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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위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

by 혜주

얼마 전, 시내로 나가는 버스에 한 할머니가 빨갛고 작은 유모차를 끌며 탑승했다. 그 작은 유모차 안에 분홍색 혀를 길게 내밀고 더위를 식히고 있는 두 아이들이 있었다. 그 유모차가 너무 작아서 한 아이는 다리 한쪽이 밖으로 튀어나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다리를 넣어주고 싶었으나 이미 너무나도 좁은 유모차 안에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였다. 할머니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괜찮다'라고 웃으며 그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아이는 그런 할머니와 다정하게 눈을 마주치며 할머니의 손길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때 그렇게 불편해 보이던 아이가 순간 편안함을 느끼는 게 내 마음으로 전해져 들어왔다.


그 순간, 할머니가 얼마나 부럽던지.


거리를 거닐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맑고도 사랑이 가득한 동그란 두 눈으로 항상 누군가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아이들.


종종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 새로운 사람들을 좋아해 그 강력한 하트 빔이 들어있는 눈동자로 쳐다보면 그 짧은 찰나에 마음이 홀랑 넘어가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사랑을 다 끌어다가 바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손을 뻗어 부드러운 털을 만지고 싶고, 얼굴을 가까이해 냄새를 맡고 싶고, 함께 초록초록 피어오르는 잔디밭을 뒹굴고, 이 따뜻한 햇빛을 털에 한가득 담아 품에 꼭 끌어안고 코를 간지럽히면서 지겹도록 같이 자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침대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던 그때,

저 멀리 있어도 고개를 돌리면 당연하게 눈이 마주치던 그때,

한밤중에도 반쯤 풀린 눈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낮 시간을 함께 해준 그때,

커다란 공포에 함께 숨어 나도 울고 너도 울던 그때,

한참을 뛰어다니다 따뜻한 햇빛 아래 누워 너의 털과 내 피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던 그때,

까다로운 입맛에 밥 먹이려고 말도 안 되는 발연기를 하는 나를 보고 한숨 쉬며 다가오던 그때,


나에게도 있었던 그 예쁘고도 예뻤던 시간이 그들에게는 지금이라는 걸 아니까,

말없이도 마주 보고 함께 사랑을 이야기했던 그 시간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들의 시간이 섞이고 눈빛이 섞여가는 그 찰나를 발견하면 그렇게 마음이 행복하고도 쓰려온다.


혼자 보낸 시간, 곧 있으면 이제 7년.

점점 뜨거워지는 햇빛과 바람에 여름 냄새가 조금씩 흘러 들어오면 가을, 겨울에 꾸역꾸역 채워두었던 것들이 녹으면서 꼭꼭 숨겨두었던 빈자리가 다시 드러난다.

그럼 그 길고 길었던 7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나는 다시 그날로 돌아가 너를 마지막으로 품에 안았던 그날로 돌아간다. 왜 너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보다 그날이 먼저 떠오를 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 짧은 순간의 따뜻한 눈빛 하나에 오래 잠겨버리고, 그들과 나누는 고요한 시선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코코야,

너와 함께했던 계절이 또 돌아오고 있어.
햇살이 너의 털 위에 내려앉던 그 순간처럼,
바람이 네 코끝을 간질이던 그 여름처럼.

나는 여전히 네가 그립고,
네가 있었던 나날을 품고 살아.


너와 나눴던 모든 순간이,
그저 예쁘고, 예뻤던 시간으로 남아
내 안에서 계속 반짝이기를 바라면서.

그래, 그렇게 나는 또 시간을 보내.
너를 품고, 너를 기억하며.
말없이, 하지만 분명히.
그 시절의 사랑을 가슴 한켠에 꼭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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