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팬더믹 이후 일상의 변화
드디어 1,2차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주사를 모두 맞았다. 불과 백신 예방주사를 맞은 개월 수는 두 달 채 안 되는 시간( 8,9월 각각 한 번)이지만, 2년간의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거 같았다. 내년에는 어떠한 환경이 우리의 삶에 지배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덜 괴롭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장신구를 몸과 마음에 채울 때도 많은데, 특히나 마스크라는 존재는 어느 순간 내 피부와도 같은 필수품이 되었다. 이 마스크가 있어야 어디든 갈 수 있는 '프리패스권'처럼, 마스크가 없는 외출은 이제는 어색하다. 네 살 된 아이는 바깥에서 사탕, 초콜릿, 과자 등 간식을 먹을 경우가 있으면 작은 손으로 코 부위에 걸친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입안에 넣고 마스크를 다시 코까지 올린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을 늘 인지하는 터라,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벗고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자니 안쓰럽다.
가끔 마스크를 쓰기 싫다고 너무 싫다고 징징거리는 날도 있다. 어른인 나도 2년간 마스크를 써도 익숙지 않은데, 아이는 오죽할까. 그 심정을 알지만 누구나 똑같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터라 잘 달래어 쓰도록 유도해본다. 하지 않았던 관습이 새로 생긴다는 거.. 누구나 처음에는 불편하고 따르기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우리는 그 관습에 적응해나간다. 적응을 앞서 변화를 한다. 더 빠르게 더 나은 방법으로 관습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사회규제나 시스템이 삶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기사
그렇다면, 우리 개인은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할까.
우선 내 사례를 들자면, 예방접종 주사를 맞은 경험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1,2차 접종 후에 내 몸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1차 접종 주사 때 미리 사두었던 타이레놀은 다행히 고열이 나지 않아서 1,2차 모두 접종 후 복용하지 않았다. 다만 주사를 맞은 왼쪽 팔뚝이 부위가 욱신 거리는 느낌은 2~3일 정도 지속되었다. 1차 때는 주사를 맞은 이후 엉덩이 부위에서 뜬금없이 큰 멍을 발견하기도 했다. 2차 때는 최근의 징후인데, 숨이 가쁘고 몸에서 두드러기 나는 느낌이 들어 피로감이 컸다.
접종 후 몸의 후유증을 굳이 언급하자면, 체력이 약화되어 움직임이 많은 날에는 피로감이 커져서 낮잠을 많이 자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원래 잠을 자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성향인데, 더 많은 잠을 자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잠으로 그 피로도를 떨쳐내려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보다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내 감정이 더 예민하고 더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몸에 붙은 장신구 하나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하다. 내 환경을 좌지우지하려는 그 요인 때문에 내게 주어진 일상을 망칠 수는 없다.
마스크가 떨어지면 불안감이 샘솟지만, 가끔 외출복의 색상에 맞춰 그에 맞는 여러 색상의 마스크를 구매하여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혹은 답답한 집 밖을 나가 산책을 하며 눈과 귀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예전보다 마음 편안히 숙박할 수 있는 장소는 줄어들지만, 출근과 가벼운 산책은 일상에서 활력을 주기도 한다.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어도 마음을 넓게 쓰면 된다. 내 안의 내 상활을 더 충실히 사는 것처럼 리추얼을 통해 일상에서 좋은 습관들을 많이 만들어보는 것이다. 멀리 떠나야 내 안의 것이 충족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도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충만할 때 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일상의 불안감이 샘솟는 날이면 여행은 되려 도피가 될 수 있다. 그럴수록 더 찬찬히 나의 일상을 돌보고 내 사람들을 챙겨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 코로나 팬더믹이 알려준 일상의 지혜이다.
삶은 참 단조롭지만, 매일을 살아보니 단조로운 삶에서도 파동이 치고 색색이 다른 변화가 있다.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털어놓으면 내가 털어놓은 상대도 마음이 아픈 시기였고, 그 아픔을 서로 어루어만져주고 응원의 손길을 뻗게 된다. 특히 이 코로나 시대가 더더욱 삶에서 아픔의 강도가 진해지는 시기였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제한된 시공간의 시간에서 오히려 기회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지방에 거주하는 나의 경우, 대면회의와 출장이 줄어들고 온라인 영상회의가 빈번해지면서 참여하고 싶은 강의나 만남이 온라인상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순간은 더 귀한 시간이 되었고, 개인의 시간은 각자의 삶에서 유한한 시간으로 남겨졌다.
가족과의 시간도 그렇다. 살을 비비고 매일 함께 살고 있지만, 눈빛을 바라보는 시간은 턱없이 많지 않다. 각각의 일터에서 일하고 지친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저녁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잠이 든다. 서로의 눈빛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주말이 더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한 달에 총 8번, 1년 중 주말은 총 96일에 명절 연휴와 공휴일, 대체공휴일 등을 더한다면 약 105~110일의 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하루 종일 보낼 수 있다. 365일의 1년 기간 중 3분의 1만 주어지는 셈이다.
그러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이가 성장하는 20년의 세월 동안 2000일의 주말, 공휴일 등의 시간을 하루 종일 함께할 수 있는 건데, 더 많은 곳을 함께 다니는 것도 좋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장소를 자주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새로운 공간 투어를 한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더 원만해지는 것은 아니니.. 결국 추억을 기억하고 누리는 우리의 삶에 늘 자주 머무는 공간에서 시간차만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더한다면 추억으로 오래 남을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 주거지를 떠나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군산으로 향했다. 가족끼리 주말마다 나들이 삼아 가는 곳은 공주, 청주, 군산, 부여 등인데 오늘은 군산을 목적지로 두었다. 마침 우연히 인스타그램 통해 봤던 갤러리 카페 '공감선유'를 발견하고, 꼭 가보고 싶었으나 노 키즈존이라 일찍 감치 마음을 접어야 했다. 신혼 때와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갔던 군산의 공간들을 떠올려보니 한일옥, 이성당, 은파호수공원 등 세 곳이었다.
오늘도 똑같이 이 동선을 따라다녔다. 예전보다 조금 다른 것은 날씨가 춥거나 더운 계절이 아닌 걷기 좋은 날을 택해서 갔던 것. 그래서 선선한 바람과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호수공원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늘 가는 호수공원의 산타로사가 아닌 다른 커피숍에 들러보았다. 조금 색다른 동선일지라도 늘 가는 공간들이라 어색하고 긴장감을 주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나 자연에서의 시간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덧붙여 이동 중에 읽었던 책도 참 좋았다. 삼십 년 넘게 일본 문학을 번역한 권남희 번역가의 <혼자여서 좋은 직업> 에세이집 통해 책을 읽기 좋은 9월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마스크가 있더라도 일상을 충분히 즐기는 방법은 많다.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단, 예전보다 줄어든 기회 속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되는 것이라고. 가족과 늘 가는 공간을 잠시 드나들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라도 느껴졌다. 돌아오는 귀갓길에 아이의 두 손에 주어쥔 카봇 새 장난감과 두 발의 새 신발을 신겨줄 수 있다는 것도... 비록 나의 장신구는 그대로지만.
오늘 읽은 책 구절에서 쓰인 '그저 사사롭고 소소하고 재미있고 가벼운 번역 혹은 삶의 이야기들이다'라는 표현처럼 가벼운 삶의 일상을 즐기며 사사롭고 소소한 일상들을 꾸준히 쌓아가고 싶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여러 불편한 점이 있어 이 전염병이 매우 미웠지만, 진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거창한 이벤트, 기념일이 매일 다가오지 않아도 좋다. 이 일상이 나를 지켜주고 나를 단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