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로의 첫 드라이브 EP.1

캐나다 워홀 도전기_32화

by 혜주

캐나다에서 지낸 시간이 어느 정도 쌓였다고 느껴질 때쯤, 나는 이상하게 점점 더 우울해졌다.

우울함을 달래고자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만날 계획 등을 잔뜩 잡고는 했다.

하지만 이 우울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커져만 갔다. 보통은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다른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들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곱씹으면서 이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찾으러 애썼다. 이유를 알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은, 결국 '내 성격 때문'이라는 거였다.

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결정을 내리고 나면 돌진하는 성격이다. 우리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성향이 다른 건지, 알 수도 없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전반적으로 결정이 느리거나, 말은 많은데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계획은 잔뜩인데, 실행된 게 마땅히 없으니 답답함이 우울함으로 온 것이었다.


밤에 사람이 없을 때 친구 차를 이용해서 몇 번 운전해 본 적은 있지만, 캐나다에서 ‘제대로’ 운전해 본 적은 없어서 꽤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어차피 첫 도전은 언젠가 해야 했다.

한국에서 운전을 많이 했고, 나름 잘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예약 버튼을 눌렀다. 차를 예약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꽤 단순한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쉬는 날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궁금했던 소도시들을 향해 달렸다. 지도상으로는 내가 머물고 있는 콘도에서 꽤나 가깝게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멀었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을 운전해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끝이 안 보이는 잔디밭, 그 안에 신나게 풀 뜯고 있는 소들과 여유로운 말 들.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겁지만 맑은 공기, 그리고 신나는 노래가 함께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걱정한 것보다 운전을 잘했다.


처음으로 도착한 Blue Mountain Village는 마치 '파주 출판도시' 같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간 곳곳에 상점들과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그 위로는 숙소들이 있었다. 이곳은 겨울에 와서 스키를 타야 제맛이라고 했지만, 나는 스키를 탈 줄 모르고, 또 산 위에서 보는 뷰가 너무 멋있다는 말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리프트 이용권을 사기 위해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보기와 다르게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있었다. 최소 열 개는 되어 보였다. 산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마운틴 코스터, 줄에 몸을 묶은 채 건너고 오르고 하는 액티비티, 산 투어, 등등. 겨울이 아니어도 아이들과 함께 와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커플 단위보다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훨씬 많이 보였고, 그들은 주로 며칠씩 머물며 여유롭게 즐기다 가는 듯했다. 나는 리프트 이용권과 마운틴 코스터 이용권을 구매했다.


바로 리프트를 타러 갔는데 보자마자 "헉" 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웬만하면 높은 곳을 잘 안 올라가기도 하지만, 보통의 내가 생각한 '리프트'는 유리로 안전하게 막혀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리프트는 그냥 모든 곳이 뻥 뚫려있었다. 바닥과 내 엉덩이 정도까지 올라오는 낮은 벽이 존재했고, 나머지는 그냥 허공이었다. 산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혼자 타서 그런지 내가 한쪽에 기댈 때마다 더욱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고 기둥도 없는 이 리프트 중간에서 서서 중심을 잡으며 서있는 건 더욱 무리였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은 눈을 감기 아쉬울 만큼 예뻤지만,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더 높아지고,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찍고 싶어 손을 뻗다가도, 손을 놓자니 무섭고, 풍경을 온전히 바라보자니 너무 높아 또 무섭고,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혼자 식은땀을 흘리며 리프트 위에서 온갖 쇼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얼마나 웃기는지, 두려움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산 정상은 별 다르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누구냐, 나에게 Blue Mountain Village 이야기 꺼낸 사람.

이쯤 되니,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심심한 나머지 작은 것들에도 커다란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코스, 등산 코스, 그리고 산책 코스 등이 있었다. 나도 짧은 코스를 골라 걸어보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옆에 울창하던 나무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저 멀리 바다 같은 호수가 보였다.

아까 리프트에서도 본 풍경이었지만, 발이 땅에 닿아있으니 훨씬 즐길 만했다. 하늘색 잔잔한 호수가 펼쳐지자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았다. 참 예뻤다.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그녀에게 풍경을 공유하며, 오랜만에 여유로워진 내 마음과 함께, 한동안 듣지 못했던 그녀의 근황 이야기들을 들었다. 마음의 여유가 이렇게 중요하다.

그녀와 통화를 끊고 한참을 그곳을 산책했다. 강하게 내리찍는 듯한 햇빛,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너무나도 상쾌한 공기.

결심을 하고 움직인 나 자신이 기특하고 혼자서 또 이렇게 해낸 내가 좋았다.


다시 그 두려운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길, 처음보다는 덜 무서웠다.

저 멀리 펼쳐진 호수와 그리고 작은 마을을 가만히 바라볼 여유까지 생겼다.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흐뭇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슬며시 올라왔다.

아까 나를 리프트에 태워줬던 아저씨가, 내려오는 나를 다시 보더니 놀란 듯 물었다.

"너 왜 이렇게 빨리 내려왔어? 위에서 뭐 했어?"

나는 그 질문에, 아저씨보다 더욱 놀라서 물었다.

"아니, 위에 할 게 있어?"

내 대답에 아저씨는 빵 터져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없지. 등산?”


아저씨를 뒤로 한 채, 마운틴 코스터를 타러 움직었다. 처음에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그 위에 타는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마운틴 코스터를 타는 장소는 조금 더 걸어 올라가야 했다.

처음 왔다고 하자, 안내원은 안전 안내 영상을 꼼꼼히 두 번 보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로 두 번을 끝까지 다 봤다. 특별한 건 없었다. 왜 두 번이나 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안내원은 내가 타려 하자 다시 물었다.

"진짜 두 번 다 본 거 맞지?"

나는 "응!" 하고 당당하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마운틴 코스터는 직접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가 양 옆으로 달려있었고, 앞으로 밀면 속도가 빨라지고 뒤로 당기면 브레이크가 걸리는 식이었다. 나를 태운 코스터는 롤러코스터처럼 철길을 따라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숲 사이로 다람쥐들이 지나가기도 하고, 너무 울창한 나무 가지들이 얼굴 가까이까지 다가올 때면, 혹시나 거미가 떨어지진 않을까 혼자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숲 속을 뚫고 다시 산 정상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에 다시 도착하니,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다른 안내원이 내가 그를 스쳐가는 사이에 말했다.

"브레이크 밟지 말고, 빠른 속도로 쭉 내려가."

나는 이미 내 뒤로 멀어지고 있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와... 나를 태운 코스터는 정말 말 그대로 미친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숲 속이고, 땅과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코스터가 울컥울컥 흔들리며 굽이치는 코스를 따라 내려가는 이 상황에서, '이거 진짜 안전한 거 맞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 재밌었다. 그런데 동시에, 여기서 떨어지면 내 몸 어디가 아작 날지를 상상하게 되는 묘한 공포도 같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안내원의 말을 살짝 무시하고, 너무 위험해 보인다 싶을 때는 손잡이를 살짝 뒤로 당겨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가며 재미있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아래쪽 도착지에 다다랐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안내원이 다시 말했다.

"다음번에는 브레이크 쓰지 말고 내려와 봐."

나는 그 말에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럼 브레이크는 왜 존재하는 건데,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라고 만들어놓은 거 아냐?"

내 질문에 그가 말했다.

"맞아, 다만 지금은 아무도 없어서 괜찮은데, 나중에 뒤에 사람이 많을 때는 네가 멈추면 보통 뒤에서 오는 사람들이 짜증을 내더라고."

나는 그 말에 깔깔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가 제일 겁쟁이 었네.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던데, 그리고 마구 흔들리던데!"

그 안내원과 잠깐 더 농담을 주고받다가, 나는 다시 아래쪽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토스트를 하나 사서,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빵을 한 입씩 베어 먹으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돌아다니고, 햇빛을 즐기고, 수다를 떠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주차해 둔 차로 돌아가, 아까 리프트 위에서 보았던 호수 옆 작은 마을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무섭고도 재밌었던 그 마운틴 코스터! 안전벨트처럼 보이지만, 저건 내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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