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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Mar 27. 2022

구독 피로, 추념

1.[오늘의 단어집 펴보기]

올해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포털 사이트, SNS채널 등 여러 읽을거리가 수많은 플랫폼에서 진정 내가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가 참 감사하게도 느껴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골라서 볼 수 있는 큐레이터도 있고요.


그와 반면 너무 많은 콘텐츠를 다 읽어볼 시간이 없는 한정적인 우리의 시간에서 우리는 늘 선택해야합니다. 우리의 24시간 중 정말 필요한 시간, 필요한 지점에 시야를 맞추고 있어야하는데요. '구독' 이라는 단어가 올해 가장 제게 큰 의미를 준 단어인 라서 사전을 펴보다가.. '구독 피로'가 보였어요.


2020년 9월 29일 사전에 기입된 이 단어는 '구독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연관어로 '구독 피로증'도 있었어요. '구독하는 뉴스, 텐츠 서비스 등이 늘어나면서 관리가 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고 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독'이란 단어의 의미도 달라진 건데요. 구독의 사전적 의미는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이지만, 이제는 사전에서도 '특정 사이트나 앱의 채널을 저장하는 개념, 서로 팔로우를 하지 않고 본인만 상대방을 팔로우하는 것'을 뜻하는 의미를 덧붙였더라고요. 


단어의 역사성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구독, 좋아요' 라는 단어의 정의가 오프라인 매체에만 쓰이는 줄 알았던 예전의 시대와 달리,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독' 이란 정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광고, 잡지 등에서 사용하는 '월간 구독', '주간 구독'이라는 것 자체가 미디어 전반에 걸쳐, 커머스 시장에도 확산되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이기에..이 단어가 오래된 사전에 담겨있었지만, 시대에 따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었어요.


시간을 지나치며 달라지는 한 단어의 역사를 보니... 단어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거쳐 일상을 견뎌내고자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흘러도 계속 부르고 싶은 단어가 되기 위해 그도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죠. 새로 태어난 단어, 이제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은 소멸된 단어까지... 단어를 사람에 비유하며 삶의 시작과 끝을... 바라보는 거겠죠. 


이번호의 '오늘의 단어집'에서 언급하고 싶은 단어들이 참 많았는데, 2순위로 밀려났지만 '구독'보다 '추념'을 먼저 떠올랐어요. 연말이 되면 우리는 돌아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고'를 하지만, 한번쯤은 올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든요.


시간을 거슬려 생각하는 회고의 시간처럼... 올해 세상을 뜬 분들을 위한 추념, 애도의 시간. 추념이라는 단어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최근의 일이 아닌 오래전의 일을 생각할 때 쓴다고 하더라고요. 매년마다 국경일, 기념일이 있잖아요. 그 시간에 다시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  또 한 번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올해 기억에 남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주변이들의 죽음으로 마음을 빚을 가진 주인공 두식, 홍반장으로 인해 잠시나마 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거든요. 이어령 선생님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통해 '결국 죽음의 장소는 탄생의 그곳. 생명의 출발점' 라고 언급하고 있어요.  


앞서 추천드렸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책에서도 아버지(천문학자 칼 세이건)를 일찍 잃은 딸 샤샤 세이건의 담담한 시선은 자신이 낳은 딸에게 연결되어.. 생명, 죽음, 사랑, 종교에 대해 언급하죠. 그녀는 사랑을 일종의 종교라고 바라보며, '믿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종교처럼 여긴다'라고 언급했어요. 


떠오르고 싶은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없어도 그와 함께한 시간은 오래도록 간직할거라고 생각해요. 이틀 전 콜링북스의 올해 마지막 북클럽을 통해 <먼 길로 돌아갈까> 책을 함께 읽게 되었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가치가 그 숲에서, 우리 둘과 개들이 함께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었다.”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남아있는 게 모두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마음에 남은 '함께한 시간'을 회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새해에 더 많은 분들과 시간을 쌓는 기억들을 채워가시길요. 





출처.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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