 맛있는 거 사주라는 거잖아?” 


하디가 묻는다. “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게 내가 말한다니까” 


오늘, 유모는 마데라로 식재료를 사러 나가는 날이다. 카야는 이를 알고, 유모와 하디에게 마데라에 새로 생긴 간식집을 이야기하며, 사엘도 함께 다 같이 나가면 어떻겠냐고 말했고, 카야는 자신 있게 사엘에게도 본인이 말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엘이 말한다. “뭐야? 둘이? 뭘 말하기로 한건데?" 

하디가 말한다. "그게, 마데라에 있는 간식집인대요. 떡을 무슨 네모난 틀에 넣고 눌러서 구운거라는데, 그렇게 맛있다네요. 옆집에는 과일 즙을 낸 차도 있다는데, 시원하니 맛있다고 해서, 오늘 유모님 식재료 사러 나가시는 날이라, 다 같이 가서 먹어 보면 어떨까 해서요. 같이 가시기 싫으시면 우리끼리 나가서 먹고 올게요. 그게 집에 싸가지고 오면 맛이 좀 그럴 거예요. 따뜻할 때 먹고, 시원할 때 먹어야 하는 거라서.” 


사엘은 하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그런 거라면 가봐야 하지 않아?  언제 생긴 집 이래? 지난번에 나갔을 때만 해도 없었던 거 같은데.” 


사엘이 마데라에 안 간 지는 벌써 일 년도 훨씬 더 돼 간다. 그동안 겨우 가던 곳이 리만투어 였는데,  한동안은 친구들과 있었고,  다시 혼자가 되면서, 그녀는 요즘은 리만투어도 드문 드문 가고, 거의 집, 그녀의 책상 앞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왜 안 나가는지, 못 나가는지는 카야도 하디도 알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아프다. 


하디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사람들이 벌써 북적북적 하대요.” 

“그럼 우리도 가 봐야 하지 않아? 그렇지 음식이라는 게, 따듯할 때 먹고 차가 울 때  먹어야 맛있지. 그렇지?


사엘은 마치 허락이라도 받아야 하는 듯, 카야와 하디에게 그렇지? 맞지? 하며 재차 묻는다. 그래 가자, 가보자 라고 말하기엔 그녀의 내면안에 있는 안돼 라는 장벽이 너무 높고 깊기 때문이다. 


하디는 사엘이 왜 그렇게 재차 묻는지 알기 때문에, 강조 하며 말한다. 

“그럼요. 가봐야죠. 그게 또 그 가게 안에서 먹어야 맛있거든요."


카야가 한참을 횡설 수설 하며, 머뭇거리며 말한것을 하디가 한번에 해결하는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자, 하디는 카야를 보며 말한다. 

"아무튼, 대장님은 뭘 모르셔요. 칼만 쓰고 몸만 쓰시지.” 

사엘이 하디를 뒤따라 나가며 말한다. 

“맞아. 칼만 쓰고, 몸만 쓰지.” 


카야가 그 둘 의 말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들고 있는 칼을 만지작 거리며 뒤 따라 나간다. 

그래도 생각지도 않게, 하디가 도와줘서, 사엘을 마데라에 데리고 나가게 되어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마데라에 도착한 이들이 간식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일하는 여자가 반갑게 웃으며, 묻는다. “드시고 가실 거예요? 가지고 가실 거예요?” 

하디가 대답한다. “여기서 먹을게요.” 

여자가 탁자로 안내하며 말한다. “여기 앉으세요.” 

넷이 자리에 앉자 여자가 말한다. “몇 개 드릴까요?” 

하디가 여자의 물음에 대답한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여자가 말한다. “우리는 음식이 한 개 밖에 없어요. 몇 개 드실 건지만 말씀하시면 돼요. 납작 떡  크기가 이만 하니까  두 개씩  어떠세요?” 

여자의 말에 넷이 동시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자 여자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묻는다.

"혹시 과일즙 낸 것도 드실 건가요? 옆집 가게 인데, 주문 하시면, 여기서 드셔도 돼요." 

넷이 약속이나 한듯 다시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도  웃으며 말한다.

“과일즙은, 사과, 귤, 배가 있어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넷이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 동시에 말한다. 

“귤이요.” 

여자가 또 웃으며 말한다. “네. 그럼 그렇게 준비해서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자가 가자 사엘이 말한다.  “난 두 개도 부족 할거 같아. 일단 먹고 또 시키자.” 

하디가 말한다. “좋아요.” 


잠시 후, 나무로 만들어진 꽤 고급스럽게 생긴 네모난 네 개의 쟁반을 여자가 차례대로 가져와 탁자 위에 놓는다. 쟁반 안의 동그란 나무 접시에는 납작하게 눌린 바둑판 모양에  옅은 갈색을 띠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놓여 있다. 바둑판 모양의 작은 네모들 안에, 짙은 갈색의 끈적끈적해 보이는 것이 담겨 있다. 


여자가 말한다. “바둑판 모양 같이 생겼죠?” 

넷이 맞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자 여자가 말을 잇는다.  “바둑판 모양의 틀에 떡을 넣고 눌러서 구워낸 거예요. 납작하게 눌러서 만들었다고 해서 납작 떡이라고 불러요. 요 작은 네모 안에 있는 것은  설탕물을 만들어 끓여서 부은 거예요. 아주 달콤해요. 이건 수저의 둥근 부분을 두 개로 갈라 뾰족하게  만든 건데, 이걸로  납작 떡을 찍어서 드시면 돼요. 잔에 든 것은 귤의  껍질을 까서 틀에 넣고 즙을 낸 거라, 시원하고 상큼해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여자는 그들이 처음 와서 처음 먹어 보는 것을 아는지,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해 주고는 자리를 뜬다. 


다들 수저 모양에, 끝이 뾰족하게 갈라진 도구를 집어 납작 떡을 들어서 먹어 보려 하지만, 처음 써보는 도구가 사용하기에 쉽지 않다. 

카야는  뾰족한 부분으로 납작 떡을 칼처럼 꾹꾹 찔러보지만, 설탕물만 흘러내릴 뿐이다. 

마음도 급하고, 맛도 궁금한 사엘은  뾰족한 수저를 내려놓고 납작 떡을 설탕물이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집어 한입 베어 문다. 

바짝 구운 떡에서 아삭 소리가 난다. 

카야, 하디, 유모가 사엘의 먹는 모습을  쳐다본다. 

사엘이 입을 오물 거리며, 말한다. 

“쫀득쫀득한데 , 바삭하고, 요 설탕물이 맛을 내면서 달콤해. 너무 맛있어.” 

셋도  뾰족한 수저를 내려놓고 손으로 집어 한입베어 물자, 그들이 눈이 동그래진다. 

하디가 사엘에게 말한다. 

“두개 가지고는 모자르겠죠?“ 

몇 접시인지, 한참을 먹고, 과일즙도 종류별로 마신 이들은 배가 불러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때 쯤 식당문을 나선다. 


"간식먹고 배 불러 보긴 처음이예요."

평소에 소식을 하던 유모도, 오늘은 배부르게 먹고는 말한다. 


마데라에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사엘아.”

사람들 사이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여람이 달려온다. 

그날 그가 바다에 빠지고 거의 석 달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사엘은 갑자기 마주한 여람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여람아. 너 괜찮아?” 

벌써 석 달도 지난 일이지만, 사엘은 어제 일어난 일 마냥, 여람을 걱정스레 쳐다보며 묻는다. 

“나는 괜찮지. 너는 괜찮아? 일어 났으면, 연락 좀 주지. 지금까지 얼마나 소식을 기다렸는데.” 

그때, 수아와 밧세도 다가오고, 수아가 사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그러게 연락 좀 주지. 여람이가 너 봐야 한다고, 얼마나 징징 거렸는지 알아?”

여람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내가 뭐 그렇게 징징 댔다고 그래. 너네는 사엘이 안 보고 싶었어? 다들 보고 싶었잖아.” 

밧세도 사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보고 싶었지. 아마 내가 제일 많이 보고 싶어 했을걸." 


사엘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들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서서 그들을 바라본다.

수아가 사엘을 보며 말한다. “생각이 많았네. 뭘 그렇게 생각했어?” 

밧세도  말한다. “일어났으면, 나 일어났어. 모여라 모여하면 되지.” 

사엘이 말한다. “여람이 한테도 미안하고. 너네들도 날 다시 만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람이 사엘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한다.  

“네가 뭐가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하지. 그날 너 말 안 듣고 내가 한 번만 더 탄다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잖아.”

수아가 말한다.  

“야. 친구끼리 놀다 보면 다치 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다들 소심하게 왜 그래? 우리가 뭐 언제는 얌전히 안전하게만 놀았니?  아무튼 친구끼리는 그냥저냥 만나는 거야.”

“오. 우리 생각 없는 수아, 역시 단순해.”

밧세는 한 손은 엄지 척을 올리고, 다른 한 손은 잘했다는 듯 수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뭘 이런 거 같고.”

수아가 잘난척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자, 여람과 밧세는 늘 듣는 말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아,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수아는 그들의 표정이 재미있는지, 웃으며 카야를 보며 말한다.  

“카야 고마워. 오늘 카야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들었을 텐데. 역시 작전 성공.” 

“응. 고마워.” 

여람도 한마디 하자, 사엘이 카야를 보며 말한다. “카야가 왜? 뭘 했는데?” 

카야가 멋쩍은 듯 웃으며, “하디도 도와줘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하디도 눈이 동그래져 묻는다. “제가 뭘 했어요? 뭘 했는대요?” 


얼마 전, 수아는 지난번처럼 집 담장을 넘어 몰래, 카야를 만나러 왔고, 마데라에서 다들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자고 했었다.

몰래 한 이유는, 어른들이 왜 다시 만나냐라고 물으셔도, 우연히 만나서 그렇게 됐다고 말할 려고 한 것이다. 

카야도 사엘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이 많을 것이고, 안된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디나 유모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정말 이들이 어느 날, 우연히, 마데라에서 만난 것처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뭔데? 작전까지 해?” 

사엘이 카야를 보며 묻고, 하디도 카야를 보며, “대장님 제가 뭘 했는대요?” 


카야는 두 여자의 질문에, 정신이 없다. 역시 몸이나 쓰고 칼이나 쓰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밧세가 말한다.  “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 집으로 가자.” 

사엘은 그제야 그들에게  묻는다. “그런데, 너네는 여기 왜 온거야?” 

셋이 동시에 말한다. “너 보려고 왔다니까." 

“나 보러 왔다고?”

수아가 사엘을 보며 말한다.  

“카야랑 우리가 계획한 작전이, 여기서 널 아주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하는 거였어.” 

밧세가 말한다. ”그리고 그다음 작전은, 계획도 없이 갑자기, 우리 집에 가게 되는 거고.”

사엘이 카야를 쳐다보자, “네. 사엘 님 그래서 제가 오늘 모시고 나온 거예요.  우리는 여기 마데라에서 일 좀 더 본 후,  나중에 밧세님 집으로 모시러 갈게요. 가셔서 오랜만에 친구분 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세요.” 

사엘이 말한다. “그러니까, 카야는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수아가 말한다. “아니, 너 아직도 이해 못한 거야?” 

밧세는 사엘과 수아의 팔을 잡아끌며 말한다. “이해든 뭐든 그건 나중에 하고. 빨리 가자. 지금부터 놀아도 시간이 없어.” 

수아, 밧세, 여람이 사엘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보는 카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카야는 사엘이 그들을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이 다시 만나는 것이 지금은 맞다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무엇보다, 친구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들이, 마구간에 오자, 여람은, “내가 사엘이 태워서 갈게. 너네 둘이 같이 타고 가.”라고 말한다. 

사엘이 말한다. “나도 말 가져왔어.”

여람이 말한다. “그냥 다 같이 타고 가. 우리도 말 두 마리만 가져왔어.” 

여람이 손을 내밀어 사엘을 말에 올려 주려 하자 사엘이 놀라서,  뒷걸음질 치며 말한다. 

“뭐 하는 거야? 나 말 탈 줄 알아.” 

그리고는  말에 능숙하게 올라앉는다. 

여람도 올라타려 하자, 사엘이 말고삐를 잡고 말한다. “뒤에 타. 말고삐는 내가 잡을 거야.” 

여람이 말에 올라타며 말한다.

“내 뒤에 앉아서, 내 허리 딱 잡고 가면 안돼? 아니면 내 앞에 앉아서 내가 뒤에서 너 딱 안고 말고삐 딱 잡고 가면 안돼? 책도 안 봤어?” 

사엘이 말한다. “그러니까. 네가 내 뒤에 딱 앉아서 내 허리 딱 잡고 가면 되지. 나 엄청 빨리 달릴 거야.”

밧세와 수아가 말위에 나란히 앉아 여람과 사엘을 본다. 

앞에 앉아 말고삐를 잡고 있는 수아가 말한다. 

“누가 말고삐를 잡던, 허리를 잡든 무슨 상관이야. 하여간 오랜만에 만났으면 좀 사이좋게 지내.”

여람이 말한다. “난 사엘이 편하게 가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 

밧세는 수아 뒤에 앉아 수아의 허리를 잡고 등에 기대며 말한다. “난 좋아. 편해” 

수아가 몸을 흔들며 밧세에게 말한다. 

“야. 징그럽게. 너 내려. 아무튼 우리는 사이가 좋을 수가 없어.”

"맞아." 라고 여람이 말하고는 사엘의 허리를 살짝 잡자, 사엘은 여람의 팔을 잡아 자신의 허리를 꽉 잡게 하고 말한다. “꽉 잡아. 이번에는 말에서 날아가지 말고.” 


말 한 마리에 같이 앉은 밧세 수아 그리고 여람, 사엘은 드넓게 펼쳐진 푸른 색의 풀들이 산들거리는 초원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나게 말을 몰아 달린다. 


이들에게 오늘 같은 날이면, 밤새 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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