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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11. 2021

10등분으로 자른 김밥처럼 10번만 채우자

작심삼일보단 10회, 10번째를 채우는 리추얼


“버티세요!!!!”


오늘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자세를 3초 이상 지탱하기도 어려웠다. 필라테스 선생님은 어떻게든 버텨봐라고 말씀하셨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정오가 가까워지기 전에 잰걸음으로 회사 사무실을 나온다. 회사 앞에 보이는 상가의 8층에 위치한 필라테스 센터. 이미 수업은 시작 중이었다. 선선한 내부 공기와 달리 실외 바깥의 온도는 37~38도. 30분가량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땀 범벅이다. 후끈한 실외 공기와 못지않은 내 안에서 열이 피어오른다.

 

수업을 들은 지 오늘부로 10회 차에 이르렀다. 6월 1주 차 수요일부터 매달 4회씩 세 달간 이어오니 벌써 10번째의 수업을 듣게 됐다. 처음부터 수업에 진지하게 임했던 것은 아니다. 필라테스 센터의 문을 열기가 가장 무거웠다. 지난해 4월 이른 아침에 집 앞산을 등반하여 나 혼자만의 시간을 늘려가며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발레 바디 플레이트 1대 1 수업을 받았다. 운동이란 게 규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같아서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하게 되면 육체적인 피로감이 온몸을 짓누르지만, 이후 쾌감은 어마어마하게 다가온다.


그해 연말이 될 때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평소 운동과 거리감이 있는 사람인지라.. 그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 결국 새해가 지나고 평소대로 내 몸을 버려두고 살다가 여름이 다가오니 몸의 부피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서 회사 근처 상가에서 마주친 필라테스 센터의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회사 근처 직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니 가능성 여부가 더 커지면서 바로 등록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학원이든 운동하는 장소이든 배우려는 곳은 회사나 집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쉽다. 갈까 말까.. 저울질하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우선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언제 수업을 들을 수 있냐'는 질문에 '바로 가능하다'라는 쿨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마음이 바뀌기 전에 사전 등록을 했다. 결전의 순간. 그날이 다가오자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지만, 이왕 해보기로 한 거 지속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우선 '그 공간의 느낌을 즐기자'라는 마음을 먹고 문턱을 건넜다. 선생님께서 알려주기 어려운 자세는 수강생들의 몸짓을 곁눈질하며 따라 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내가 할 수 있는 동작의 선에서 꼼꼼하게 지도해주셨다. 1번, 2번... 한 달이 지나고 5번 정도 수업을 들었을까? 처음에 어색했던 자세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그럴싸하게 잘 따라 하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요. 많이 늘었네."  


내가 내 모습에 자아도취되는 순간,

'어라 이 동작도 이제 되네!'라고 감탄하는 순간,

선생님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내가 느낀 감정이 상대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이 없다. 그날 이후, 동료가 필라테스 수업이 어떠냐고 물으면 "너무 재밌어요"라고 답을 해주었다. 처음 시작한 도전 1일 차에서 5일 차, 10일 차가 될 때까지 시간이 겹겹이 쌓여만 제대로 된 운동이 될 수 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내가 만족해야만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도 운동이 재밌다는 것보다 10분이라도 좋으니 수업시간에 늦더라도 참석하자는 마음이 앞섰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려면, 운동하는 장소와 준비물이 간편해야 한다. 가지고 있던 요가복과 스포츠웨어 상의, 손목을 보호하는 용도이지만 이미 에 땀을 닦을 수 있는 손목아대 등 기존에 갖고 있는 물품들을 에코백에 담아 운동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수강생들이나 선생님이 신은 발가락이 보이는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께 꼭 필요하냐고 여쭙자 필수템은 아니라고 하셨다. (역시 쿨한) 되려 더 사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여 '필라테스 양말' 두 켤레를 구입했다.


필수템은 아니다고 하지만, 이 양말은 필라테스 기구를 사용할 때 미끄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제는 운동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템이 되었다. 10회 차 수업을 듣고 나니 필라테스도 내 일상의 필수템이 된 거처럼 느껴졌다. 없으면 이제는 허전할... 리추얼 자체가 그런 거 같다. 하다 보니 내 몸에 익숙해진 습관, 그 습관으로 내 일상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켜서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 그 행동으로 인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변화하는 시선. 그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고 '소네가 해냈으니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진다.


매사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오늘 나를 위한 작은 성찬을 준비했다. 운동 후, 사무실로 복귀해야 하니 시간을 아끼며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샐러드로 점심을 챙긴다. 이날만은 보상이 필요했다. 박고지 김밥으로. 포장을 할까 싶다가 그 자리에서 한 줄을 다 먹어버렸다. 10등분으로 나눠진 김밥을 먹으면서, 처음 입에 들어가는 김밥 1개와... 두 번째, 세 번째 이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김밥의 맛을 음미해봤다. 마치 처음 수업을 들었던 그 마음가짐과 동일하게 열개의 김밥의 맛은 제각각 달랐다. 첫맛은 아주 신선하고 자극적이고, 두세 번째는 익숙한 맛.. 끝 맛은 깔끔하고 한 접시에 깔린 김밥을 모두 잘 먹었다는 포만감까지...


무얼 시작하면 작심삼일이 아닌, 열 번을 채워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그래야 습관이 제대로 일상에 무르익을 수 있을 테니깐. 8월 1일 이후 매일 브런치에 쓰는 #하루한편채우기 리추얼도 오늘 맞아 10편의 글을 채우게 되었다.


10번의 필라테스 수업,

10편의 브런치에 쓴 글,

10등분이 난 김밥의 한 줄처럼.


도전의 시간을 잘 쪼개서 하고 싶은 도전들을

모두 완수할 수 있길.

완수하기 전에 성취감도 맛보길.



운동끝난뒤 먹은 너무나 맛있었던 점심, 딱 10등분으로 나온 박고지 김밥
필라테스 센터로 가는 발걸음, 처음봤을 때 이상하던 그 발가락 양말!

(Copyright 2021. 소네.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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