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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pr 27. 2020

다시 홀로 걷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절실한 요즘

다시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었다. 온전히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할 공간과 시간을 갖자마자 내 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산전 요가 일기를 쓸 정도로 일주일 1-2회 열심히 몸을 다스렸는데 말이다. 아이를 낳기 전 시간들은 불과 9-10개월뿐이고, 산후는 평생의 내 삶의 전체인데. 나 또한 산전에만 신경 쓰는 세태를 따라갔는 듯싶다. 산후의 내 삶을 다이어리에 계획해본 적이 부끄럽게도 없. 었. 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적어지다 보니 계획 자체가 없었다. 무계획(無計劃). 무계획의 이유는 내 일상이 곧 아이의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밥 먹는 시간, 잠을 자야 할 시간, 기저귀를 갈 시간 등 여러 변수와 할 일이 내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무계획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내 몸과 마음의 빈자리는 없었다. 즉 어떤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없었다.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모두에게 어려운 결심이다. 특히나 일을 가지고 있는 부모의 경우.  아이가 태어난 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확연히 다른 일상이기에.


나의 경우,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다시 내 자리에 돌아와서 일한 지 이달 들어 1년을 맞았다. 복직한 지 1년을 맞은 시간과 동시에 아이는 사회생활을 1년간 했다. 지나와서 돌이켜보니 그 1년이란 시간은 복직한 회사 환경과 아이와의 함께 지내는 일상에 적응기였다.


지난해는 이따금 남(의) 편이 하원을 격주에 1-2번에 해주었으나, 올해 들어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가 아이를 키워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 19로 인해 3월부터 한 달간 재택업무와 출근을 병행하면서 아이와 붙어있는 시간이 전보다 더 많아지니 아이의 모든 감정을 받아줘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 특히 욕이 나온다는 아이의 18개월은. 정말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내가 이리도 화가 많은 사람인 줄, 내 감정을 내가 스스로 지배할 수 없다는 것에 나의 나약함을 탓했다.


지난 1년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일상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시간에 책을 읽는 시간이었는데, 책 읽기조차 어려웠다. 아이가 없는 공간인 반신욕 하는 1시간가량 책 한 권을 뗐다. 겨우 한 걸음이다. 나를 다스리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어야만 아이가 휘둘리는 감정과 행동에 휩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은 곧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글을 쓰고 운동을 시작하고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갖기로 했다. 코로나 19로 얻은 육아의 지혜.


어제부터 잠을 자는 시간을 줄여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무엇에 끌린 듯 아침 6시 반에 집 앞산을 숨을 고르며 걷고 있었다. 오랜 결심이 몸으로 이행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년 전부터 ‘운동하는 나’를 상상하고 있었으니.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들의 냄새까지... 생명들의 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쏟는다. 내가 내게 주는 큰 선물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를 만난 후 깨달았다.


1시간가량 길을 걸었다. 좋은 습관은 몸이 다 기억하나 보다. 예전에 한강에서 열심히 자전거 타고, 부모님 따라 동네 앞산과 뒷산을 걸었던 기억이... 아침잠을 포기하고 1시간 걷기로 했다. 잠을 좋아하는 내가 아이로 인해 아침형 인간이 되었는데, 1시간 더 일찍 일어난다는 건 내 자신을 이기는 도전이었다. 출근하기 2시간 전. 어제는 예행연습을 해봤는데, 오늘은 알림 없이 몸이 절로 일어났다.. 내일도 나를 믿고 일어나서 걸어볼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모두에게 어려운 결심이다.
특히나 일을 가지고 있는 부모의 경우.  
아이가 태어난 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확연히 다른 일상이기에.  


오늘 아침 6시에 걸었던 집앞 산행길. 출근 2시간 전, 남편 출근 1시간 전 내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자연에게 있는 듯 싶다


아이는 정말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다. 다음달이면 20개월.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를 만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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