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이불 밖으로 발가락이 나오고 싸늘하게 냉기가 감돌면 무릎을 굽혀 재빨리 발가락을 이불 안으로 넣는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 이불 안 남아있던 온기가 발가락을 감싸는, 이 느낌이 좋아 겨울을 좋아한다. 어제는 뭐 하다 잠들었더라. 자기 전에는 슬프고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은데. '슬픈 마음도 다 끊고 자야하는 밤이 있는거야.' 나를 다독이며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얼큰한 라면이 주는 만족감에 밀려나는 스트레스처럼, 모든 감정이 훅 바람부는 대로 사라지면 어떨까. 그럼 잠들기 전에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들처럼 투닥거리는 여러 다툼은 애초에 없는 것이 되지 않을까. 잠들고 쉬이 사라지는 감정은 서로에게 비치지 않은채 힘껏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