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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g Oct 13. 2024

Chapter Seven 10대를 보내며...

밧세의 집에 다다르자, 밧세가 먼저 앞장서서  들어가고, 나머지 이들도 그를 따라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 서니, 천장이 높고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바닥은 엷은 색의 나무로 되어 있고, 벽면은 하얀색의 널찍한 마루가 있다. 


마루에 들어 서자, 할머니 집사가 걸어 나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할머니 집사는 하갈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그녀는 하갈의 아버지를 돌봤고, 하갈과 그의 오빠들을 돌봤다. 살아온 세월로도, 나이로도 이 집에서 가장 어른이고, 지금은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맡아서 하며, 식솔들까지 관리한다, 하갈도 집안의 모든 이야기를 공유한, 그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할머니 집사에게 지파에 대한 조언도 구하고 심적으로도 의지 한다. 


“오셨어요. 친구 분들도 환영합니다. 하갈 님은 지금 놀이방에서 기다리고 계셔요.” 

“네. 고맙습니다.” 


밧세가 할머니 집사에게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대답 하자, 나머지들도, 그녀에게 목례를 한다.


밧세는 넓은 거실을 지나 층계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고, 나머지 이들도 따라 들어가니, 넓은 방이다. 방안은 여러 개의 탁자들이 있고, 탁자 위에는 바둑, 장기, 알 수 없는 그림의 종이들이 놓여 있고, 한쪽에는 윷놀이 판에, 나무통에 화살 던져 놓기도 있다. 한쪽 벽을 꽉 채운 곳에는 책꽂이가 있고, 그 앞에도 의자, 혹은 담요가 놓여 있어, 앉아서든 누워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들어온 문 맞은편에는 마당으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열려 있는 문과 창 사이로 보이는 마당에는 모래 위의 씨름판, 풀에는 널뛰기판과 나무에는 그네가 매달려 있고, 또 한쪽에는 마당에서도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는 각기 모양이 다른 의자들과, 탁자들이 놓여 있다. 이 공간은 마치 세상에 있는 놀이란 놀이는 다 모아 놓은 거 같고, 각 공간이 함께 하면서도 또 혼자서도 아늑하게도 누릴 수 있어 보인다. 


방에 들어선 이들이 놀라 방을 둘러보자, 하갈이 다가와 웃으며 말한다.  

“다들 어서 와. 얼마나 기다렸는데. 우리 뭐부터 하고 놀까?”  

“엄마. 소개부터 해야죠. 처음부터 보자마자 놀자고 하면 어떡해요.” 


하갈이 밧세의 가슴을 톡톡 치며 말한다. “아들, 그거 너무 옛날스럽지 않아?  같이 놀면서, 누군지 소개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편하지. 그리고 수아랑 여람이는 모르는 애들도 아니고. 그런데 아들? 언제부터 가슴이 이렇게 딱딱해졌어?” 


하갈의 말에 밧세는 손으로 가슴을 잡으며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는 창피하게. 친구들도 있는데.” 


수아는 그런 밧세의 행동에 장난이라도 치려는 듯 손을 내밀어  밧세의 가슴에 대려 하며 말한다. “하갈 수장님 말씀이 맞아요. 밧세 넌 갑자기 무슨 소개를 하라고. 촌스럽게. 근데 나도 한번 만져 보자.” 


밧세는 수아의 손을 치며 말한다. “너까지 왜 이러는 거지?”


그들을 보던 여람이 대신 하갈에게 사엘을 소개한다. “하갈 수장님. 사엘이에요.”


“안녕하세요. 요 제사장님 딸 사엘이 입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갈은 사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어서 와. 잘 왔어. 꼬맹이 때 한번 봤는데, 이렇게 많이 컸구나. 진작 오라고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초대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오늘도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갈은 네 명의 얼굴을 둘러보며 말한다.  “그럼 우리 이제 놀아볼까? 지금부터 놀아도 시간이 없어.” 


하갈이 밧세가 했던 말과 똑같이 해서, 여람과 수아 사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하갈이 무엇을 먼저 하고 놀까 방 안을 둘러보며, 말한다. “그리고, 너네 이제부터 여기 아무 때나 와서 편하게 놀아. 내가  없거나, 밧세가 없어도, 그냥 아무 때나 오고 싶을 때 여기 와서 놀고, 쉬고 그래. 알았지? 하인들한테 먹을 거도 달라고 해서 먹고. 내가 미리 말해 놓을 테니까.” 


수아가 말한다.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럼. 너네 놀고 싶어도 갈 데도 없고, 괜히 어른들 눈치 보고 그러지? 그래서 언제 놀겠어. 지금 많이 놀아야 돼. 내가 어른들께도 말해 놓을 테니 걱정 말고.” 


수아와 여람이  신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사엘은 아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하갈은 그녀를 보며 묻는다 “너는?” 


하갈의 말에 사엘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아. 그게. 저는  아버지께도 여쭈어 봐야 하고. 하지만 가끔 초대해 주시면, 올게요.” 


“그냥 네, 하면 돼.” 


“네?” 


“그냥 아무 때나 너 오고 싶을 때 오면 된다고. 어른들께도 다 말해 놓을 테니. 알았지?”


사엘이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네.”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지만, 따스함이 묻어나는  말과 행동, 저절로 웃음을 짓는 서로의 모습 속에서 이들은 친구라는 소속감이 느껴지고, 친구들과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생겨, 이들은 우리들의 공간이라는 것에서 안정감과, 친밀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한동안 이들은 밧세네 집에 모였고, 오늘은 여람이 유난히 불만이 많은 얼굴로 말한다. “왜 그 애를 데려온다는 거야?” 


창가 쪽 의자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는 수아가 묻는다. “넌 뭐가 그렇게 화가 나서 그러는 거야?" 


수아의 옆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밧세가 대답한다. “사엘이 5지파 수장님 아들을 이리로 데리고 온다고 저러잖아.” 


여람이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말한다. “화가 난 건 아니고. 밧세야, 네가 초대한 거야? 하갈 수장님이 우리에게 아무 때나 와서 놀라고 하셨지. 아무나 오라고 하진 않으셨잖아?”


그때 하갈이 이들이 먹을 간식을 챙겨 방으로 들어오며 말한다. “맞아. 아무나 오라고 하진 않았어.” 


여람은 하갈이 들고 오는 쟁반을 받으며 말한다. “그렇죠. 수장님.” 


“그런데, 내가 그 친구도 데리고 오라고 했어.” 


창가에 앉아 있던 밧세와 수아가 여람이 있는 탁자 쪽으로 걸어오며 동시에 말한다. “네?” 


여람도 놀란 듯 묻는다. “왜요?” 


“너네들은 여기에 거의 매일 오는데, 사엘이는 가끔은 오고, 가끔은 안 와서, 혹시나 요 제사장님이 못 가게 하나 싶어 물어봤더니, 그 친구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럼 데려와서 여기 와서 같이 놀으라고 했어. 사엘이 말 들어 보니 그 애도 많이 외로웠겠더라. 그동안 친구도 없이 지내다가, 이제 겨우 사엘이랑 친구가 된 거 같은데. 너네 만난다고  사엘이도 여기와 버리면 그 애가 또 혼자가 되잖아.”


하갈의 말에도 여람은 여전히 불만이 많은  얼굴로 말한다. “이해는 되는대요.  그래도 여긴 저희들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 모임인데. 누군지도 모르는 애가 여기에 오는 건 건 좀 그래요. 사엘이가 원하면 밖에서 다 같이 가끔씩 볼 수도 있고요.” 


하갈은 여람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한다. “내가 누군지도 안 알아보고 오라고 했겠니. 와도 될만하니까 오라고 한 거지. 그리고 나는 오히려 너네들이 밖에서 만나는 것보단 여기서 만나는게 더 안심이 되는데. 여기 만큼 안전하고 재밌는 곳이 어딨어? 사엘이도 곧 있으면 올 테니, 간식들 먹고 있어.” 


하갈이 나가자, 여람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외로운 애들이 어디 그 애만 있겠어? 그리고 사엘이는 우리랑 얼마나 오래 못 봤다고, 그 새 새 친구를 만들어? 친구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동안  혼자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들도 이제 만난 거라고 하더니 어떻게 그렇게 금방 친구를 만들 수가 있어. 그리고 왜 수장님들은 다 아들만 있는 거야? 여자애 없어?” 


밧세가 말한다. “4지파에 있잖아. 브니아랑 보. 브니아가 너 수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밧세의 말에 수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브니아만 날 좋아하겠니? 여기 온 지파 여자 애들 중에 날 안 좋아하는 애가 있기나 해?” 


여람은 수아의 말에 더 찡그려진 얼굴로 말한다. “그럼 브니아랑 보 도 오라고 해. 뭐 이참에 지파끼리 다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수아가 말한다. “같이 만나자고 해도 그 애들이 우리랑 놀겠어?”


수아의 말에 밧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그 애 들은 우리 같은 장난꾸러기 남자애들하고는 안 놀 거야.  사엘이나 되니까 우리랑 놀지.”


수아가 키득 키득 웃으며 말한다. “ 난 가끔 사엘이가 남자 친구인 줄 착각하잖아. 너네 그때 나랑 사엘이랑 씨름한 거 기억나지? 난 사엘이가 안 한다고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하겠다면서 샅바를 딱 당기는데. 와. 나 진짜 이 악물고 했잖아. 질까 봐.” 


밧세도 웃으며 말한다.  그때 너도 이겨보겠다고 정말 진심으로 하더라. 그래서 이겨서 좋아?”. 


수아가 말한다. “나만 진심으로 했겠어? 사엘이도 그때 진심 힘줬거든.” 


밧세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엘이 좋아하잖아. “ 


수아도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우리는 거의 뭐 동지지.” 


여람이 밧세와 수아의  웃는 얼굴을  보며 여전히 편치 않은 얼굴로  말한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끼리 있어도 이렇게 재밌고 좋은데, 뭘 또  다른 친구를 더 데려 오고 그러냐고.” 


수아가 간식을 하나 집어 먹으며, 여람에게 의미 심장한 표정의 얼굴로 말한다. “그럼 넌 사엘이가 우리 없이, 그 새 친구라는 애랑 둘이만 만나는 게 더 좋아?” 


수아의 말에 여람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아니. 그건 더 싫지. 왜 둘이 만나?” 


여람의 말과 행동에  밧세와 수아가 서로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여람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한다. “너네 그 이상한 미소는 뭐냐?” 


밧세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뭐가 이상한대?” 


수아가 여람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한다. “우리는 네가 더 이상한대?”


여람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뭐?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밧세와 수아는 별 말없이, 다시 간식을 집어 먹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키득 거리며 웃는다. 여람은 뭐가 이상한대, 왜 말을 하다 말아라고 물을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이 저러다 만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하갈이 다시 들어오며, “사엘이 왔어. 새 친구랑.” 하고 말하자, 앉아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엘이 이들을  보며 말한다. “많이 기다렸지? 오는 길에 마데라에 들려서 납작 떡 좀 사 오느라고.” 


사엘이 납작 떡이 담긴 상자를 하갈에게 건네며 말한다 “라단이 사 오자고 했어요. 처음 방문하는 곳 이라면서. 그것도 드려.” 


사엘의 옆에 서 있는 매력적인 얼굴에  키가 큰 남자 사람이  들고 있는  꽃을 하갈 에게 건네며 말한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갈이 꽃을 받아 들며 말한다. “어머 이뻐라. 꽃선물이 얼마 많이야. 고마워. 내 방에 꽂아 놓을게.”


밧세가 손을 흔들며 말한다. “나는 밧세야. 여기 꽃 들고  좋아하시는 분이 내 어머니.” 


수아가 말한다. “나는 수아야. 1지파.” 


여람이 말한다.  “나는 사엘이의 오랜 친구, 그러니까. 사엘이 친구 여람이야. 3지파.” 


수아가 여람의 말에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툭치며 말한다. “여기 사엘이 친구 아닌 사람 있냐?  뭘 그렇게 사엘이 친구라고 강조를 해?” 


여람도  팔꿈치로 수아의 가슴을 치며 말한다. “좀 조용히 할래.” 


누가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남자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다들 반가워. 나도 사엘이 친구 라단이야. 나는 5지파.” 


사엘이 이들 셋을 둘러보며 말한다.  “내가 저번에 잠깐 이야기했었지? 우리가 리만투어에서 만난 거?” 


그는 사엘이 친구라고 말하고, 사엘은 우리라는 말을 해서, 여람은 마음이 언짢다. 그는 그의 기분이 왜 자꾸 좋지 않고 언짢은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낯선 친구의 등장, 그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잘생기고 매력적이라서, 그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사엘의 얼굴이 낯설어서 그런 것들이 그의 마음을 안 좋게 만드는 것 같고, 안 좋은 기분이 드는 자신에게는 화까지 난다. 


라단이  말한다. “나도 사엘이 한테 너네들 이야기 많이 들었어.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가워.”  


중저음의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의 라단이 말을 마치고, 사엘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자, 사엘도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여람, 밧세, 수아랑 있을 때 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사엘의 수줍은 듯한 미소가 이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하갈이 이들을 둘러 보며 말한다. “라단이도 자주 와서 같이 놀아. 여기서는 지파, 제사장 그런 거 생각 할 것도 없어. 그냥 친구 하면서 같이 만나, 웃고 떠들고 먹고, 놀면서, 그냥그렇게 지내는 거야. 알았지? 어른이 되면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생각하고 할게 너무 많아지거든."


하갈의 말에 이들은 감동이 되어 마음이 뭉클하다. 이들은 이미 태어 날때부터 그 책임과 무게를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길을 걸어온 어른이, 지금은, 이 때 만큼은 좀 편하고 자유롭게 있어도 되라는 말이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까지 한다. 


감동과 위로를 받은 이들이 말없이 가만히 있자, 잠시 후 하갈이 정적을 깨며 힘차게 박수를 한번 치고는 말한다. "그럼 우리 모두 다  만난 기념으로  6명이니까 둘씩 편 먹고 윷놀이나 하면서 좀 더 친해져 볼까? 지금부터 놀아도 시간이 없어.”


밧세가 웃으며, 하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한다.  “아. 드디어 우리 엄마 소원 성취 하셨다. 맨날 나랑 둘이만 한다면서, 언제 편먹고 하냐고 하시더니, 이제는 6명이나 모였으니,  둘씩 세편으로 나누어도 되고, 세 명씩 두 편으로 나누어도 되고.” 


하갈도 밧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한다. “아들, 너무 좋다. 너 하나 키워놓으니 친구들도 데려오고, 이런 좋은 날이 다 오네.” 


나머지들도, 감동한 마음이 기쁨과 감사로 채워져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진다. 


둘씩 편 먹고, 내가 윷놀이를 한 결과, 다들  최선을 다해, 같은 편이 된 사엘과 라단이 꼴찌가 되었다. 


밧세가 라단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라단도 밧세의 손바닥에 손을 대니,  밧세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이 놀이방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 환영식은 역시 벌칙이지.”


수아도 라단의 어깨를 툭치며 말한다. “잘했어.” 


사엘이 말한다. “오늘 왠지 둘씩 편 먹었는데, 4명을 상대로 싸운 기분은 왜일까?” 


하갈이 말한다. “시간이 좀 이르긴 하지만, 일단 저녁부터 먹고, 내기 청소는 그 후에 하는 게 어때? 다들 배 안 고프니?” 


사엘이 말한다. “너무 배 고파서 쓰러 질 거 같아요. “ 


사엘의 말에 라단과 여람이 사엘을 팔을 잡는다.  


사엘이 그 둘을 놀라서 번갈아 쳐다보자  여람은  황급히 사엘의 팔을 놓으며 말한다.  “쓰러진단 말 좀 하지 마. 농담인 줄 알면서도 매번 놀라잖아.”


라단은 여전히 사엘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나까지 가르쳐 주면서 하느라고 너무 힘들었지? 내가 식당까지 붙잡아 줄게.” 


라단의 말에, 사엘도 그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알았어. 식당까지 잡아줘.”


수아와 밧세는 라단과 사엘을 쳐다보며 질색하는 표정이다. 게다가 라단의 저런 말과 행동에 사엘이 좋아하며 대답하고 웃는 모습이 더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여람은 그를 기다릴 때부터, 그를 본 후 그리고 놀이를 하는 내내, 그리고 지금 그녀의 팔을 잡았다가 놓은 모든 것들이 다 마음에 안 든다. 그는 속으로, 나도 놓지 말고 계속 잡고 있을걸, 라단처럼 내가 널 잡아 줄게라고 말할걸 하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를 책으로 배웠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종류의 책을 읽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오늘도 하갈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은 이들은 먹은 음식들을 같이 치우고 놀이방으로 온다. 하인들이 있지만, 하갈은  밧세에게 청소든 음식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밧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하인들이 방을 치워주지만,  밧세도 매일 그의 방을 정돈하다. 한 달에 서너 번은 밧세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하갈의 방에서 함께 먹는다. 그는 가끔 마당도 정리하고,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놀이 방도 정리 한다. 


하갈이 말한다. “너네 셋이  방 안을 치우고, 사엘이랑 라단이가  밖을 치우는 게 어때?” 


밧세가 말한다. “에이 엄마. 내기인데, 오늘 진 저 둘이 다 해야 하지 않아요?”


치우기가 늘 하는 일인 밧세는 오늘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 하갈에게 묻지만, 역시나 하갈은, “친구도 새로 왔는데, 그렇게 야박하게 하지 말고, 서로 도우면 금방 끝나 잖아. 그리고 너네들이 어지르기도 했고.” 라고 말한다. 


“그럼 엄마. 나는 오늘만 빼주시면 안 돼요. 나는 매일 하잖아요. 응? 오늘만? 이긴 김에?” 


“다 같이 하세요.” 


밧세는 하갈의 말에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네.” 하고는  말을 덧붙인다. “너네는 가끔이지, 나는 매일 하거든. 우리 이제부터 나가서 만나자. 바다든 산이든. 청소 안 해도 되는 곳으로.”


수아가 말한다. “난 여기가 좋은데.” 


여람도 말한다. “나도.”


밧세는 이들을 향해 달려가며 말한다. “이런 배신자들. 그럼 청소라도 매일 하던가.”


 여람이랑 수아가 우당탕 거리며 도망가고, 사엘은 라단의 팔을 잡아끌어 밖으로 나가며 말한다. “재들 신경 쓰지 말고,  우린 마당이나 치우자.” 


늦 가을의 초저녁 바람이 살짝 쌀쌀하지만, 젊음 때문인지, 놀이 때문인지, 많이 먹은 저녁식사 때문인지, 한껏 열기가 오른 몸에 시원하게 느껴진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엘과 라단이 함께 마당을 치우는 모습이, 내기 벌칙을 받는 다기 보다, 오히려 더 알콩 달콩 재밌어 보이고,  방 안에서 티격 태격 하며 투닥투닥 청소를 하는  여람과, 수아, 밧세가 오히려 벌칙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로,  밧세, 수아, 여람, 사엘 그리고 새 친구 라단은 놀이방에 모여, 함께 놀이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책을 보고, 가끔은 산에도  가고, 가끔은 리만투어에도 가면서, 하갈 말대로, 언젠가  해야 할 고민들을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놀으라는 말대로, 그들의 10대를 그들이 있는 공간에서 밝고,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이들이 속한 지파와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돈이나, 사람, 권력이 생기면 너도 나도 지파를 만들고, 새 지파 안에서는 다스리는 법도 없이, 힘 있는 자는 수장이 되어,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힘없는 이들은 그들의 하인들이 되어, 핍박과 억압을 받는다. 게다가 가뭄까지 점점 더 심해져 못 먹고 병든 자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생겨나고,  제사장 집안 때문에 경전의 신이 화가 나서, 이제는 세상과 사람들까지 저주를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 해져 사람들은 가난과 질병 그리고 핍박으로 더 난폭해져 가는 혼돈과 혼란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수장의 자녀, 제사장 집안의 딸이라는 이들도, 그냥 편안하게 놀면서 10대를 보낼 수만은 없다. 각자 앞으로 주어진 책임과 무게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지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우후 죽순으로 늘어가는 신흥 지파들과는 어떤 관계를 해야 하는지, 나중에 해도 될 고민들이지만, 지금 당장도 해야 하는 고민들을 서로 나눈다. 


 그렇게, 밧세, 수아, 여람, 사엘, 라단은 그들의 청춘, 그들의 환경, 그들이 짊어져야 할 운명, 그리고 그들의 꿈을 서로 나누며,  논쟁하고, 비평하고, 격려하고 협력하며, 언제 가는 이룰 수 있을지도, 혹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늘 꿈을 꾼다. 그리고 그저 약속 없이, 거리낌 없이 아무 때나 만나 함께 놀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들을 수 있는 서로가 있어 감사하다. 


  

그렇게 함께 보내는 그들의 10대가 지나고, 이들도 어느덧 20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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