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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Jan 25. 2021

메이드 인 코펜하겐 '방방'

왜 트램펄린에서 내려오면 느낌이 이상할까?

왜 트램펄린에서 내려오면 느낌이 이상할까?

코흘리개 시절, 학교 앞 퐁퐁(지역마다 다르다던데 서울/경기를 이주하면서 산 나는 퐁퐁이라 불렀다) 타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중력을 거슬려가며 내 키만큼 점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시간. 아이들이 많을 때에는 은 10분이라도 뭔가 빨리 끝나는 것 같았고, 반대로 아이들이 조금 없는 한가한 시간에는 주인아저씨가 조금은 길게 타도 봐주시는 듯했다.


다 타고 내려와서는 친구들과 다 같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멘트 바닥에서 발을 구르며 그 이상한 기분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저 멀리 검은 비닐봉지에 삐죽 튀어나온 대파를 들고 걸어오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 바닥이 이상해!!"

"또 이거 탔구먼 어이구~"


비닐봉지를 든 반대편 팔에 내 몸을 맡기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나란히 걸어가는 길엔 한없이 바닥을 통통거리는 이상한 기분을 계속 느끼고는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트램펄린을 탈 일이 없었지만 코펜하겐의 강가에 설치되어 있는 이 엄청난 놀이기구를 보고는 얼마나 신나서 탔는지 모른다. 바닥에 발이 꺼지는 느낌을 느끼면서 말이다.


트램펄린을 타고 내려오면 왜 바닥이 발을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까?


뛰어오르는 순간에는 속도가 위로 향하지만, 중력은 위로 올라가는 사람을 아래로 잡아당겨 올라가는 속도를 점점 무중력에 가깝게 만든다. 결국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방방 뛰던 우리는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코펜하겐 '방방'>


혹시 고장 나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갈 때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거나 기분이 이상해진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현상을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현상 broken escalator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평소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에스컬레이터는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뇌는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가 정지되어있어도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평소보다 걸음을 빨리 내딛게 되고, 어지럼증을 동반한 일시적인 균형 감각 상실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트램펄린도 같은 이유이다. 정상적인 중력의 세계로 돌아온 땅바닥에서도 무중력 상태의 기억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땅바닥이 나를 끌어들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동전 몇 개로 10분 동안 최대한 잽싸게 오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자 노력했던 우리는 10분의 마법 같은 시간이 끝나버렸던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참을 발을 구르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려던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은 다시 중력에 적응된 발과 바닥을 바라보며 왜인지 안도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역시 익숙한 게 제일이다.




(참고 문헌)

사이언스온 - 윤복원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사물궁이 잡학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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