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잠시 숨을 고르다 EP.2

캐나다 워홀 도전기_18

by 혜주

혼자 여행하는 것은 누구의 눈치도 볼 일이 없어 편하지만,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편안한 침대 너머로 펄럭거리는 얕은 커튼과 그 틈새로 보이는 창문은 새벽동안 나를 성가시게 했다. 그러다 결국 새벽에 침대에서 일어나 커다란 소파를 커튼 밑으로 옮겨 펄럭거리던 커튼을 고정하고 나서야 나는 조금 더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계획을 하고 오지 않은 상황이라 자는 동안에도 계속 머릿속으로는 내일 무엇을 할지 생각했지만, 애초에 이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로 왔으니 머리만 돌아가고 세워지는 계획은 없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뭇하도록 잊어버리고 나를 따뜻하게 맞이할 햇빛을 보러 나갔다. 이 자그마한 동네에 관광객이 간다는 곳들을 확인했으나, 딱히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노트르담 성당은 꼭 가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일단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노트르담 성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이 있었다. 서로의 사진을 촬영해 주는 친구 또는 가족들, 그리고 한쪽에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아 안고 나가는 아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그리고 단체 관광으로 와 투어 안내를 받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메인 제단 그리고 조형물들이 붉은빛, 금빛, 그리고 푸른빛을 내면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이 웅장함과 디테일한 조형물들을 관찰하고 스토리를 듣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재밌게도 복수전공으로 미술사를 전공한 나에게는 한참 공부할 때 달달 외웠던 것들이 생각나게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이 참 좋았다. 그림 그리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쉬지 않고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내 마음을 돌아보니 사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입을 열어 말로, 언어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환경에서는 그 보다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림을 선택했던 것이다. 손으로 표현하고 그걸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주는 그 행위가 좋았더라.


근데 대학생 때는 이 걸로 돈을 번다는 것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을 통해 듣고 또 많이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복수전공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거기서 이런 의문이 들더라. 옛날 사람들이 그렸던, 만들었던 그림과 조형물들을 보면서 미리 연구한 사람들의 이해한 방식을 외워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대로 그림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 이게 과연 맞는 걸까? 그렇게 나는 대학시절의 최악의 점수를 받게 되었다. 당시 교수님들이 따르는 사람들의 이해 방식을 외우지 않고 나만의 해석대로 답을 작성했다는 것, 이게 내가 최악의 점수를 받은 이유였다. 그리고 당시의 나는 그 수업을 두 번이나 다시 들었고, 결국은 외워서 시험을 보았다.


사람들은 이곳에 왜 오는 걸까?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가만히 앉아 내 머릿속에 들어오려는 정해져 있던 답들을 밀어냈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고 싶었다. 내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싶었고, 내가 받아들이는 대로,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공간이 주는 압도감에 매료되기를 기다렸다. 눈에 들어오는 이 화려한 빛들과 오르간, 그리고 수많은 작은 디테일들에 단순히 ‘우아-‘를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돌아다니며 그림을 구경할 때는 조명의 위치까지 생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름의 즐거움을 찾으며 노트르담 구경을 끝냈다.


밖으로 나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으며 저 멀리 보이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몬트리올 올드 포트라고 불리는 광장 겸 공원이었고, 세인트로렌스 강이 유유하게 흐르고 있는 이곳은 찰랑거리는 물결과 함께 여기저기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과 작게 구성되어 있는 놀이동산을 즐기는 가족들이 보였다. 그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햇빛과 살살 불어오는 바람이 내 기분을 하늘 저 멀리로 날려 보내는 기분을 만끽했다.


그리곤 한 벤치에 앉아 복잡한 생각들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그저 이 햇빛과 바람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오늘을 누리기로 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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