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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C 최혜진 Nov 04. 2017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출간소식

그림책 처방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책을 받아본 건 며칠 전인데 '출간'이라는 커다란 소식을 호주머니에 넣고 계속 만지작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아껴놓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감추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슬픈 마음이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현실감이 없었달까요. 정말로 또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구나, 하는 실감이 아직은 느껴지질 않네요. 


2014년 9월부터 '그림책 처방'이라는 꼭지명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셀프 처방을 내리는 형식이었어요. 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여러 사람을 지치게 하고 스스로도 방전되고 마는 저의 어떤 면에 대해, SNS로 전해져오는 누군가의 작은 성공에 현실을 의심하고 조바심 내는 저의 또 다른 면에 대해, 모두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지 않기로 한 길, 하지 않기로 한 선택지'에 미련을 두는 면에 대해서도 그림책에 기대어 글로 풀어냈습니다. 


2015년 여름 즈음에 주파수를 독자에게로 옮겼습니다. 그림책에 기대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을 보내달라는 공지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편지함에 숫자 ‘1’이 반짝 떴습니다. 

2015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시간이 두 해를 꽉 채워 흐르는 동안 세상 속에서 미처 발설되지 못한 고민이 이따금씩 깜빡 깜빡, 받은 편지함에서 자그마한 노란빛으로 점멸했습니다. 망망대해 저 끝에서 간신히 전해져온 작은 불빛처럼 ‘나 여기 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하고.

똑같은 사연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장난삼아 보내보거나 허튼 소리를 담은 편지는 단 한 통도 없었습니다. 너무나 진짜인 이야기여서 그 아픔이, 슬픔이, 두려움이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싶은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났습니다. 전문적인 심리상담가도 아닌데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아도 괜찮나, 그래봤자 고작 삼십 몇 년 정도 살아본 경험치로 뭘 안다고 이런 글을 쓰나 싶어 많이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준비가 완벽히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었습니다. 불빛에 응답해야만 했습니다. 서로의 얼굴은 까만 밤바다 그늘 속에 숨겨둘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이쪽에서 깜빡거리는 신호를 잘 수신했다고, 당신의 이야기가 잘 도착했다고, 마음을 다해 읽고 당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이쪽 편에 있다고 응답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림책의 힘을 빌려 등을 토닥여주고 안아주고도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답장을 하고, 책을 고르고, 글을 썼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잘 도착했다고, 마음을 다해 읽고 당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이쪽 편에 있다고 응답하고 싶었습니다. 


그간 써놓았던 '그림책 처방'과 새롭게 쓴 원고를 더해 총 스물한 편의 이야기를 묶었습니다. 책 속에 소개한 그림책들이 모두 뛰어난 예술성을 지니고 있기에 최대한 그림책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게 부차적인 꾸밈은 모두 삭제해달라고 출판사에 특별히 요청을 했어요. 덕분에 멀멀하고 하얀 책이 되었습니다. 새하얀 벽에 단정하게 그림이 걸린 미술관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그림책은 ‘어린이 책’이다?! 맞습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호기심 많은, 세상모르게 천진한, 눈부시게 빛나는, 그러나 또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쉽게 상처받는, 커다란 질문과 불안으로 가득 찬 마음들을 위한 것이지요. 사노 요코의 《태어난 아이》처럼 이 마음들을 ‘상관하기로’ 한 최혜진 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골라진 그림책들은 가장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방식으로 깊숙이, 가장 아픈 곳으로 가닿네요. 마음과 마음의 이음매를 찬찬히 살펴주는 이 따스한 처방전을 들고 동네 약국에 가면, 선반 문 드르륵 열고 그림책 몇 권을 꺼내주시련가요?" 

- 이수지, 그림책 작가 


"복잡한 문제일수록 답은 단순함 속에 있다. 잡다한 것이 떨어져나간 뒤에야 진실은 맨얼굴을 드러내는 법이니. 저자는 형편없이 엉켜버린 고민에도 단 한 권의 그림책을 제시한다. 빗으로 엉킨 머리채를 통과하듯, 그림책으로 고민을 통과한다. 그 정성스런 손길을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풍성하고 영롱한 머리채가 올올이 춤추는 광경을 보게 된다. ‘네’ 엉킨 한 올 아래 감춰져 있던 ‘내’ 한 올의 그림자도 두려움 없이 직면하게 된다. 두려움 많은 시절, 보드라운 직관으로 만들어진 이불 같은 책이다."

- 오소희, 작가 



이수지, 오소희 작가님의 추천사 원고를 처음 읽었던 날 느꼈던 기쁨과 흥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안이 벙벙했고 하루종일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신기했던 건 두 작가님께서 서로 다른 표현으로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점이었어요. "단순하고 직관적인"이라는 표현이 각각 추천사에 들어있어서 편집부에서도, 저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이 전하는 정서가 정말로 그러한가보다 새삼 느끼게 되었죠. 



'그림책 처방'을 연재한지 벌써 3년이나 되었고 그 사이 <명화가 내게 묻다><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출간해 작가와의 만남이나 강연, 북토크 행사를 여러 번 했는데 정말 각별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조용히 제게 다가오셔서 "작가님, 예전에 그림책 처방에 이런이런 사연 보냈던 사람이 저예요"라고 인사하는 독자분들을 만난 경험이 있어요. 인터넷 상에서 본명이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글로만 교감했던 대상이 실재하는 사람으로 눈 앞에 있으니 굉장히 뭉클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림책 처방' 시리즈를 기획하고, 독자들의 고민 편지를 받고,  그분의 마음을 숙고하고, 도서관과 서점 구석구석을 뒤져내 추천 책을 찾아내고, 글을 쓰고, 쓰다 울고, 다시 독자로부터 답장을 받고.. 이 모든 과정이 헛짓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꼈고요. 


그렇게 독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다시 동그랗게 팔을 모아 꽉 힘 주어 안은 다음 적당한 무게의 손길로 등을 두드렸습니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가 그런 책이길 바랍니다.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속이 후련해지는 포옹 같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책 정보 보기 


* 예스24 : https://goo.gl/ccEm5a 

* 교보문고 : https://goo.gl/9dpcXD 

* 알라딘 : https://goo.gl/6QthBf 

* 인터파크 : https://goo.gl/kqYg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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