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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11. 2020

‘워킹맘’ 의 출근, 시간 활용법

모닝리추얼로 아침이 달라졌다  



집이 아닌 휴가지, 친정에서 눈이 저절로 떠졌다. 이른 기상이었다. 매일 아침 같은 7시라도 개운한 느낌. 아마 내가 밤중에 아이의 뒤척임을 신경 쓰지 않고 잠을 푹 잤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기도문을 읽었다. 내 마음의 치유를 해줄 수 있는 기도. 


내가 가진 아픔과 상처는 나만이 알고 나만이 짊어질 수 있다. 그 짐은 각자의 것이다. 각자 마음먹는 대로 짐의 크기를 줄어들거나 크게 느껴질 것이다. 내 삶에서 큰 짐이라고 생각했던 '육아'. 육아 때문에 24시간 내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쓰지 못한다는 허탈감.  그 점이 지난 2년 동안 가장 슬프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일상과 삶 속에서 우선순위를 알게 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짧은 24시간. 일하는 엄마로서 업무시간 외 개인 시간은 얼마만큼 쓸 수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주중에는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주말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깨어있다. 회사에 몸이 묶인  시간은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 8시부터 퇴근하는 오후 5시 30분까지다. 그 외 아침 7~8시와 오후 5시 30분에서 10시까지. 오로지 내 개인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깨기 전 아침시간뿐이다.


마치 짜인 각본처럼 퇴근 후에는 릴레이 경기처럼 시간을 달리기 시작한다.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면 아이를 하원 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의 저녁과 간식, 목욕 등을 챙기다 보면 저녁 8시. 아이랑 놀고 나면 벌써 9시, 예전보다 시계를 쳐다보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아이의 시간을 잘 맞춰주어야 다음날이 편하므로. 9시 30분이 되어 재울 시간이다.


내가 지쳐 아이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 때가 많다. 아이가 잠을 많이 설칠 때면 11시에 자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잠들어서 아침 7시에 깨면 몸에서 잠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는 휴가지에서는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아이는 꼭 한 번! 새벽에 잠을 설친다. 혹은 한 달에 1~2번은 저녁을 잘못 먹거나 체하는 경우가 있어 깨면.. 아이 울음소리에 본능적으로 깨게 된다.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1년간 밤잠을 깊이 자지 못하니 아이가 너무 미웠다.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몸이 힘들 땐 무조건 잠을 자는 버릇이 있어 잠이 부족하면 예민해진다. 그런데 1년 후 아이의 두 돌 될 무렵엔 뒤척이며 자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나인걸 알기에. 아이 편에서 아이의 시간에 맞춰졌다. 어떻게 보면 익숙해진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아침형 인간이 되었던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아이를 매일 양육하다 보니 내가 우선이라기보단 무얼 해도 아이가 우선이 되었다. 이전에는 '엄마'라는 호칭이 어색했는데 매일 일어나 잠을 청하는 그 시간까지 아이의 부름에 나는 “엄마가 뭐 해줄까” “뭐 도와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엄마가 아닌, 직장에서 직함이 아닌, 내 자신이 있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한데.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개인 시간을 제외하고.


그래서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고민이 올해 진지해졌다. 하루 중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아이의 기상 전인 6~8시. 밤잠자는 밤 10시 이후에 내가 깨서 내 생활을 가지면 다음날 잠이 부족하여 피로감이 배로 커지니 패스. 그리고 업무시간 내 점심시간(12~1시)은 짬을 낼 수 있지만, 한의원을 가거나 운동가는 시간이라 '개인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저한테 글쓰기가 휴식이에요


내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정작 하고 싶었던 글쓰기와 책 읽는 시간은 짬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리추얼 작업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매일 24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밑미​에 문을 두드렸다.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는 에어비앤비 마케팅팀에 몸담았던 이들이 창업한 회사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재경 선생님​이 개설한 40분으로 삶을 바꾸는 <모닝 글쓰기 x 달리기 ​> 프로그램을 마주한 그 날. 너무나 참여하고 싶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러나 처음 개설된 플랫폼이라 그 플랫폼을 이용한 이용자들의 후기가 없었기에 주저했었다.


그런 와중에 일주일에 1번 이상 들르게 되는 동네서점에서 <예술하는 습관​>을 마주했다. 책 띠지에 적힌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코코 샤넬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반복적인 행위에서 창조적 영감을 길어 올린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매일 같은 행위로 자신만의 예술품을 창조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찬찬히 읽어보니 내가 일상에서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을 건드려줬다.


여자는 결혼하면 남자보다 더욱 무거운 의무를
져야 하고 돌봐야 하는 일이 더욱 많아지죠
- 해리엇 호스머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그 모든 것들이 그 작품의 일부
- 마거릿 워커

자신이 다른 이들의 욕구를 보살피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았다면
더욱 많은 것을 성취했을 거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 스텔라 모엔

저한테 글쓰기가 휴식이에요
-  셜리 잭슨
<예술하는 습관>을 읽고 일주일 중 내 개인시간을 계산해봤다.


정재경 선생님께서 개설한 리추얼 프로그램은 처음 마주한 이후에도 며칠 동안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자꾸만 생각나는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너무 깊이 내 마음에 박혀 있어서 결국 책을 다 읽고 난 뒤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켠에는 내 자신에게 확답없는 질문들(‘아침시간에 출근과 등원으로 정신없는데 매일 일정한 시간에 모닝리추얼이 가능한가’, ‘9월 한 달간 새벽 5시부터 10시 안에 매일 20분간 손으로 글쓰기를 하고 20분간 운동을 할 수 있을까’)을 던지면서 말이다.



매일 같은 행위로

자신만의 예술품을 만드는 이들


아이의 생일에 맞춰 시작한 도전만큼, 시작은 참 의욕적이었지만 3일 차 땐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원점으로 돌아갈 뻔했다. 혼자 이 프로그램을 참여했다면 내 초심이 무너졌을 것이다. 잘하고 있는지 멈춰 서고 있지 않은지 독려하는 정재경 선생님과 프로그램 코칭 봉봉님, 함께 모닝리추얼을 시작한 스무 명의 참가자들. 그 시간에 제대로 했는지 인증하기 위해서 타임스탬프 어플로 인증샷 2장을 남겨야 하는 아침 숙제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각기 서로 다른 일상과 삶에서 공통의 목표를 만나 함께 시작하고 목표를 바라볼 수 있는 선한 마음이 아름다웠다. 이 선한 마음들이 내 일상을 변화시키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남은 시간 동안 더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 모닝 리추얼을 계속하길 바라는 마음. 그로 인해 내 하루가 정돈되고 애초 내가 원했던 진정한 개인 시간을 매일 찾길. 하루하루가 매일 만족스러운 출발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다짐.


모닝 리추얼의 5일 차에 원하는 글쓰기를 매일 하다 보니, 브런치에 연재할 글감이 저절로 늘어나고 있다. 애초 타자기로 쳤으면 매일 글쓰기가 어려웠을 텐데, 글을 쓰는 마음가짐과 글을 쓰는 소재를 찾는 어려움이 적어졌다. 펜과 종이가 있으면 이리도 가벼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놀라운 변화를 선사해준 밑미와 정재경 선생님 덕에 30일을 꽉 채운 마지막 날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같이 참여한 분들의 마지막 하루, 소감도 궁금해진다. 매일 같은 행위를 하지만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예술품을 창조해낼지. 9월 30일 날, 온라인 기념회를 열였으면 매우 멋지겠지.



이 선한 마음들이 내 일상을 변화시키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내 하루가 정돈되고 애초 내가 원했던
진정한 개인 시간을 매일 찾길


손글씨로 글을 쓰고 난 뒤, 운동해야하는 모닝리추얼의 룰.작심삼일이 지나니 눈을 뜨자마자 세수와 양치질을 거르고,책상에 앉았다.  휴가지에서 제대로 모닝리추얼이 자리잡혔다


2편.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아침 리추얼
https://brunch.co.kr/@hyejeongson/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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