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쓰기 리추얼을 지속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라서, 크리스마스라서 들뜬 하루가 아닌 휴일에도 일상이 흔들리지 않은 내가 되고 싶었다. 가족이 모두 일어나기 전, 알람이 울리기 전... 침대에서 가뿐히 몸을 일으켰다. 서재방의 스탠드에 전원을 켜고 커피포트에 물을 데웠다. 시계를 찾아서 보니 새벽 6시 30분.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니 출근 마감시간에 쫓기지 않게 여유 있게 모닝리추얼을 할 수 있어 기쁨이 배가 되는 날이었다.
간단히 손글씨로 모닝글쓰기를 시작했다. 일기장에는 이렇게 썼다. “모닝리추얼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런데 리추얼 마감을 내가 아닌 아이가 결정한다. 아이의 기상시간에 따라 리추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에.” 내 시간을 마음껏 이용하며 서재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데, 아이가 8시 30분에 일어나니 이 모든 행위가 중단되었다.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자주 야근까지 해야 했던 과거의 직장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이었지만, 카프카는 여전히 방해받는 기분이었다. 좁은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어, 모두가 잠든 밤늦게라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950년대, 앨리스 먼로는 어린 두 자식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가사와 양육이란 두 가지 의무의 틈새에서 틈틈이 글을 써야 했다. 큰딸이 학교에 가고, 작은딸이 낮잠을 자는 동안 먼로는 조용히 침실에 들어가 글을 썼다. 그 때문인지 훗날 먼로는 “그 시절에는 낮잠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_앨리스 먼로 (캐나다 소설가. 북아메리카 최고의 단편 작가라 불리며 2013년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리추얼, <직업의 시간과 작업의 시간> 발췌
‘리추얼’ 책에서 만난 먼로, 그녀의 삶처럼 내 일상에서 잠시나마 내 몸이 자유로운 시간은 ‘아이가 잠든 시간’이었다. 아침시간의 자유는 내가 정하고 싶어도 아이의 기상시간 또는 출근시간으로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아주 밀도 높게 모닝리추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시간의 제한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과연 밀도 높은 시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려울 듯싶다. 뭐든 마감이 있기 때문에 여러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건 아닐지.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잠들기 전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내일 일과 중 회사의 중요한 행사 혹은 사적인 이벤트가 있으면, '내일 000 해야 하니 조금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야겠다’라는 자기 전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경우가 많았다. 알람을 여러 번 해도 일어나지 않는 날에는 그런 자가 암시를 안 하고 하루 일상의 피곤에 찌들어서 자게 될 경우였다. 요즘은 새로운 날에 시작되는 ‘모닝글쓰기’를 해야만 해서, 하고 싶어서 취침 전 스스로에게 다짐을 많이 하고 잠들었다.
특히 이달에도 밑미 통해 2개의 모닝리추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달에 처음 시작하는 ‘치유하며 글쓰기 읽기’는 다른 모닝리추얼 프로그램보다 아침시간에 빠듯했다. 30분간 책을 읽고, 30분간 글을 쓰는... 다른 리추얼보다 두배의 시간을 공들여야만 되는 프로그램이라 이른 기상은 필수였다. 일하는 엄마에게 24시간 중 누구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고르자면, ‘아이가 푹~~~ 잠든 시간’인데(자는 시간은 오후 10~11시 이후부터 아침 8시까지). 출근하는 몸이라 아이가 잠들 때 같이 취침해서 아이보다 이른 기상으로 ‘내 몸이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다.
예컨대 6시 기상해서 이 프로그램의 리추얼을 끝내고, 7시 이후에는 30분간 찬빈 님과 ‘집에 관한 글쓰기‘를 시작한다. 평소 7시부터 시작하는 모닝글쓰기를 1시간을 앞당겨야만 60분간 집중해서 ‘치유하며 글쓰기 읽기’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 아이가 8시 이전에 일어나면 리추얼은 말짱 도루묵. 짧게라도 리추얼을 하는 게 중요했다. 3년 반 동안 모닝리추얼을 이어온 리추얼 스승이신 미아님의 말씀대로 마치 발전소에서 가정으로 전기를 흘러 보내는 것처럼 소량의 전기라도 매일 끊기지 않게 모닝리추얼을 해야 하는 게 중요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추얼을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지속하려면 반복적인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드디어 북클럽이 원티드의 홈페이지에 개시되었다. ‘책이 좋아서, 책을 함께 읽고싶어서’ 의가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북클럽을 만들었을 때가 2013년이었다. 상수역이 위치한 플라워카페에서 만났던 그 시간. 지인들도 있었고 내가 개설한 북클럽에 관심있어 일부러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이후 북클럽을 여러개 운영했었고, 올해에도 새로 이주한 도시에서 북클럽을 개설했었다.
정말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책을 읽어야할지 팁을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그렇다, 없다. 결국엔 스스로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나 또한 그랬다. 중고등학교땐 책읽기가 너무 싫었다. 학교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섭렵한 동생 덕에 어깨너머로 책을 조금씩 봤지만) 그 시간이 걸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책을 좋아하고 싶고, 책에서 얻는 재미를 느끼게끔 내가 도와주고싶다. 결국엔 각자의 삶은 각자가 찾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주는 건...스스로 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나누며 베푸는 삶을 이제는 해봐야할 때가 아닌가라는 자문에서 북클럽 ‘읽’기쓰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일종의 명상 과정은 매우 흥분되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의 느낌, 당신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할 도서관을 지울 때 얼마나 기쁘겠어요. 그게 중독이죠.”
*질문: 지금까지 만든 책 중 최고의 책을 꼽을 수 있을까요?
나의 답은 언제나 ‘내가 내일 작업할 책’입니다. 과거의 프로젝트와 기존에 쌓인 모든 경험이 그 다음 작품에 고스란히 담길거니까요. 나는 미래를 위해 오늘이나 어제 했던 걸 반복하지 않습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1장.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인터뷰 중
책과 관련된 모임을 만들면서 늘 드는 생각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친교의 목적으로 북클럽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나,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희망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힐난하기 보단,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마음과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려는 경청하는 태도를 지닌 분들이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의 역사를 모르지만, 책 하나로 서로의 취향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모임.
그 건강한 모임을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모임형식으로 시작하려한다. ‘읽’기쓰기 리추얼을 100일간 지속하면서 새로운 한해도 이 습관을 가져가고싶은 내 소망이 강렬하기 에 의무적으로 이 모임을 만든 것도 있다. 함께하면 더 참여할 의지가 샘솟지 않을까. 누가 멘토,멘티라기 보단 서로가 가진 것을 탐하기 보단 서로가 알고 있는 부분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
2020년 한해동안 ‘읽’기쓰기 리추얼에 큰 영감을 준 책 3권을 북클럽원들과 함께 읽어볼 계획이다. 모닝리추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게해준 <예술하는 습관>, ‘읽’기쓰기 리추얼에 한창 재미가 들렸을때 마주한 윤혜정 저자의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당신을 인터뷰해드립니다’ 프로젝트에 당첨되어 2020년 1월 16일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이가 되었을 때, “나를 사랑하고 타인들도 자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계기를 만드는 일”을 지속해서 해보기를 응원해준 그녀의 말처럼..그런 마음가짐으로 북클럽을 통해 ‘읽’기쓰기 리추얼을 함께해보고 싶은 마음에 김지수의 기자의 <자존가들>를 마지막 책으로 선정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나만의 리추얼을 찾아보고 글쓰기와 책읽기를 꾸준히 해보고 싶으신 분 * 출근 전 나를 위한 밀도높은 시간을 가지고 싶으신 분* 잡지 매체를 좋아하고 인터뷰책에 관심많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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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이 북클럽원으로 구성됐으면 하는 바람. 함께 북클럽 ‘읽’기쓰기 를 해보아요!! 내년 2월 6일부터 두달간 격주로 토요일 오전시간에 온라인 모임 4번과 오프라인 모임 1번을 가질 계획입니다. 모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글 쓰며 책 읽는 시간’을 매일 갖고 싶었습니다. 회사일이 많다는 핑계와 가사, 육아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네요. 일하는 시간 외 가장 밀도 높은 시간대를 찾아보니 기상 후 출근하기 전 아침시간이었어요. ‘읽’기쓰기의 리추얼을 시작해봤습니다. 여러 책을 속독했던 습관을 벗어나 한 권의 책을 일주일간 정독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지난달엔 8권 이상 읽었어요) 출근 전에 끝내야 하는 마감시간으로 어떤 내용이든 맥락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출근 시간 전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 중에 가장 몰입감이 높았던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상 깊은 문구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 습관을 평생들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인으로 일한 지 11년 차가 되니 첫 출근길의 긴장감과 설렘을 놓아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읽’기쓰기 리추얼로 출근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저의 ‘읽’기쓰기 리추얼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3권의 책을 함께 읽어보고 선한 자극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하루 중에 가장 몰입감이 높았던 혼자만의 시간통해 인상 깊은 문구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 습관을 평생 가져갈 수 있도록 함께 시작해봐요. #북클럽읽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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