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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12. 2021

낯섦과 익숙함의 차이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을 가지려면

4주간 진행했던 <다섯줄문장아침식사>  리추얼이 끝났다. 8월 16일 월요일부터 시작했던 이 리추얼을 기획한 메이트는 아침매거진 윤진 편집장이었다. 평소 그녀가 발간하는 잡지를 즐겨본 터라, 그녀의 아침 일상도 궁금했었다. 이른 아침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그 시간을 통해 그녀는 어떤 방향으로 삶을 그려내는지도 궁금했다. 4주간의 리추얼을 통해 그녀가 아침시간을 통해 '아침 먹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결과 아침 매거진에서는 건강한 아침식사를 하는 습관을 알려주는 매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아침식단에는 주로 요구르트, 사과, 그래놀라, 얼린 블루베리 등이 등장했다. 간단한 아침식사이지만 이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예측하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달래주고 있는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4주간, 20일 동안 아침식사를 통해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해 대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유와 그래놀라, 아오리 사과, 복숭아, 반숙된 계란 프라이,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등 매일 아침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이 아침을 먹고 나면, 하루가 온전히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따라갈 것만 같았다.


특히 출근 전 아침시간이라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는 일상이 많았는데,  거창한 아침식사가 아니지만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냉장고로 걸어가서 아침 먹을거리를 찾고, 씹을 수 있는 아침식단으로 눈과 귀와 마음을 여는 시간. 그 시간에 함께한 리추얼 메이트들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와 건강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나를 대접하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

 흩어졌을 이야기를 예쁜 상자에

 담아두는 시간을 경험했다.

무거운 생각은 나누면서 가벼워졌고

우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아침 매거진 윤진 편집장의 마지막 줌에 대한 회고 일기 중 (발췌 : https://www.instagram.com/p/CTtwxr_JbPA/)

 

리추얼을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한 메이트들과의 이야기가 더 편하고 반가워질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연이어 3달간 이어서 참여하기도 했다. 새로운 리추얼은 적응할 시간이 늘 필요했고, 참여한 이들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만나기에 어색한 분위기가 늘 맴돌았다. 온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가 평가받기에 앞서 나를 다 보여주기가 어려워질 때도 있었다. 참여한 메이트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연다는 이토록 어렵고.. 특히 내 마음을 열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더 어렵다.


1년간의 리추얼을 통해 깨달은 점은 타인의 마음을 열려고 애쓰기보다, 앞서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비록 내 도움이 약소할지라도, 필요하지 않아도 내가 마음을 연 만큼 타인의 마음을 열 수 있었고 내 자신에게도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렇게 4주간의 <다섯줄문장아침식사>리추얼이 끝나고 마지막 줌 회의 때 다른 리추얼에서 느끼지 못했던 찐한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 직장 불문하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떠나 진지하게 나라는 사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시간, 특히 그들이 써 내려간 리추얼 일기는 트렌드에 민감한 잡지매거진만큼 너무나 재밌었고 흥미진진하여 매일 댓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4주간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 것도 1년간 리추얼 하며 처음 느꼈던 감정이기도 했다.


낯선 긴장감보다 익숙한 공간, 사람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지금까지 오래 인연을 맺은 친구는 10년 지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드러냈던, 그런 귀한 인연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에서 만난 적은 빈번했었다. 내 개인과 일로서의 만남을 떠나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많이 없었던 밑미의 리추얼 모임에서 이토록 진지하게 나를 들여다보며 나를 사랑한 순간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던 한 달이었다.


타이밍도 좋았었다. 매일 아침 글쓰기와 책 읽기에 집중하던 모닝 리추얼이 1년간 지속되면서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적이 많은 터라, 내 몸을 챙기고 싶어진 바람이 있었다. 그로 인해 느긋한 아침시간을 보내는 주말에는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일종의 주말 아침 리추얼이 생겼는데, 평일에도 매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찰나에 밑미에서 <다섯줄문장아침식사> 리추얼이 생긴 것이다. 



20일간 4주간 기록한 <다섯줄문장아침식사> 리추얼 인증사진, 9.11은 주말아침상인데 아이와 함께!



나의 에너지를

모으는 일에 집중하고파


삶에서 마음에 딱 맞는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일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오래 머무는 곳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 말은 즉 에너지를 배출하는 일보다 에너지를 모으는 일에 더 집중한다는 말도 같다. 새로운 경험은 설렘을 줄 수 있지만, 긴장감을 동반한다. 기대하지 못한 공간의 피로도도 따라온다.  이는 마치 내게 익숙한 공간과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에너지를 충만하게 해주는 공간은 어쩌면 새로운 공간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공간일지 모른다. 아침마다 들른 회사 1층 커피숍, 가끔 둘러보는 집 근처 산책길.. 동네책방.. 그리고 좋아하지만 거리가 있어 자주 못들르는 박물관까지.


어제는 좋아하는 공간들에서 정오부터 19시부터 머물렀음에도 다음날에는 오전 내 늦잠을 자고, 집콕하며 오후에는 4시간의 긴 낮잠과 숙면을 취했다. 매일 출근하는 회사에서의 8시간은 어떠할까.. 좋아하는 공간도 몸에서 하루정도 쉬어가자고 하는데...  사람의 관계도 그러하다. 예상치 않은 공간에서 만난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그동안 쓰지 않은 에너지를 모아서 써야 하기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기존에 내 몸과 마음에서 알고 있었던 익숙한 객체가 아니기에 어떠한 태도로 내가 그를 상대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다.


결국엔 어느 공간에 있든 내가 내 에너지를 아끼고 충전하려는 마음은 큰데, 가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그 에너지를 소진해야 할 때가 온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더라도 결국엔 나의 마음과 몸을 지킬 수 있는 건 내 자신이기에.. 나를 잘 다독이며 나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사람을 만나볼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보냈던 주말의 시간을 회고하며,  낯선 감정보다 익숙한 감정이 많이 드는 사람과 장소를 가까이에 두며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겠다. 


악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 드라이브 길에 좋아서 예전에 즐겨들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을 틀어보았다. 10년 전의 곡인데도 지금 들어도 세련된! 심규선의 선인장, 부디..
청주공예비엔날레 2021가 열린 문화제조창에 들르며. 딱 원하는 아침상 식기를 만나 반가웠다.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 건물 1층.. 나의 에너지를 채우는 공간이다. 카페와 밥집까지.. 아이랑 여유있게 주말의 시간을 보냈다.
자리를 옮겨 좋아하는 이 도시의 카페에서.작년에 자주 왔었는데 올해 뜸했다. 최근에 건축대상까지 받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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