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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14. 2021

일상에서 '쉬어가는 공간'이 있나요?

자주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이 '쉼'이다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 동네 카페인데, 그 공간에 있어도 마치 일상을 떠나 여행지에 온 기분이 든다. 1대 1 데이트를 좋아하는 내게 각각의 1인 지인들과 여러 차례 이곳에 방문하기도 했다. 내가 사는 도시에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꼭 소개를 하는 곳이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면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그 좋은 감정이 함께 나누면 배가 될 때도 있으니. 연신 감탄하며 그 공간의 예쁜 모습을 좋아하면 나 또한 그곳을 소개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공간이 아님에도, 그 공간에서 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몇 해 걸쳐 여러 차례 그곳을 방문하지만, 지루함이 없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똑같은 느낌보다 매번 새로운 공간에 있는 것 같다. 어느 공간은 녹음이 우거진 야외 공간에서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하늘에 비친 구름만 볼 수 있는 창이 나 있는 자리, 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은 공간 안의 또 다른 공간, 노트북을 가져와서 잠시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책상과 의자까지.. 어느 자리에 앉든 같은 느낌의 자리가 없다. 어디에 앉든 제각각 색다른 경험을 가져다준다. 이 카페에 오면 즐기는 라테 대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아보 커피'를 즐겨마신다. 이 메뉴 외 여러 스페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미각을 선사해준다.  

 

같은 곳에 들르지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주는 만큼 그 경험은 이질적이지 않았다. 분명 새로운 경험은 자극적이고 긴장감을 줄 수 있다. 그에 반면 이 공간은 익숙함과 더하여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카페의 이름은 카페비일상. 국어사전의 정확한 정의처럼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아님'을 의미하는 이 이름은 같은 하루를 보냄에도 늘 낯설지만 익숙한 자리를 마련해준다. 주말을 붐빌 것을 예상하여 평일 점심시간이나 평일 반가, 여가를 쓸 때 드나드는데 이 공간에 시간을 보내면서 지친 하루에 에너지를 얻는다.  



비일상 (非日常)
[명사]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아님.

출처. 국어사전


또 한 번 생각한다. 여행도 쉼이 될 수 있을까.


분명 여행을 하려면 여행 가기 전 준비물도 필요하고, 여행할 때 날씨 상황도 확인해야 한다. 교통, 음식, 비용까지.. 이 모든 게 여행을 하기 위한 절차이자 해야 할 과제이다. 숙제 같은 숙제를 끝내고 여행길에 오르면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여행지에서 탈이 나거나 몸이 편치 않으면,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 여러 이유에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 생소한 여행지에 대한 긴장감 혹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미 몸이 탈이 났을 수도 있다. 흔히 일상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면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익숙한 공간, 좋아하는 공간을 정해서 드나들면 새로운 시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같은 경우, 새로운 공간에 대한 자극을 싫어한다. 시간을 들여 찾아갔는데 내가 바라는 상이 아닌 곳일 수도 있고 사람이 너무 붐벼 세세한 공간의 묘미를 못 느끼거나.. 메뉴, 직원들의  태도 등 여러 면에서 나의 오감이 느끼는 것이기에 차라리 새로운 공간에 가는 도전보다 익숙한 공간의 낯섦을 즐기는 편이다. 자주 들렀음에도 누구와 함께 가는지, 매번 가도 또 달리 보이는 것이 있기에... 최근에 들어 앞서 언급한 그 카페가 더 좋아진 것도 어느 누구나 여러 번 들러도 늘 좋은 감정이 내 마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문과 다른 두세 번째에 느끼는 감정, 이후 들렀던 감정까지 늘 똑같은 마음이 드는 곳은 흔치 않았다.


아이와 자주 가는 동네 그 서점, 회사 앞 돈가스집, 집 근처 또 다른 별다방 지점, 요즘 마음에 들어 여러 차례 들렀던 일본 가정식 식당 등...내가 이 도시에 머물며 좋아하는 공간'들'이 되었다. 열 손가락 이상 좋아하는 공간이 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선택의 수가 많으면 그만큼 애정이 분산되니. 불필요한 시간과 공간에 투여하지 말고, 그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기보단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기로.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데 소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인간관계도 그러하다. 타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화로 쏟아내지 말고, 차라리 그 감정을 아껴서 내가 나아가 할 방향에 더 에너지를 쏟기로 말이다. 


낯익은 공간은 나의 어떤 이야기든 어떤 차림이든 받아주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감정을 받아주고 숨김없는 편안한 관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혀주는 것보다, 가능한 엄마가  편에서 모든  공유할  있는 관계. 그래서 아이를 가지면서 고생하더라도 내가 집중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할 시기를 36개월(1세-4세)로 정한 거 같다. 이때 모든 감정과 일상을 나눌 수 없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아이에겐 부모가 가장 첫 번째로 만나는 어른이다보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모자란 자식을 만든다. 부모 곁은 떠나 독립해도 제대로 독립할 수 없는... 돌아보니 돌보다 두 돌이 아이에게 엄마에게 더 중요한 시기였다. 돌잔치보다 두 돌 잔치가 더 필요한..!!


가끔 아이를 나도 모르게 동등한 위치에서 선택권을 주려고 할 때도 있다. 판단은 아이가 해야 하니깐. 친정 엄마는 아이가 어린데 내가 다 큰 어른 마냥 대한다고 할 때가 있는데.. 엄마가 하는 방법이 옳다는 게 아니라.. 여러 선택지에서 네가 하는 방법이 맞을 수 있고. 틀리더라도 네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 몸무게 15킬로그램의 신장 100센티가 가까운 이 꼬마에게도 자기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엄마가 권해도 본인이 하고자 하려는 의지. 아이와 자주 들르는 서점에서도 엄마는 아이의 결정권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동화책 대신 로보카폴리의 소방차의 영어 퍼즐을 고르는..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장난감을 쏙 빼서 건넨다..)


아이와 많은 교감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 엄마처럼, 일상에서 교감할 수 있는 좋아하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굳이 일상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가지 않아도 늘 나는 나의 에너지를 잘 비축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니깐. 나 자신에게도 나를 더 많이 아끼며 사랑하는 시간이 늘어가길 바라며.. 그 건강한 에너지를 아이에게도 발산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데
소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감정을 아껴서 내가 나아가 할 방향에
더 에너지를 쏟기로 말이다.



참 멋졌던 공간. 자주 들른 만큼 제각각 사진을 찍은 날짜가 다르다
가장 좋아하는 아보커피
어디가나 새로운 느낌이 가득..1층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찍은 날이 제각각 다르다
야외공간, 아이도 예전에 와서 즐긴 적이 있었다
2층 공간에서. 부끄러운 내 모습, 그리고 아보커피 (비일상카페, 카페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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