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6월 말, 서울국제도서전을 계기로 방한하는 3명의 프랑스 그림책 작가님-줄리 스테펑 챙, 아가트 드무아, 뱅상 고도-과 라운드 토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모더레이터 역할을 제안해주셨을 때, 이미 선약된 강연과 원고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쉬는 시간을 줄여야만 일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덥석 하겠다고 말해버린 건 줄리 스테펑 챙, 아가트 드무아, 뱅상 고도 작가님 작업이 정말 흥미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분의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살피는 동안 '디지털 시대 그림책의 정의, 대체할 수 없는 종이의 힘과 가능성, 그림책과 앱 북의 경계' 등등 던지고 싶은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바람에 '아, 이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라운드 토크는 6월 20일 오후 5시~6시에 예정되어 있고요, 보다 자세한 안내는 프랑스 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가트 드무아, 뱅상 고도 듀오의 책 <빨강부리의 대횡단>은 지난 2017년 <프랑스 그림책 전 voilà, l'album> 전시 때 전시장에 비치해두었던 책인데요. 관람객(특히 어린이 독자들)이 신난 표정으로 돋보기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몇 번이나 목격하기도 했어요. 이 책을 인상 깊게 보신 분이라면 라운드 토크에서 나누게 될 이야기에도 흥미를 느끼실 듯합니다.
줄리 스테펑 챙 작가님은 한국에 책이 출판되지는 않아서 아마 일반 독자분들껜 낯선 이름일 텐데요, 저도 이번 기회로 알게 된 분이고요. 언제 한번 날 잡고 이 분 작업만 상세히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작업이 흥미로웠습니다.
'종이'와 '디지털 기술'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책에 대한 관념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랄까요. 줄리 작가님이 즐겨 쓰는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작업은 아니지만, 제가 제일 좋았던 작품 'Poèmes en Pièces'를 살짝 맛보기로 소개해볼게요.
먼저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를 열면 여러 장의 접힌 종이가 있어요, 접힌 종이 한 장을 펼치면 3면만 존재하는 정육각형 종이 큐브가 됩니다. 각각의 면은 벽과 바닥처럼 그려져 있고요. 그 안에 짤막한 문장도 적혀 있어요. 독자는 블록 놀이하듯 큐브를 배치해 자기만의 구조물을 만들어요. 그러면 문장과 문장이 우연히 만나서 독자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작가가 미리 설계해놓은 '기승전결'의 서사가 존재하지 않고 수천 가지 버전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그림책이자 팝업북이자 놀잇감입니다.
이런 멋진 작업을 하는 작가분들과 직접 만나 라운드 토크를 진행한다니, 저 역시 긴장되고 설레요. 30년~40년 경력을 가진 그림책 작가들이 인터뷰에서 전해주신 지혜와는 다른 결을 가진, 신선하게 펄떡이는 동시대의 생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덧.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6월 24일(일)에는 제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볼드저널> 부스에 나가 있을 예정이에요. 이번 도서전 특별 기획인 '잡지의 시대'에 <볼드저널>도 초대 받았거든요. 오전 10시부터 종일 부스에 있을 예정이니 혹시나 오가다 인사 나누고 싶으면 '잡지의 시대' <볼드저널> 부스에 들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