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써두었던 동시 기록하기
솜털이 봉긋 세워진 작은 손
비비대고 오므라졌다가 다시 펴지고
아빠의 거친 털이 따가울까봐 너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탄생의 기쁨을 푸른 잎사귀에 기대어 몸부림 쳤던 기억이 난다
마냥 어리기만 할 것 같던 너에게도 성장통이 오더라
기나긴 장마철이 올 때면 투두둑 떨어지는 빗살에,
혹독한 가뭄철이 올 때면 쨍하고 뜨거워지는 햇빛에
이 아빤 너를 감싸주지도 못하고 눈물만 훔친 채
마냥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래도 꿋꿋이 껍질을 여미고 쑥쑥 자라나는 너를 보며
아빠 친구들이 놀러올 적마다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
옆집 농부 삼촌은 네 생일 선물로 예쁜 옷도 사두었다 하더라
발그레 지는 너의 모습에 제법 숙녀 티가 나는 거 보니
벌레 청년들이 치근덕거리진 않을까 아빠가 삼촌에게 경호도 부탁하였다
어미 닮아 뽀송한 솜털이 어여쁜 나의 아이야,
내 곁에 오래 두어 지켜주고만 싶지만 올 가을 해엔 아비가 먼 여행을 떠날 것 같다
빗살은 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고, 햇빛은 너의 마음을 쬐어 달달해 질 것이다
그리하여 너의 향기가 온 세상에 퍼지면 이 아비는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다
털썩 힘이 풀려 떨어지기 전에 어둑해진 날에도 너는 여전히 곱구나
2012.8.10
아빠의 기일 10년을 기리며, 아빠에게 바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