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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15. 2021

빈틈 있으면 어때요

책에서든,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새로운 책을 구매하면 저자의 프로필, 목차,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정보를 훑어본다.  그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한 후 책을 펴다 보면, 내가 읽어야 할 부분이 눈에 보인다. 처음부터 저자의 프롤로그와 챕터 첫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책을 읽게 되면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읽기보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었던 적도 있었는데, 여러 장르와 책을 함께 읽으면 그 책에서 얻어야만 하는 정보를 단번에 깨닫게 할 수 있는 나만의 독서 방법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의 <일의 격> 책에서는 '속독이냐? 정독이냐?라는 글이 나온다. 책이 나오기 전에 그의 페이스북 통해 접한 글이었는데, 과외교사로 잠시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 한 권의 책을 떼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가 참 와닿았다. 시간은 정해있지만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정독해서 읽게 해 주기보단,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고 책 한 권을 빠른 시간에 떼게 해주는 방법을 일러줬는데 학생들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껴 자연스레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일이든 시작은 할 수 있지만, 그 끝을 바라보기가 참 쉽지 않다. 하다 보면 여러 저러 핑계가 생기고 방해하는 요소들이 빈번하다. 결국 주어진 일정한 시간에 제 할 일을 다하려면 겉훑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거 같다. 그의 말대로 주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날짜를 정해서 일정한 시간에 단숨에 끝까지 읽어보기. 어려운 내용이면 다음 기회의 찬스를 써서 넘기고 좋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찾아 읽어보기. 일종의 빈틈을 마련해주기.


며칠 전 중앙일보의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폴인 의 종이신문을 보았다. 이번호는 '틈'이란 소재로 일상에 틈이 생기는 내용으로 여러 소재들을 엮었다. 그 와중에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틈새를 노린 여러 기업들과 공간의 이야기 중 올해 4월 합정역에 새롭게 오픈한 카페꼼마의 스토리였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 '카페꼼마' 합정점 은 기존의 홍대입구 역에서 10년간 운영했던 북카페의 카페꼼마(1호점 서교점, 2017년 폐쇄)에서 업그레이드된 형태였다. 벽의 한쪽에 책만 진열했던 독특한 인테리어에 벗어나 책과 음악, 커피, 빵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꿨다.


그 공간이 지향하는 콘셉트는 '도시인들의 지친 사람에 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위대한 쉼표'라고. 삶에서 앞을 바라보며 지내는 이들에게 잠시라도 '쉼표'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을 들으면서 책을 만들던 출판사가 독자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빈틈을 찾아 또 하나의 공간을 탄생하고, 그 공간을 10년간 운영하며 출판사와 다른 또 다른 방향의 회사를 차리게 된 점이 새로웠다.


여행지에서도 그렇다. 일정대로 모두 다 소화하면 여행지에 돌아와서 뿌듯함은 있겠지만, 그 일정을 소화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간혹 예정 계획과 달리 여러 변수로 못 가게 된 곳이 있다면 그리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다음에 가면 또 되니깐. 다음에 갈 이유를 만들게 되니깐 크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지에서 하나둘 랜드마크들을 남겨두는 게 삶에서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해 준다. 


"그때 못 갔으니, 또 그곳을 가기 위해 여행을 짜 봐야지."


파리에서 1년간 공부할 때 에펠탑 전망대를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귀국 후 누구나 가는 에펠탑 전망대를 가보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곳 말고도 파리에서 가봐야 할 곳은 무궁무진했다. 늘 갔던 개선문의 전망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매주 주말마다 미사를 드린 생제르망데 프헤 성당 등 타인과 다른 나만의 랜드마크들은 많았다. 몇 년 이후 허니문 때 파리를 여행지로 선택했고 그때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가 봤다. 생각이상 보다 그리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지 않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더 둘러볼 걸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든,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틈' 하나가 생긴다고 어긋나지 않는다.  전체를 훑어보려면 '틈'이 있어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으니깐.  책 한 권에 못 보고 넘긴 '빈틈'의 페이지가 있더라도 책 한 권을 끝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속독 방법, 독자를 위해 일상의 '쉼표'가 되기 위해 복합문화공간을 만든 '카페꼼마, 모든 여행지를 돌아보지 않고도 나만의 랜드마크를 만들며 또 다른 여행에 대한 희망을 꿈게하는 '틈' 만드는 여행지까지.  삶에서 빈틈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에펠탑은 그 안에 들어가서 보는 것보다 바라보는게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2016년 촬영)
2007년 파리에 살 때 노트르담대성당에서 바라본 에펠탑의 모습(2007년 촬영)
2016년 파리에펠탑에서 허니문 여행차 기념스냅샷을 찍었다. 우리 아가는 집앞 파리바게트를 가장 좋아한다. 직접 가볼 날이 언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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