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raison Feb 08. 2019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하루 일과 시간이 통째로 바뀌다

 흔히 좋은 습관을 얻고 싶으면, '3'을 기억하라고 들었다. 3일, 3주, 3달.. 이 시간을 버티면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기는 것이다. 새벽에 눈이 또렷해지는 나의 경우, 전형적인 올빼미족이라 아침잠이 늘 많았다.  성공하는 이들의 삶을 다룬 책을 보면 아침형 인간이 대부분이었기에... 꿈 많은 20대엔 그들처럼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노력만큼 내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늘 실패를 거듭했다. 어느 순간 ‘나는 어쩔 수 없는 올빼미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를 받아들였다. 아주 가끔, 중요한 날이 있을 때 밤잠을 설치면 이불 밖에서 일출을 볼 기회도 생겼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아기를 갖게 되면 서다.


 입덧이 유난히 심했던 임신 2-3개월 차엔 내 의지로 내 몸을 지배할 수 없었다. 임신 중 그 점이 가장 답답했다. 내 몸이 내가 아닌 점. 조그만 움직임에도 쉽게 피로하고 잠이 쏟아지고, 음식을 먹어도 몸에서 받아주지 않았던 시기. 잠이 보약이었다. 6시 '땡'하고 퇴근하면 바로 귀가해서 저녁을 먹지 않고 이불속에서 10시간 넘게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근했다. 아주 단순한 삶이었다.  스물네 시간 중 낮잠 시간을 포함해서 열두 시간은 잠을 청했고, 여덟 시간은 근무하고 그중에 남은 네 시간은 출근을 위한 준비시간과 아침을 먹는 등 오로지 내가 짬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하루 일과를 훑어보면 마치 신생아의 일과와 다르지 않았다. 신생아는 하루 중 10-12시간 잠을 자고 먹는 시간에 잠시 눈을 뜨고 다시 잠을 청한다... 어찌 보면 임신했던 열 달의 기간은 아기의 일상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신생아를 키우기 위해서는 몇 달간 올빼미족이 되어야 했다. 아기의 식사시간을 챙기다 보니 매일 2-3시간 쪽잠을 자는 패턴이었다. 오후 9-10시에 아기가 밤잠을 청하면 자정에서 1시 사이에 깬 후 새벽 3-4시, 6시에 다시 깨는 일상이 반복됐다. 올빼미족이 되기엔 내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숙면을 취하려면 5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그 시간의 반도 채울 수 없었다. 이처럼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의지로 내 일상의 스케줄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기회조차 없다. 느긋하게 책을 읽고 밥을 먹는 예전의 일상은 갖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의 일상에 내 일상을 맞추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필요한 행위만 몸을 사용해야 한다. 수면욕구와 식욕은 채울 수 없지만, 딴짓 자체를 할 수 없기에 삶에 욕심부리지 않고 수련을 하는 기분이다. 받아들이면 된다.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처럼 아이가 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옥이다. 내 일상을 내가 지배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우울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57일 되자, 아이는 낮과 밤을 구분하여 8-9시간을 깨지 않고 잘 자기도 했다. 매일 6-7시 사이에 일어나는 아이는 맞춤시계였다. 150일 넘어서야 밤중 수유(밤에 수유하는 시간)를 하지 않고 긴 숙면을 취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일상시간을 매일 새롭게 그려나갔다. 그 시간에 초대받은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뿐이었다. 초대자가 되어보니 아이에게 참 감사했다. 아침형 인간을 꿈꾸던 내게 좋은 습관을 선물해줬으니... 엄마의 말씀처럼 자식을 낳으면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자기는 어렵다고 하니, 반평생 나와 함께할 아이 덕에 더욱이 늦잠을 잘 일이 없게 될 것이다.  



아이의 일상에 내 일상을 맞추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필요한 행위만 몸을 사용해야 한다. 받아들이면 된다.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처럼 아이가
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 늘 잠에 취해있었다.

                                                   


태어난지 한 달이 지난 아기. 신생아를 갓 뗀. 이때만 해도 밤낮 구분을 하지 못했다.



부쩍 커버린 5개월된 아가. 하루 중 잠을 자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