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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Jan 05. 2021

올해 새해 목표는 없다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 모닝리추얼 ‘읽’기쓰기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면, 새 노트 앞장에 빽빽이 한 해동안 하고 싶은 일을 적곤 했다. 모든 걸 할 수 없어도 우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어보았다. 매해 등장하는 ‘단골 목표’는 살 빼기, 어학공부, 글쓰기였다. 애써도 도저히 풀 수 없는 수학 문제처럼 ‘어려운 목표’라는 것을 알면서 매번 그렇게 써 내려갔다. 그렇게라도 적어야지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만 같아서.


1. 살 빼기 

과체중은 아니었지만  이 목표는 한 해 시작할 때 꼭 써주는 게 좋아 보였다. 다이어트를 달리 표현한 ‘목표 단어’인데, 살을 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적은 많지 않았음에도 이 목표를 매해 새해 다짐으로 선정했다. 덜 먹는 것에 치중하여 1일 1식을 한 적도 있었으나, 달달한 간식을 자주 먹다 보니 소용이 없었다. 학부시절 다이어리 곳곳에 마른 여성 모델의 사진을 도배한 적도 있었으나, 아이를 낳고 난 후엔 그 사진들이 그렇게 자극을 주지 못했다. 사진들을 붙일 시간도 없었다. 운동을 꾸준하게 한다고 한들 주 1회를 지키며 3개월을 지속하여 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오히려 1대 1 코칭해주신 선생님과 안부인사만 나누기에 바빴을 뿐.


 그나마 5년 전에 일도 없는 백수가 되어 마치 내 상황과 비슷했던..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자전거 하나가 집안에 뒹글고 있었다. 집 근처 자전거 수리점에 바퀴와 브레이크 장치를 고친 후  낡은 자전거를 타고 4개월가량 합정역에서 용산역까지 힘차게 왕복 운동을 했었다.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있다.그때 몸이 가장 좋긴 했다. 힘주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그런지 허벅지는 단단하면서 얇아졌고, 배도 덩달아 쏙 들어갔다.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한강변을 탔는데,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덩달아 좋은 기운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용산역에 위치한 일터로 이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여 새 터전의 아파트 단지 안에 피트니스센터가 있었으나 운동기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몰라 러닝머신만 열심히 달리고 온 기억만이 남아있다.

 아이를 낳고 복직 후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출근하기 전에 앞산 등반​을 목표 삼고 1시간 가량 부지런히 걸었다. 모닝리추얼을 한 셈인데, 출근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은 단련됐으나 매일 산을 탈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다. 앞산을 타고 돌아와서 샤워한 후 바로 출근 준비를 하며 아이를 등원시켜야 했는데, 아침부터 체력소모가 커서 회사에 출근하면 금방 기운이 떨어져 단 간식이 필요했다. 잠시 보류하고 이어 5월 말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 2회씩 바디 플레이트를 했으나, 30회 수업을 겨우겨우 채우고 지금은 쉬어가는 중이다.


운동 또한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해야 할 리추얼인데 그 리추얼을 할 수 있는 시간대를 맞춰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어느 순간 살 빼기가 아니라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하기로 결심을 달리 세웠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실내 운동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없으니, 야외에서 운동하거나 홈트를 해야 하는데 홈트는 적성에 맞지 않는 편이라... 달리기를 시작해볼까 고민 중이다. 근데 날씨가 너무나 추워지니. 어쩌지.


2. 어학공부 


새해 맞아 대청소를 하면서 2015년 1월 1일에 세운 ‘나 자신에 대한 약속’이란 제목의 쪽지를  봤다.



‘많이 베풀 수 있는 한 해로.
저축. 건강 지키기.. 운동 꾸준히.
몸을 생각해서 직접 만들어내기.
돈보다 그 시간을 함께 있어주는 게 가장 큰 선물.
부모님께 잘하기. 엄마의 바람(심플, 청소,  많이 배우고 정리). 영어회화와 불어공부 놓치지 말기.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 약속 잘 지키기,
글 많이 쓰고 많이 경청하기’.


이렇게 많은 다짐을 했다. 과연 그 해에 이 많은 목표를 다 이루었을까. 무엇보다 학부 때 늘 적혀있었던 ‘어학공부’는 지긋지긋하다. 학부 전공이 어문계열이니 어쩔 수 없이 어학공부를 해야만 했다. 부지런히, 성실히 매일 해내가야만 하는 숙제임에도 시험이 다가오면 시험 범위를 몰아서 벼락치기 공부를 했었다. 수업이 있는 날에만 예습을 잠시 했을 뿐, 복습에 게을리했다. 그렇지만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때 공부한 불문법은 잊히지 않았다. 어려운 발음까지도.(공부도 해야 할 시기가 있음을. 기억력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맹렬히 공부했던 시기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누군가에게 그리 일상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제2외국어인 언어를 전공한 터라. 직접적으로 일상 속에 스며드는 학문이 아니였기에. 전공을 등한시했다.  1년에 한 번은 자비로 해외여행을 떠날 기회를 만들려고 준비하다 보니 영어 공부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재산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굿모닝팝스’를 듣거나.. 재작년에는 반년에 걸쳐 회사에서 지원하는 영어 전화 수업을 주 2회씩 10분간 정기적으로 수강했다. 영어실력이 확 늘지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영어로 말할 기회가 오면 영어 공포증을 없애준 효과가 매우 컸었다. 그 점에  점수를 높이 평가해주고 싶었다. 결국 리추얼의 힘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3. 글쓰기


글쓰기는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한 목표였다. 첫 직장에서 만난 동기들은 지금까지도 글 쓰는 직업을 가지며, 그들만의 프로세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일반 직장인이다. 내 글을 읽어줄 독자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그전에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해야만 했다. 주제는 일상의 소재에서 찾았다. 그렇지만 꾸준한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직장인으로서  글쓰기를 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다.. 퇴근 후 글쓰기 수업을 다니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았고, 과연 ‘효과 있는 시간이 될까’라는 의문점만 찍혔다. 그나마 책을 통한 모임이 있거나 없으면 내가 만들어서 책을 함께 읽을 사람들을 모았다. 저자와의 대화, 북토크 등등..

 책 한 권을 냈던 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글쓰기 훈련법’이라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머리를 쪼아 내서 내린 자구책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자신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먼저 들려줬다.



“무엇이든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건, 글쓰기 건,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그런 것을 익힐 기회를 찾으라. “

-석지영,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누구도 대신해서 당신의 느낌을 느낄 수 없다.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이며, 당신만 당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표현하지 않은 말들로 스스로를
뒤덮어라. 인생을 팔 벌린 채로 살아라.
오늘이야말로 당신 책의 시작이다!”

_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2013년, 2016년 각각 저자(석지영 교수, 손지애 교수) 와의 대화에 참여했을 때 인증 사진들




1) 내 일상을 변화시킨 책들


인생에 수많은 책이 있지만 그 책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건 많이 없었다. 지난 한 해동안 회사 자료실에서 빌렸던 책들은 약 80권이었다. 그중 정말 내 마음을 울렸거나 감동을 준 책은 5권채 밖에 안 되었다. 결국 책을 직접 사서 내 책장에 두고 보는 게 답이었다. 출판사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장은 <읽는 직업​>에서 “과거 무심결에 구입한 책들을 뒤늦게 읽을 때 스스로에게 놀란다”며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어떻게 이런 책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사두었던 자신을 칭찬한 구절이 나온다. 결국 책장의 책은 오래도록 꺼내 읽으며 필요할 때 찾아 읽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이 도구들이 없으면 글을 쓸 글감을 모을 수 없다.


 (내 책이라는 느낌이 강렬히 들어야만 그 책을 꼭꼭 씹어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운을 얻는다. 연필로 밑줄 긋기를 하며 다른 해에 밑줄 쳤던 문구들도 다시 읽어보고.. 되새기며 마음에 와 닿는 문구는 손글씨를 남긴다. 확실히 휘발성이 강한 영상 콘텐츠보단  것으로 소화 가능한 텍스트 콘텐츠  활자매체가 아직까진 내게 익숙하다. 영화를 참 좋아하지만, 모바일폰이나 티비화면에서 접하는 영화보단 영화관의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혀서 보는 걸 선호하는.. 지난해는 내 마음에 드는 활자 콘텐츠에 거침없이 돈을 썼던 한 해가 되었고,  아낌없이 소비를 많이 했다.)



20대에 나를 만들게 해 준 3권의 책이 있다. 소설가 겸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썼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손지애의 <손지애.CNN. 서울​>이다. 모두 초판을 가지고 있다. 신간을 보러 서점에 들렀다가 구입한 책들이었다. 서점에서 완독 하지 못해도 집에 와서 두고두고 볼 책들이라 각각 2007년, 2013년, 2016년에 구입하여 지금까지도 책장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대에 나를 만들어준 3권, 대학생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들

 

3권의 책의 저자는 모두 여성으로, 그녀들의 이야기에 더 매료될 수밖에 없는 건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의 삶 중에서 가장 멋있는 삶을 택하고 노력하며 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던 20대를 거쳐 30대 중반이 되어보니 그 시기의 내 용기와 열정이 참 부러워졌다.  


그나마 그때의 열정을 쫓아가 보려고 지난해 <자존가들​>이란 제목의 책을 펴낸 김지수 기자님과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쓴 윤혜정 저자를 각각 만날 기회를 가졌다. 코로나 19로 대면 만남이 제한적이라 귀한 만남으로 남아있다. (김지수 기자님은 코로나 이전에 2020년 1월에 만나 뵙지만) 2021년 새로운 한 해에 그들이 펴낸 책들로 그녀들이 내게 해주었던 말들을 새겨들으며, 다른 이에게도 좋은 기운을 공유하고 싶어서 2월 6일 온라인 북토크(출근 전 ‘읽’기쓰기)​를 준비하고 있다.



북클럽은 2013년부터 북클럽을 운영하며.. 모임을 계속 만드는 사람으로 활동했었다. 책을 읽기 위한 만남이지만, 북토크의 이름이 <출근 전 ‘읽’기쓰기​>이므로 글쓰기를 뗄 수 없다. 약 120일간의 모닝 글쓰기를 통해 탄력을 받아서 생각을 꺼내보려 하지 않아도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술술 나온다. 담백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새해 새날에는 힘을 빼고 간결하고 명료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누가 읽어도 착 마음에 와 닿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4건씩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연재 글을 쓰고 있는데,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채워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직장인으로 일한 지 11년 차가 되니 첫 출근길의 긴장감과 설렘을 놓아버린 적이 많았다. <읽’기쓰기> 리추얼 덕에 출근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브런치에서 [육아일기가 아닌 나의 성장일기​] 매거진의 글들을 연재하며 이 전체 글들이 100회 공유되었고, 다음 메인에 6번 노출되어 약 13만 뷰를 차지하기도 했다.  


 약 4개월간 이루었던 경험을 통해 [내가 만든 철저한 타인​] 이란 제목으로 브런치북 1권을 만들어주었다. 덧붙여 결혼 후 세종으로 이주한 30대 일하는 여성 인터뷰집 [나의 사적인 세종이주기​] 브런치북에 첫 번째 인터뷰이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브런치북은 지난달 독립출판물 형태로 출간되어 내가 사는 지역의 동네서점에 무료 배포가 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모닝글쓰기를 통해 생긴 작고 작은 에피소드를 모은 [내 일상의 밑간, 모닝리추얼​] 매거진을 개설하였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볼 때.. 올해 연말에는 많은 것을 얻었고 기회도 생겼다. 돌아오는 토요일(1.9)에는 신문지면을 통해 나의 리추얼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기사가 담길 예정이다. 사진 촬영 전문가를 통해 내 공간을 종이로 남길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다. 사진기자님이 오셔서 모닝글쓰기를 하는 리추얼 장소, 나의 서재방을 촬영하러 오셨다. 가족 외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장소를 신문지면에 공개하는 일이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올해는 다가올 인연과 기회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을 취하자 그 경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의도치 않은 일들로 내 안의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2021년 1월 3일, 새해 아이와 함께한 모닝리추얼. 서재방 촬영 후



2) 모닝글쓰기


모닝글쓰기로 리추얼​을 하면서도 서서히 내 마음에 맞는 서재방을 갖게 되었다. 생각 속의 정리를 몸으로 정리하는 게 대단한 발전이자 효과인 듯싶다. 모닝글쓰기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님이 물어보신 질문이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매일 지속하는 원동력에 대한 물음.  매일 짧게 10분이라도 한 줄이라고 써보고 해보는 것. 큰 목표를 세우는 건 오히려 사치일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바라면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그냥 단 하나. 단순하게.



자기의 정체성을 좁고 희귀한 것으로 규정할수록, 더 많은 삶의 요소들이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수정하라. 이렇게 살아가려면 거창한 자아상을 버려야 한다. _3장.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발췌 <신경끄기의 기술> 중, 마크 맨슨 지음


책에서 언급한 그 문장처럼 단순하고 명료하게. 거창한 자아상을 버리고 나를 인정하는 것. 내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 그래야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간다. 리추얼을 할 도구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철저히 내 자신이 나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리추얼하면서 늘 드는 생각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 어제와 같이 그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치의 연속.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내가 얼마나 그 약속과 계획을 지킬 수 있는지 자신을 너무 크게 본다는 것. 현실을 직시하면 앉아서 글쓰는 시간도 매일 쪼개서 하는 판에.. “한 달에 단 한 가지만 지켜도 돼.” 사소한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작년에 깨달았으니!!



[인스타그램] #모닝리추얼 인증 모음집


“매일 생산적인 학자였던 말콤은 매일 글을 썼다. 한 페이지 그리고 반, 하루에 단 1.5쪽. 절대 거르지 않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식으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번에 1.5쪽 작업하다 보면 한 달 후에는 예외없이 한 챕터를 완성했고, 9개월 후에는 책을 한 권 냈다.
말콤은 내게도 논문을 매일 조금씩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런 식이면 글쓰기가 거대한 기대로 부풀려지기보다는 평범한 습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중략) 내 글길이 막힌 것은 일종의 무대 공포증 같은 증상이었다. 말콤 덕택에 나는 매일의 글쓰기가 무대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_3장. 옥스포드에서의 대학원 공부  


“나는 연구와 글쓰기 작업에 대해 빌이 내게 준 조언을 내 글쓰기의 원칙을 삼고, 내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말콤이 옥스퍼드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즉,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  주제에 대해 다 알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할 것. 확신이 서지 않는 단어라도 일단 써 보고, 내용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완전히 다시 쓸  것, 쓰고, 연구하고, 읽고 다시 쓸 것. 이 과정을 반복할 것.(중략)  
글을 쓰겠다는 시도는 감히 모든 것을 안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번에 조금씩 배운다는 불완전한 과정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_3장. 두려워 말고 매일 꾸준히 글을 쓰라
<내가 보고싶었던 세계> 중, 석지영 지음  


4.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지난해 모닝리추얼에 흠뻑 빠져들 무렵,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유독 그 단어와 관련된 기사와 책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부모님이 떠난 세상을 상상해보기도 했으며..내가 없는 세상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런 상상 속에 내린 답이 있다. 현실에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것을. 주어진 매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할 것을.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내게 돌아올 인연과 기회는 언젠가 주어진다는 직감을 받았다. 내가 아무리 애쓰더라도 내 손에 주어지지 않을 기회도 있을테고. 지나가는 대로 스치는대로.. 내가 가야할 길을 꿋꿋이 걸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각자 우리가 걸어가는 방향이 모두 다르듯이. 같은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또 다른 내일의 만남을 고대하며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방해받지 않는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모닝리추얼 일기를 매일 쓸 수 있다는 것을 새해 목표로.. 덧붙여 아이가 편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매일 변동없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길.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마실 찻잔을 미리 꺼내고 커피포트에 물을 채우는 것,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서재방으로 자리를 옮겨 책상스탠드에 불을 켜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는 소리를 들으며 1~2시간 가량 모닝글쓰기와 책을 읽는 것...


모닝리추얼에 집중하는 도중에 아이가 아침잠에 깨면 살포시 내 품에 안겨주고 세수를 시키고 간단한 아침거리를 챙겨주는 것. 외출복으로 옷을 입히고 그가 좋아하는 티비만화를 함께 봐주는 것. 샤워를 마치고 출근복으로 갈아입고 옅게 화장을 마친 후 집을 나서는 것. 집을 나서기 전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간식을 챙겨주는 것.


운전하는 길에 듣는 이현우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 늘 마주하는 아이가 좋아하는 소방차를 가리키며 함께 로보카 폴리 노래를 불러보는 것​. 아이가 순탄히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순간을 바라보며 짧게나마 출근길을 걸어보는 것. 4층 사무실의 내 자리에 안착하는 그 순간까지.


 눈을 떠서 아침을 여는 3시간 가량의 시간이 매일 하루 중 긴박하지만 일정한 스케줄이다. 그 순간 내게 주어진 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장 보이지 않는 먼 미래를 탐하지 않기를,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이룰 수 없는 새해 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이벤트가 다가와도 내일도 내게 맞춰진 서재방에서 아침에 일어나 모닝리추얼 일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냥 그 바람뿐이다.



“정신 건강을 챙기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것을 많이 배우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방법이에요. 나는 북콘서트를 자주 다니는 편인데, 거기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어떤 질문이라도 하고 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껴요.”

그녀가 했던 말 중 가장 좋았던 말은 '내면세계를 가꿔라'였다. 기쁨의 원천을 찾고 즐기는 것,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 것, 일을 놀이로 만들고 가능한 많이웃는 것, 특히 내 자신에게 많이웃어주는 것.
- 그녀의 일기장 중


2016년 나의 인터뷰  중에서 발췌




새해 ‘작심삼일’로 고민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결심이나 다짐을 반드시 새해 초에 하고, 며칠 만에 잘 안 됐다고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이의 생일이나 학교 입학일 등에 맞춰서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첫 기념일은 누구나 축하해주지만 2주년이나 3주년, 두 돌이나 세 돌은 나만 아는 기념일이 되거든요. 그런 시점에 맞춰 2주년 기념 다짐, 3주년 기념 결심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일상에서 찾고 기억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진짜 기념일’이 되는 거죠.”

2021년 인터뷰





지난해 11월 [브런치북] 에 엮었던 모닝리추얼 Episode

1.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절실한 요즘​​


2.모닝리추얼로 아침이 달라졌다​​


3.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아침 모닝리추얼​​


4.  첫 브런치북을 내며 ​​



지난해 12월부터 연재한 [내 일상의 밑간, 모닝리추얼]

5. 나만의 커피를 즐기는 취향에 따라​


6. ‘읽’기쓰기 리추얼을 지속하기 위해


7. 더 나은 내가 되려는 리추얼을 하려면? ​


 

어떤 이벤트가 다가와도 내일도 내게 맞춰진 서재방에서 아침에 일어나 모닝리추얼 일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냥 그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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