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말, 9일간 썼던 리추얼 일기로 인해
2017년 두 번에 걸쳐 친구에게 장기간 책을 빌려주는 대출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나의 사적인 서재>라는 이름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에 관심 많았던 친구에게 10권을 빌려줬다. 친구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추천한 책 30권 여중 그녀가 읽고 싶은 10권을 골랐고, 다음번에 책을 빌려줄 때는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책장 앞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책의 대여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친구에게 택배비용만 받았다. 무리하게 책을 사지 않아도 되고 반납기한에 부담감을 떨칠 수 있어 친구에게도 좋은 서비스였다. 나 또한 당장 읽지 않은 책들을 전달해줘서 책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자주 보기 어려운 친구이기에 그 친구와 택배 속 손편지를 통해 안부와 취향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서재방을 내가 원하는 책들로 배치하는 책들의 공간을 꾸몄다. 나만의 서재방이 드디어 재탄생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우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침 리추얼 일기를 쓰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미 행동으로 옮기기 전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내면의 마음을 듣고 변화를 시작하면 이미 변화를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재방을 통해 내가 정말 책을 좋아하는 것을 느꼈고, 책만이 가득한 방에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알았다. 처음 이 집에 이사를 왔을 때 그 바람처럼.. 서재방에 책이 가득한 방으로 꾸몄는데 어느샌가 아이의 물건이 방 한쪽을 차지했다. 아이의 놀잇감을 이미 거실에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방 곳곳에 아이의 물건이 있었다. 방마다 쓰임이 다르기에 그 쓰임에 맞춰 방을 정리하니 사람이 살 구멍이 생겼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들어와서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방이 있다면. 어느 곳보다도 나를 위로하는 공간을 일상에서 만들 수 있었다. 돈을 지불하고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찾아갈 수 있는 마음에 드는 카페들과 달리,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절로 발걸음이 옮겨가는 <나의 사적인 서재>, 서재방이 생겨 행복했다. 소소한 행복감이 들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이었다. 그 공간에 낯선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 그 방의 쓰임은 또 달리 느껴졌다. 내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공간처럼. 나만의 간직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결국 집은 나를 위로하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도 그 위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덧붙여 서재방을 정리하는 것은 '대단한 몸쓰기' 였다는 걸 느끼게 됐다. 엄청난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내 일상을 달리 만들었다. 더 집중력 높은 글쓰기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다는 것.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전에 나를 달래주는 방법을 먼저 가져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달래는 건 한계가 있다. 정말 나를 모르기에, 정말 나를 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그래서 그 마음을 알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혼자만의 세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 샤워하는 시간이든. 가족 모두가 깨기 전에 서재방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처럼. 지속적인 나만의 시간을 통해 나다운 콘텐츠,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리추얼 시간을 통해 매일 아침 나를 만나고 싶다는 용기와 마음가짐도 가졌다. 똑같은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매사 할 수 있는 힘이 길어지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서재방의 재탄생. 그 덕에 다른 방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주방을 정리하고 옷장에 아이 옷을 정리했다. 버릴 뻔한 그의 작은 책장을 아이의 상하의 옷으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못 입고 낡은 옷을 버리고 빈상자들을 모아서 버리고.. 그가 같이 옷방을 더 정리해보자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